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자유의 生生패션150년 역사의 역동적 패션아이템, 영원한 '청춘'의 상징

[패션] 청바지(Blue Jeans)
젊음과 자유의 生生패션
150년 역사의 역동적 패션아이템, 영원한 '청춘'의 상징


청바지는 더 이상 작업복처럼 아무렇게나 입는 캐주얼 아이템이 아니다. 샤넬 트위드 재킷, 디오르 백, 구찌 하이힐과도 완벽하게 코디된다. 샤넬의 수석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같은 해외 톱디자이너들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진 라인을 따로 출시할 정도로 패션가의 청바지 사랑은 각별하다. 150여년의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젊은, 그 이름 블루진.

-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패션

옷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템은 청바지다. 계절이 바뀌거나 유행이 변해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는 옷이 청바지이기도 하다. 기본 아이템인 일자형, 스트레이트 스타일에서부터 디스코형, 통이 넓은 배기 스타일, 배꼽 아래로 내려 입는 골반 스타일, 헐렁한 힙합 스타일, 다리가 길고 날씬해 보이는 부츠 컷 디자인, 인체공학을 응용한 엔지니어드진까지 옷장 안 청바지 수는 계속 늘었다.

그 푸른색의 미묘한 변화는 또 어떠한가. 바다의 심연과 같은 염색 그대로의 짙은 푸른색에서부터 완전히 색을 뺀 화이트 진까지. 갖가지 도구와 약품, 워싱기법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바지. 한참 외모에 눈 뜬 시절, 가장 먼저 시작한 멋 부리기의 첫 단계는 바로 ‘청바지 리폼’이었다. 너풀거리던 통을 과감히 자르고 바느질을 해 발도 안 들어갈 정도로 날렵한 디스코바지로 만들었고, 남과 다른 청바지를 입겠다고 락스 물 농도를 맞추고 담구기를 몇 날 몇 일 반복했다. 낡게 보이려고 일부러 칼자국을 내기도 했고, 샌드페이퍼로 청바지 표면을 긁어내느라 손목이 아리기도 했던 기억도 있을 것이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통기타 반주에 아침이슬을 합창한 세대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청바지는 누구에게나 깊은 추억을 남겼다.

- 유니섹스 패션의 출발, 진 전성시대

150년 전 미국인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질긴 천막 천으로 만들어낸 청바지는 뛰어난 실용성으로 서부개척의 역사를 뒷받침했고 반항아 제임스 딘에게 입혀져 ‘청춘’의 상징물이 된다. 노동자와의 결속을 위해 대학생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청바지를 입게 되면서 유니섹스 패션의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교복자율화로 캐주얼의 시대를 연 80년대 후반의 한국, 빨간 띠가 둘러있는 역삼각형의 ‘게스’탭이 박음질된 청바지를 사기 위해 여중고생들은 ‘게스계’를 들었다. 리바이스, 리 등의 수입 전통진이 득세하던 90년대를 지나 닉스, GV2 같은 브랜드들이 10만 원대의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국내 패션청바지의 고급화 시장을 열었다. 당시 일간지 전면에 셔츠를 풀어헤친 섹시한 모습의 김혜수, 엄정화, 박지윤 등 여성스타의 청바지 차림이 광고면에 게재됐고 모두 청바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패션진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이후 힙합세대와 캐주얼 세대들도 꾸준히 청바지를 입었다. 세대와 유행이 변해도 모습을 달리한 청바지가 언제나 옷장을 새롭게 차지했다.

- 정통·프리미엄·럭셔리로 나뉘어

최근 백화점의 매출 마이너스 속에서도 유독 청바지 매출만은 최고 100%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선두주자 리바이스가 지난해 100개 매장에서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30% 성장을 낙관하고 있다. C.K진은 3월 초 강남의 모 백화점 행사에서 일평균 3,000만원어치의 청바지를 팔아치우면서 나흘간 1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 프리미엄 진 시장을 연 디젤도 한 매장에서 월평균 2억여원의 매출로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디젤의 청바지 한 장 가격은 평균 25만원선. 그러나 디젤 마니아들은 스타일명과 넘버까지 외워서 주문할 정도로 열광하고 있다. 올해는 ‘DKNY 진’, ‘아르마니 진’, ‘D&G’ 등 수입 명품 브랜드들이 소개될 예정으로 패션진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청바지는 3가지 군으로 나뉘는데 전통 진군에 리바이스, C.K진, 게스, 스타들에 의해 유명해진 프리미엄 진군에 디젤, 얼진, 세븐, 페이퍼데님, 프랭키비, 명품 브랜드의 서브 라인인 럭셔리 진군은 DKNY진, D&G, 아르마니진 같은 디자이너 컬렉션으로 군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전통 진은 10만원대, 프리미엄 진이 20만~30만원대, 럭셔리 진은 최고 80~100만원까지 올라간다. 특히 올 봄 돌체앤가바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장식한 180만원대 청바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청바지의 유행. 한국 사람들이 보수적이지만, 유행에 있어서는 그 어떤 민족보다 민감한 감각이 느껴진다. 여기에 세계화된 눈과 IT산업의 발달, 초고속 인터넷의 활성화 또한 한몫을 했다. 이밖에 명품브랜드들의 이미지가 너무 대중화된 것에도 이유를 달 수 있다. 유학과 해외여행으로 외국 생활을 경험한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세터들은 독특한 옷차림을 뽐내고 싶은 마음에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은 상품을 찾아 인터넷 쇼핑을 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해외쇼핑 구매대행업체와 수입편집 매장의 수를 늘렸다.

