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엿보기] 두려움 없는 질투를 위한 워밍업


사랑을 하면 누구나 조금씩 질투에 빠진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이 아니라 스스로 ‘잡아먹힐 듯’ 된통 빠질 수도 있다. 특히 여자들은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하고 독특한 감성 덕분에 연애를 통해 곧잘 오만 가지 질투를 다 겪는다. 남자친구 곁에서 그야말로 ‘그를 둘러싼 모든 것’에 놀라울 만큼 창의력을 발휘하는 그녀! 어쩜 누군가는 ‘보상도 못 받을 괴상한 노동’이라며 혀를 찰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호들갑스런 질투는 오늘도 그칠 줄 모른다.

“사랑에 빠지면 난 곧장 세상의 모든 여자들과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돼. 평소 그가 회사, 지하철, 길거리, 식당, 심지어 스크린 등에서 마주칠 다른 여자들을 생각해봐! 내 온몸의 피가 사방에서 소용돌이치는 것 같다구. 그렇다고 온종일 그에게 나만 봐달라고 졸라댈 수도 없고, 그저 나 혼자 열심히 질투하며 노력하는 수밖엔! 이래서 내가 왠만하면 사랑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니깐. 감기처럼 걸릴 때마다 매번, 이것도 보통 일 아니라고 글쎄.”

입술을 비쭉 내미는 그녀들의 상기된 얼굴이 사랑스럽다. 남자들의 속사정도 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여자친구가 다른 이성친구와 약속이 잡혀있다고 하면, 속으론 부글거리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미소 지어주던 일들. 또 초라한 자기 모습에 실망해선, 괜히 그 감정을 애꿎은 그녀에게 퍼붓곤 하던 일들. 설마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 내밀진 못할 걸? (뜨끔.)

열심히 시침 떼는 당신처럼, 그녀들 역시 스스로의 질투를 부끄럽게 여기며 그것이 집착의 다른 증거라도 되는 양 꽁꽁 숨기려 한다. “휴우, 세련되지 못한 태도였어” 라고 중얼거리며 이마를 쓸어내린다. 하지만 난 이 말도 안 되는 괴상한 노력들을 적극 뜯어말리고 싶다. 왠 죄책감? 수치심? 사랑에 빠지면 당연히 그 상대에겐 최고가 되고 싶고, 그렇지 못하면 미안하고, 나보다 훨씬 잘난 것처럼 느껴지는 상상속 경쟁자들에게 씁쓸해할 수밖에 없는 것을. 그게 대체 왜 미안한 건데? 창피한 건데?

질투는 사랑이 지속되는 한 결코 끝나지 않을, 달콤한 내 안의 싸움이자 운명이다. 또한 내 열정의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는 침착하고 의젓한 사랑을 이상형으로 떠올리며 애써 자신의 질투심을 쥐어박는지 모르겠는데, 아서라 아서. 나라면 그런 사랑은 60대 이후에나 써먹을 거다. 지금은 그저 질투로 팽팽해진 내 사랑에 뻔뻔스럽게 매진할 때! 맹렬히 질투하자. 단 그 에너지를 상대에게 소모적으로 퍼붓는 대신, 스스로를 경쟁력 있게 변모시키는데 집중하자. 이왕 할 거, 제대로.

위쯔(마음스타일리스트)


입력시간 : 2004-03-19 21:56


위쯔(마음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