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생명을 상징하는 '알(egg)'의 화려한 변신


알 모양을 한 화려한 장식품. 알 공예는 말 그대로 알에 여러 기법을 이용하여 장식하는 공예품의 하나이다. ‘설마 진짜 알일까?’라는 의구심으로 조심스럽게 만져 본다. 작고 깨지기 쉬운 재료지만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 부활절에 주고받는 ‘부활절 달걀’에서 시작

알 공예는 AD 988년경부터 부활절에 쓰이는 ‘부활절 달걀’에 그림을 그려 넣으면서 시작되었다. 1884년 알렉산더 3세는 공예가 파베르제(faberge)에게 부활절 알을 만들도록 부탁하여 황후에게 선물했고, 이 때부터 왕실에서는 계란 예술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파베르제의 작품을 흉내내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鳧?알 공예로 발전한 것이다.

고대 미라의 관에는 재생을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로 알을 그려 넣었다고 한다. 유대교도는 유월절에 부활과 내세를 나타내는 알을 먹고, 이는 그리스도교도에 전해져 부활절에는 색칠한 부활절 달걀을 주고 받는다. 한국 또한 여러 난생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알(egg)은 생명을 상징한다.

1884~1916년 사이 알공예는 귀하고 값비싼 금이나 보석으로 섬세하고 아름답게 장식했다. 금, 은, 사기, 유리 등을 사용한 알 모양의 형태일 뿐 지금처럼 알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 후 여러 나라와 세대에 걸쳐 전파, 많은 사람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진짜 알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와 함께 다양한 기법의 연구도 이루어졌다. 국내에는 1980년 즈음 미국, 일본을 통해 전해졌고, 1990년대를 넘어가면서 대중화 되었다. 최근에는 서적이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보다 활성화하고 있으며, 협회를 중심으로 정기적인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 모든 알이 재료가 되어 다양한 공예품으로

알 공예의 기본 재료가 되는 알. 모든 종류의 알이라면 재료가 될 수 있다. 작은 메추리 알에서부터 닭 알, 오리 알, 타조 알까지 그 재료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알에 바늘이나 송곳으로(타조 알은 망치로 두드려 구멍을 뚫는다) 작은 구멍을 뚫어 안의 내용물을 빼내고 깨끗이 세척한다. 세척 후에는 알의 형태를 디자인하고 깨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절단기로 알을 자른다. 여기엔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오직 경험만이 통한다.원하는 형태를 만들었다면 다시 물에 불려 속껍질을 벗겨내고, 알을 강화시키기 위한 작업을 한다. 알 내부에 에폭시(EPOXY)접착제를 3~5회 정도 발라주면 알의 견고성을 높여줄 수 있다.

기본적인 준비가 끝났다면 자신이 원하는 무늬를 그려 넣거나 장식한다.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크리스탈 마감재, 자개, 브레이드(braid) 등으로 꾸미면 된다. 다양한 장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료 역시 광범위하고 창의적이라 할 수 있다. 메추리알을 이용한 핸드폰 줄에서부터 스탠드, 보석함, 찻잔 등의 공예품이 탄생한다. 재료는 대부분 남대문 화방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패키지 구입도 가능하다. 알 공예는 문화 센터나 공방에서 배울 수 있고, 초급에서 고급 과정까지 1년 6개월 ~ 2년 정도가 소요된다.

“처음 알 공예를 시작하는 분들은 알이 약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게 작업합니다. 하지만 더 긴장해서 알을 깨뜨리는 실수를 연발하죠. 초보 과정에서 누구나 겪는 실수랍니다. 계속해서 연습하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한국 에그 아트 협회’ 서울지회장 남지윤 씨의 말이다.

- 한국적이고 민속적인 형태로의 발전

알 공예는 전 세계로 전파되면서 각 나라의 특색에 맞게 발전되었다. 스위스의 경우 복잡하게 도안하여 손으로 표현한 작품을, 폴란드에서는 알을 자르고 종과 보석으로 장식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역시 한국적인 전통을 바탕으로 발전시켜가고 있다. 자개를 염색해서 붙인다거나 금박 실로 장식하기도 한다. 민속적인 표현을 위해 민화나 화투의 그림을 그려 넣는다. 한국적인 전통 문양이나 색채 감각은 우아하고 기품 있으며, 그 속에서는 한국인의 정서까지도 느낄 수 있다.

알 공예는 많은 공예 기법이 응용되어 나타나는 종합 예술 공예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화려함 만큼이나 오랜 시간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하나의 예술 작품인 것이다. 작고 약해만 보이는 알. 그러나 생명의 부활을 품고 있는 알. 자연 속에서 숨쉬던 그 작은 알은 어느 새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탄생한다.

도움말 : 남지윤 공예 연구소 (02-725-4995)

* Ostrich(타조), Goose(거위), Emu(타조목 에뮤과의 새), Rhea(타조목 레아과의 새)

(1) 꽃 그림, 모형으로 봄의 화사함을 느낄 수 있는 장식품과 보석함 (Ostrich, Emu)

(2) 테두리의 브레이드 장식과 크리스털 자대가 돋보이는 알 공예품 (Goose)

(3) 핑크 빛 꽃 모양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다기 세트 (Ostrich, Goose)

(4) 한국적인 전통을 느낄 수 있는 조선왕조 중전 모 (Ostrich)

(5) 반복적인 패턴 무늬를 섬세하게 표현한 보석함 (Rhea)

(6) 큐빅, 테두리의 브레이드 장식이 인상적인 소파 모형 장식품 (Ostrich, Goose, Emu)

(7) 화투 그림으로 장식한 민속적이고 재미있는 보석함 (Ostrich)

(8) 알 공예 속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그윽한 스탠드 (Ostrich)

김유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5-18 15:44


김유진 자유기고가 fubu123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