- 유행에 민감한 트렌드 아이템

오늘날 단연 최고의 패션 아이템으로 꼽히는 청바지.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젊음의 상징이 된 청바지는 열의 얼굴을 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어떤 브랜드의 한 가지 디자인이 유행하면 온통 같은 청바지를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지만 요즘은 유행보다는 자신의 체형과 취향을 찾아가고 있다. 올 봄에는 청바지의 편안한 이미지는 접어 두자. 청바지는 이제 누구나 다 잘 어울리는 대중의 옷이 아니다. 톱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해 개성을 추구함으로 유행을 고려해야 하는 가장 민감한 트렌드 아이템이 됐다.

2004년 봄여름은 공통적으로 워싱을 하지 않은 생지 원단의 복고풍 오리지널 진이 유행이다. 스타일은 일자스타일에서 와이드 스타일까지 고른 관심을 얻고 있다. 이중에서 각 청바지 브랜드의 공통적인 히트 아이템은 ‘섹시 진’ 남녀 공통으로 ‘섹시한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는 프리미엄 진은 허리선에서 사타구니까지의 길이인 밑위 길이가 매우 짧아 골반 뼈가 보이고 배꼽과 팬티 선까지 드러나는 ‘로우 라이즈 진’이 베스트 아이템이다. 청바지 패션의 중심을 쥐고 있는 ‘로우 라이즈 진(Low Rise Jean)’ 프랭키비, 얼진, 세븐진 등 패션진이 이끈 ‘로우 라이즈 진’의 열풍은 미국과 유럽을 거쳐 국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로우 라이즈 진은 청바지를 골반에 걸친 듯 입게 돼 날씬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 밑위를 내릴수록 다리는 길어 보이고 섹시한 매력이 배가 된다. 또 허벅지 부분은 매우 타이트하게 조여 주고 무릎 선부터 바지 밑단까지 넓게 퍼지는 부츠컷 디자인이 많아 ‘롱다리 효과’를 더욱 부각시킨다. 제니퍼 로페즈, 귀네스 팰트로 등 패셔너블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로우 라이즈 진’을 애용해 왔다. 지난해 유행 아이콘이었던 가수 이효리 또한 ‘로 라이즈 진’ 열풍의 주인공. 록그룹 ‘건스 앤 로지즈’의 기타리스트 길비 클락의 아내, 다니엘라 클락이 이끄는 브랜드 ‘프랭키비’는 밑위 길이가 3인치의 아슬아슬한 섹시함으로 최고의 ‘로우 라이즈 진’을 자랑한다.

‘C.K진’은 워싱 공법과 색상, 디자인, 장식, 소재 등을 통해 다양한 선택의 재미를 준다. ‘게스’는 스타일별로 7가지의 진을 출시, 섹시진의 명성을 이어간다. 특히 지퍼장식이 돋보이는 ‘런웨이’가 인기. ‘리바이스’는 엔지니어드진, TYPE 1에 이어 섹시함을 강조하는 ‘TYPE 1 슈퍼 스티치’라인을 새로 출시했다. 엉덩이 부분 허리 아래에 타투 아티스트가 고안한 자수를 문신처럼 새겨 넣었다.

- 자유·평등의 젊은세대 대변

청바지는 서부 개척시대 광부들이 즐겨 입은 ‘실용적인 옷’이다. 그러나 골동품으로 값나가는 귀한 몸이기도 하다. 2002년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청바지 경매에서 네바다 주의 한 광산에서 발견된 낡아빠진 리바이스 청바지 한 장이 4만6,532달러(약 5,580만원)에 팔렸다. 리바이스사가 되사들인 이 골동품은 1880년대 제품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바지. 리바이스는 이 골동품 청바지를 복제한 ‘네바다 진’ 500장을 한정 생산, 장당 400달러에 팔았다.

청바지는 자유의 상징인 미국 문화를 중심으로 세계의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그것은 자유이며, 평등이고, 젊음이다. 할리우드식 화려함이 풍겨내는 보석과 자수를 장식한 럭셔리 진이나 40만원이나 하는 먼지 풀풀 날리는 골동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 역시 청바지의 여러 모습 중 하나다.

캘빈 클라인과 리바이스에 일부러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청바지를 공급하는 업체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새 청바지를 입고 착용한 채로 줄이 잡히게 한 다음 풀을 먹이고 심심할 때 샌드페이퍼로 무릎과 허벅지 부분을 문지른다”고. 인공적이지만 ‘생활’과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하는, 청바지의 진짜 매력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4-01 14:13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