[패션칼럼] 정치인과 패션


3월 12일은 3ㆍ12사태라고 불릴 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충격적인 하루였습니다. 종일 방송된 탄핵 가결안 소식에 TV앞을 떠날 수가 없었죠. 화면에 비친 국회의사당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정장 차림 의원들의 색다른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재킷을 벗어 던지고 ‘한판 붙자’의 결행으로 큰 싸움판이 벌어졌습니다. 수트는 상하의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벌 개념이기 때문에 웃옷을 벗어 던진 것은 지극히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지요.

연초 열린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남대문시장을 방문했습니다. 노란 점퍼의 반응이 의외의 효과를 불러일으킨 때문인지 정 의원은 그 이후 자주 똑같은 점퍼를 애용하더군요. 올 봄 노란색이 유행색인 걸 미리 파악한 정 의장의 패셔너블한 감성이 맞아 떨어진 것일까요? 열린우리당은 ‘노란색=민생정치’, 노란 점퍼 차림은 노동자의 개혁의지를 뜻한다고 뒤늦게 갖다 붙이면서 봄 점퍼에 노란 조끼, 노란 카디건까지 주문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3만5,000원짜리 남대문표 점퍼가 ‘개나리봉사단’의 싸구려 쇼라고 비난했고 또 민주당과는 자기당의 고유색이라며 ‘색깔 싸움’을 벌이기도 했지요.

지난해 유시민의원의 캐주얼 차림 의원 선서식에서 예의 없다고 박차고 나간 야당의원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경우에 맞는 차림을 무시한 유 의원의 행동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유연함이 부족한 정치인들의 행동은 신사답지 못했습니다.

여자에게 있어서 옷이란 자기욕구를 충족하는 포장지와 같습니다. 그러나 남자의 옷차림은 입는 사람의 내면의 거울이란 말이 있습니다. 남자들에게 옷은 자신의 세계에게 자신을 내세우거나 방어하는 방패와 같은 것입니다. 옷차림마저도 정치색이 덧입혀 지고 있는 요즘, 정치인들의 내면의 거울에는 어떤 차림새가 비쳐지고 있을까요?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3-19 21:43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