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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티셔츠
자유와 젊음, 개성을 입는다
속옷서 겉옷으로 발전…값싸게 멋 부리기 강점 대중에 어필


“즐겨 입는 옷이요? 청바지에 티셔츠죠.” 패셔니스타(패션 감각이 뛰어난 스타)들의 한결같은 답변. 평범함을 가장한 스타들의 무심한 대답처럼 어디에 코디해도 ‘성격 좋은’ 캐주얼 아이템 티셔츠. 무던하지만 특별한 티셔츠, 티셔츠의 자유로운 변신의 역사와 현재.



- 티셔츠는 캐주얼웨어의 스테디셀러

캐주얼웨어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티셔츠. 티셔츠는 사실 속옷이다. 노동자들의 작업복이었고 군인들의 군용 의복이었다. 몸에 꼭 맞는 소매 없는 속옷의 형태로 19세기말 레슬링 선수와 체조선수를 위한 실용적인 운동복으로도 사용돼 ‘트레이닝셔츠’라는 명칭도 얻었다. 1920년대 이미 미국에서는 티셔츠의 원형 형태의 속옷을 정장용 셔츠 속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티셔츠가 완전히 미국의 전유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생은 유럽이었다. 1890년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군함을 검열했을 때 함장은 속옷을 노동복으로 착용했던 선원들의 겨드랑이 털을 보고 여왕이 불쾌감을 느끼지나 않을까 싶어 선원들에게 짧은 소매를 속옷에 꿰매도록 지시했다 이것이 티셔츠의 첫 유래라 전해지고 있다. 이와 함께 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미군들이 전쟁 후 짧은 소매의 면 셔츠를 연합군들의 기념품으로 고향에 가져 간 것이 시초라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트렌치코트와 함께 티셔츠 또한 전쟁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1935년 티셔츠는 속옷에서 탈출해 ‘스포츠 셔츠’, ‘캐주얼 셔츠’가 됐는데 티셔츠가 겉옷으로 패션의 대열에 오른 것은 영화의 덕이었다. 60년대 섹스심벌 말론 브란도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에서 보여준 티셔츠 차림은 일반적인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꼭 끼는 티셔츠는 말론 브란도의 근육질 몸매를 돋보이게 했고 곧 야성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말론 브란도의 섹시한 흰색 셔츠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고 티셔츠는 1960년대 블루진과 짝을 이루며 젊음의 상징적인 의상이 됐다.


- 프린트 티셔츠는 민주주의 피켓

티셔츠는 형태의 변형보다도 프린트의 변형으로 역사를 만들어왔지만 발생한 후 20년간 백지의 얼굴을 고수했다. 티셔츠에 프린트가 나타난 것을 원시인들이 종족을 표시하는 문신이나 원시회화에 빗대어 문명의 시작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바로 대중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1970년 히피문화의 영향에 따라 티셔츠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의 방법으로 프린트를 시도한 것이다. 히피들에게 ‘Make love’, ‘Not war’같은 문구는 그들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알리는 피켓이었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티셔츠가 민주주의의 발판을 세우는 상징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이후 젊은이들은 티셔츠로 집단의식을 표현한다. 우상인 팝가수나 그룹들의 팬티셔츠가 유행했는데 가수들의 얼굴이나 그룹명이 프린트된 티셔츠는 소속감과 애정의 표시였다. 티셔츠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단체나 모임에 필수품으로 ‘기념품’의 자리에도 오른다. 티셔츠는 1980년대의 ‘핵무기 반대’, 1990년대의 ‘Stop AIDS’ 등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고 로고명을 커다랗게 인쇄해 광고함으로 대량생산의 대표적인 희생물로 바쳐지기도 했다. 티셔츠의 이러한 특성은 모방의 천재적인 소질을 부추겼다. 패션에서 ‘짝퉁’의 시작을 티셔츠가 연 것이다.


- 정치와 사회를 대변하는 티셔츠 프로젝트

티셔츠는 패션 아이템 중에서 가장 ‘복제’가 쉽다. 그래서 홍보물의 수단으로 자주 애용되는데 정치인들의 프로모션 활동을 직접적으로 돕기도 한다. 미국은 아예 정치적 소재의 아이템만을 파는 전문 인터넷 사이트가 있을 정도. 최근에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티셔츠가 활용돼 주목을 끌었다. 이 프로젝트는 루이비통의 수석디자이너이자 스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에 의해 디자인됐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집중 시켰다. “I ♥ Hillary”라는 택이 붙어 있는 이 티셔츠는 7가지 색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얼굴을 프린트 했는데 마치 앤디워홀의 마릴린 먼로 초상화를 떠올리게 한다. 팝스타를 아이콘으로 만들었던 작품에서 정치인을 스타화 하는 이 기법은 보는 이에게 친근감을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치인들의 홍보수단뿐 아니라 티셔츠는 시시때때로 소비자의 시각을 자극한다. 캐주얼브랜드 ‘에이엠에이치(AMH)’는 맥주 메이커 하이네켄과 공동으로 진행한 티셔츠 프로젝트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고 한다. ‘에드원’은 화가 바스키아 티셔츠를 아티스트 상품으로 전면에 내세워 주목을 끌었다. 패션지 보그걸은 창간 2주년을 기념?기념 티셔츠를 제작, 결식 청소년 돕기 기금을 마련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아베다’는 지구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티셔츠 캠페인을 벌였으며 스타들이 직접 디자인한 티셔츠를 경매 사이트에 올려 자선기금을 모으기도 했다.


