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씹고 씹혀야 맛?상처를 안고 사는 두 남녀의 스테이크를 통한 만남과 사랑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화양연화> 스테이크 사랑도 씹고 씹혀야 맛? 상처를 안고 사는 두 남녀의 스테이크를 통한 만남과 사랑
- 낡은 레스토랑에 대한 추억
운명처럼, 이들의 슬픈 만남은 차츰 사랑이 되어간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들의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인해 리첸과 차우의 사랑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 마침내 일 때문에 싱가폴로 떠나게 되는 차우. 그러나 리첸은 그를 붙잡지 않는다. 이들은 이렇게 안타까운 이별을 맞는다. 4년 후, 앙코르와트를 찾은 차우는 사원의 구멍 속에 간직해 온 사랑을 묻는다. 영화 속에서 차우와 리첸이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은 실제로 홍콩에서 60년대 초에 개점한 금작(金雀)이라는 곳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양식집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옛날 풍의 조명과 벽지, 식탁 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6, 70년대 우리나라에서 젊은이들이 데이트 장소로 즐겨 찾던 레스토랑의 분위기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컴컴할 정도로 낮은 조명과 촌스러운 색깔의 비닐 의자, 그리고 약간은 지저분했던 테이블 클로스까지. 여기서 우리는 왕가위 감독이 왜 하필 이 낡은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추억’을 그리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누구나 사랑하고 있을 때는 그 사랑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읽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고, 추억만이 남겨졌을 때에야 진정한 사랑의 실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뜻하는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제목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스테이크는 분위기 있는 곳에서 데이트를 할 때 가장 좋은 메뉴로 꼽힌다. 보통 스테이크라고 하면 쇠고기로 만든 비프 스테이크를 지칭하지만 연어, 참치 같은 생선을 구운 것도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스테이크는 사용되는 고기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갈비살을 이용한 리브(rib) 스테이크, 허리부분을 잘라낸 티본(T-bone) 스테이크, 허리 끝에서 잘라낸 설로인(sirloin) 스테이크 등이 있다. - 스테이크에 기사 작위 수여한 찰스 2세
설로인 스테이크의 명칭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스테謙㈇?좋아했던 영국의 찰스 2세가 유난히 맛있었던 고기 부위의 이름을 시종에게 물어 보았다. 시종이 ‘로인’이라는 부위라고 대답하자 왕은 “매일 나의 입을 즐겁게 하는 ‘로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라”고 명하여 앞에 ‘Sir'이라는 존칭이 붙게 된 것이다. 스테이크를 조리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석쇠에 올려 직접 굽거나 프라이팬에서 굽는 것이 있는데 이를 각각 ‘브로일드(broiled) 스테이크’, ‘팬브로일드(pan-broiled) 스테이크’라고 부른다. 고기를 아주 얇게 저민 것은 미뉴트(minute) 스테이크, 다진 고기를 사용하면 햄버거 스테이크이다. 스테이크 집에 가면 고기를 익히는 정도를 반드시 물어보게 되는데 레어, 미디움, 웰던 중에서 선택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기를 썰 때 피가 배어 나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웰던을 선호하는데 쇠고기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레어가 좋다.
입력시간 : 2004-04-2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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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