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정력에는 홍삼팬티?


의복이 우리에게 주는 편리성에 대해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아담과 이브 시절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의복이 시작됐다는 얘기처럼 기본적으로 감추고 싶은 부분을 숨겨주는 기능이 있지요. 또 속옷이나 운동복과 같이 여러가지 신체 활동을 돕는 기능을 합니다. 여기에 원더브라나 하이힐처럼 신체가 지닌 본디의 단점을 조이고 높이는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요. 이것만이 아닙니다. 방풍, 방한, 방습, 방오 등 초기 단계의 기능성 의류 시대를 넘어 항균, 자외선 차단 등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홍삼, 비타민, 비아그라 등 먹기에도 아까운 약이 되는 의류까지 ‘건강’ 바람이 패션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지나친 건강병이 ‘약이 되는’ 옷을 찾게 합니다. 항균 속옷이 도리어 면역력을 약화시켜 알레르기를 일으킬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말이죠. 결론은 기능성 제품을 찾기보다 세탁에 공을 들여 청결을 유지하라고 충고하고 있더군요.

기능성 의류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의류매장은 속옷인데요. 첫 월급으로 부모님께 빨간 내복을 선물하는 전통(?)을 이은 한국인들에게 속옷선물은 작은 이벤트입니다. 그 이벤트를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선택하는 기능성 속옷. 사실 ‘속옷선물’은 ‘섹스’를 의미한다는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속옷은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 없는’ 감춰진 패션인데 속옷매장에 자주 기능성 의류가 내걸리는 이유는 이벤트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입니다. 디자인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갔습니다. 마케팅이 최선이죠.

홍삼팬티가 정말 몸에 좋을까요? 홍삼냄새가 나는 이 속옷은 어르신께 선물하기 좋다고 점원은 귀띔합니다. 1% 미만의 첨가물을 내세운 새우깡이나 냄새만 첨가한 바나나맛우유처럼 냄새만 그럴듯한 ‘홍삼향 팬티’가 아닐까 하는 의심, 한번 쯤 해보는 게 어떨까요?

입력시간 : 2004-04-08 22:2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