- 큐트, 섹시, 로맨틱 티셔츠

올 여름 티셔츠의 유행 경향은 귀엽고 섹시하며 로맨틱하다. 그 동안 캐주얼하고 스포티한 면모를 고수했던 티셔츠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을 정도. 따라서 편하게 입는 펑퍼짐한 박스티셔츠는 NG! 지난해 유행했던 감성캐주얼의 숫자 프린트나 현란한 페인팅 무늬도 줄어들었다. 1960년대 광고나 인물 프린트가 레트로 무드를 돋보이게 한다. 또 자유로운 젊음과 휴양지의 풍족함을 표현하는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티셔츠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나이키, 푸마, 아디다스 등 가슴 한가운데 로고타입이 프린트 되거나 낙서 같은 영어문장이 쓰인 프린트 디자인은 여전히 우세. 파란색, 빨간색, 보라색, 노란색 등 원색적인 티셔츠가 늘어나긴 했지만 색이나 프린트로 승부하지 않고 티셔츠 자체의 실루엣과 변형 디자인이 많다. 프린트나 형광색의 화려한 디자인도 선호되지만 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재단과 장식이 더해져 디자인적 요소가 강하다. 원피스로 디자인된 티셔츠처럼 본래의 모습을 망각할 정도로 변형된 형태미로 거리를 누비고 있다.

앞가슴에 단추가 달려 원하는 대로 가슴을 노출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가슴이 깊게 파인 V네크라인이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이제 남성들에게 티셔츠는 개성표현의 수단이 됐다. 봄에 꽃무늬 셔츠 안에 입거나 재킷에 바쳐 입는 보조 아이템이던 티셔츠가 여름이 되면서 단벌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신체를 드러내는, 특히 가슴과 어깨 부분이 타이트한 디자인의 티셔츠가 섹시한 남성미를 드러내는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여성들은 어깨와 가슴, 허리선 모두 타이트하고 짧고 작은 디자인이 대세다. 유행에 민감한 세대들은 작은 사이즈를 찾아서 키즈나 주니어 매장을 찾을 정도다. 여성스러운 라인을 살리기 위해 가슴을 강조하거나 어깨선이 좁아보이게 재단됐다. 어깨 셔링이 잡히거나 가슴 부분에 작은 주머니가 달린 귀여운 디자인, 속옷 레이스가 가슴이나 어깨부분에 박음질 되거나 허리선 부분에 단 처리된 란제리 스타일도 인기다. 속에 입은 옷이 드러나는 레이어드 스타일도 즐겼다.


- 내게 맞는 티셔츠, 개성을 표현하라.

올 여름 티셔츠는 어깨선과 겨드랑이 넓이가 꼭 맞는 것을 고른다. 가슴이 크고 어깨가 넓은 체형이라면 어깨선이 안쪽으로 이동해 어깨가 좁아 보이며 어깨에 모자를 씌운 듯한 캡 소매로 단점을 감춘다. 가슴 앞부분에 단추 여밈이 있다면 너무 팽팽하지 않은지 확인한다. 단추 여밈 부분이 늘어나서 실제보다 뚱뚱해 보일 수 있다. 적당히 섹스어필을 하고 싶다면 가슴골 바로 위에서 둥글게 파인 배 모양의 보트네크라인이나 스퀘어 네크라인이 적당하다. 가슴 바로 아래부터 허리라인이 시작되는 엠파이어라인 티셔츠는 키를 크게 보이고 가슴을 강조한다. 어깨가 넓은 사람의 경우 주름이 많이 잡힌 퍼프소매는 어깨를 과장되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또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목선은 넓게 파인 것을 택한다.

티셔츠에는 역시 청바지가 제격이다. 대신 다리가 길어 보이는 섹시한 청바지로 한껏 여성미를 뽐내자. 티셔츠차림은 캐주얼한 분위기가 강하지만 허리와 가슴을 강조하는 디자인의 티셔츠는 로맨틱한 실크, 시폰 스커트와도 잘 매치된다. 또 여기에 여성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는 액세서리를 더하는 것도 센스 있는 코디법. 반짝이는 인조 보석류나 치렁치렁한 빈티지 장신구도 모두 어울린다.

내 손으로 나만의 티셔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허리, 소매, 목선을 잘라 그 부분을 서로 문질러 주면 낡은 느낌으로 빈티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청바지에 바람구멍을 내듯 칼로 과감하게 슬릿을 넣어 다른 색상 티셔츠와 겹쳐 입는 것도 멋스럽다. 유행이 지난 티셔츠는 여름의 필수 아이템, 슬리브리스 상의로 리폼하자. ‘배꼽티’도 직접 만들 수 있다. 소매와 목선의 조임 부분을 잘라내고 배꼽이 살짝 드러날 정도로 올려 옆에서 묶는다. 더욱 튀고 싶다면 섬유용 페인트나 펜을 이용해 자신만의 피켓을 적고, 창작한 캐릭터를 그려 넣어도 좋다. 다른 옷에서 잘라낸 색색의 천을 꿰매 붙이거나 레이스, 비즈, 단추를 부착하는 것도 단 하나밖에 없는 티셔츠를 위한 작업이다.

티셔츠는 어느 패션 아이템보다 값싸게 멋을 부릴 수 있는 아이템이다. 또 다양하게 상품화된 티셔츠는 골라 입는 재미를 준다. 모든 사상과 유행을 수용하고 복제하는 티셔츠. 브랜드로고로 가슴언저리를 장식하며 개성이라고 말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청년정신이 빠져 있는 것은 복제에 능한 티셔츠의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입력시간 : 2004-06-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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