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엿보기]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소녀'


5월1일 첫 만남을 가진 이 커플에겐 남다른 게 있었다. 5월의 첫 날, 상큼한 소개팅에 맞게 남자는 기특하게도 장미꽃 한 다발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메이데이 휴가를 축하하는 꽃다발에 적당히 감동한 그녀! ‘세상에 메이데이 날 꽃다발을 받는 여자는 세상에 나 혼자 뿐일 거야.’

그들의 만남은 메이데이를 시작으로 첫 출발선을 긋게 된다. 한번 장미꽃을 준 죄로 남자는 5월 한 달 내내, 그녀에게 선물을 갖다 바쳐야만 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내 남친은 말야. 어린이날에도 선물을 주지 뭐야. 내가 아직 애라나?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도, 기념일이라고 선물을 주는데…. 어머, 글쎄 민망하기까지 하더라니까. 내 남친은 로맨티스트야!”

여자가 선물에 약하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5월은 기념일로 꽉 찬 달인 걸 알고 작업을 진행시킨 걸까? 이 커플만의 독특한 습관과 이해 관계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남자는 달력 보는 습관이, 동시에 여자는 달력을 체크하는 습관이, 달력의 빨간 날은 선물을 받는 날로, 까만 날은 선물을 받지 않는 날로….

달력을 보면 알겠지만, 5월 이후 기념일은 그리 많지 않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선물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된 그들은 시작과는 달리,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커플로 보였다. 나날이 이벤트를 원하는 그녀와의 데이트는 열정과 권태를 아슬아슬하게 오갔고, 그들에게 다시 5월이 찾아 왔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그녀와 달리, 그는 온갖 근심과 걱정으로 5월을 맞이했다. 5월의 그 많은 기념일을 챙길 자신이 없어진 그는 1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자신의 감정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나의 애정이 식은 것일까!” 스스로 딜레마에 빠진 남자. 그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선물을 주는 횟수로 자신의 애정도를 측정하도록 길들여진 남자다.

5월, 첫 만남을 가진 그들. “오늘은 우리가 만난 지 일년 된 날이야.” 그녀가 건네주는 장미꽃 한 다발과 향수. 남자는 그녀의 뜻밖의 선물에 놀란다. 그들에게 다시 찾아온 봄날은, 그들의 식지 않은 애정을 다시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여전히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자작극을 스스로 눈감아주는 깜찍한 멘트를 날릴 것이다. “일년이나 지났는데, 그인 매번 기념일마다 내게 선물을 챙겨주지 뭐야. 난 정말 운이 좋은 여자야….”

아직 약발이 남은 그는 5월14일 로즈데이 까지 거뜬히 넘기고 5월의 장미 행사를 무사히 마친다. “휴, 이제 끝이야.” 하지만 그는 모른다. 5월 셋째주 월요일. 성년의 날이 그를 기다린다는 것을. 당황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갑자기 풋풋함을 간직한 귀여운 여인으로 돌변한다. “아직, 난 성인이 아닌걸!” “? !”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느낀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성년의 날, 성인식을 예고하는 그녀의 깜짝 선물에 잠시 흔들렸던 자신의 감정에게 외친다. “그래, 난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어!” 스무 살을 훨씬 넘겼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아직도 성년식을 기다리는 소녀가 살고 있다. 스무 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녀에게 향수와 장미꽃, 그리고 키스(사랑)를 거절하는 남자는 평생의 반쪽을 잃을지도 모른다. 남자들은 알아야 한다. 여자들은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만 영원히 성인식을 치르지 않은 소녀라는 것을.

마음스타일리스트


입력시간 : 2004-05-24 15:42


마음스타일리스트 cometyo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