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식단, 든든한 아침식사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신선한 야채와 빵 곁들인 푸짐한 상차림

[문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균형잡힌 식단, 든든한 아침식사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신선한 야채와 빵 곁들인 푸짐한 상차림


사람은 매일 같은 음식을 먹으면 질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입맛이란 모순적인 면이 있어서 늘 먹던 그 맛만을 추구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아침마다 국과 밥을 먹지 않으면 먹은 것 같지도 않다고 투덜거리는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이 그렇고, 모처럼 해외에 나가서도 굳이 한국 음식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병적으로 똑같은 음식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어떨까? 그것도 그 음식을 좋아해서 라기보다는 다른 음식을 먹는다는 자체가 두려워서 라면…. 오늘 소개할 주인공,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멜빈 유달은 바로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간다.

심한 강박장애에 성격마저 괴팍한 멜빈(잭 니콜슨). 몇 마디 이야기만 나눠 봐도 정이 뚝 떨어질 만큼 차갑고 예의 없는 그의 직업은 뜻밖에도 로맨스 소설가이다. 그는 길을 갈 때 보도블록을 밟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춤을 추며 걷고, 아침식사는 늘 같은 식당에서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메뉴-양쪽을 모두 익힌 달걀 3개, 소시지 2개, 베이컨 6줄-로 해야만 한다. 그나마 병균이 옮을까 두려워 포크와 나이프도 일회용 제품을 싸 들고 온다. 매일 그의 식사 시중을 들게 되는 소탈한 성격의 웨이트리스 캐롤(헬렌 헌트)은 그런 그를 ‘비교적’ 친근하게 대해 주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멜빈이 여느 때처럼 아침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그는 한가지 마뜩찮은 변화를 발견한다. 늘 그 자리에 있던 캐롤이 천식을 앓고 있는 아들의 병간호 때문에 레스토랑을 그만둔 것이다. 생활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멜빈은 캐롤을 직장에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그녀 아들의 치료비를 대준다.


- 달걀, 소시지, 베이컨 등과 다양한 요리

그러나 전혀 그답지 않았던 호의는 캐롤로부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어쨌든 이웃에 사는 게이 화가인 버델의 강아지를 돌봐주고, 캐롤의 어려운 처지를 알게 되면서 멜빈의 내면 속에 숨어 있던 따뜻한 성품이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매일 캐롤과 얼굴을 마주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음을 알게 된 멜빈은 버델과 셋이 떠난 여행에서 그녀의 마음을 얻어 보고자 애쓰는데…. 그러나 ‘꼬일대로 꼬인’ 그의 성격 탓에 결국 캐롤은 모처럼의 데이트 도중 화를 내고 뛰쳐나온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쓸쓸함에 괴로워하게 되는 멜빈. 결국 그는 직접 캐롤을 찾아가 서툰 몸짓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그는 과연 스스로를 옭아매던 강박증을 떨쳐 버리고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멜빈이 매일 아침 먹는 달걀과 소시지와 베이컨. 아마 외국 영화에서 흔히 보았을 이런 식단은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즉 영국식 아침식사에 속한다. 그러나 영양의 균형도 맞지 않을 것 같고 맛도 없어 보이는 멜빈의 식사와는 달리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는 호화스럽고 푸짐하다. 영국인들은 보통 달걀과 베이컨 이외에 신선한 야채와 과일, 오트밀, 갓 구워낸 빵, 직접 짜낸 오렌지 주스와 홍차 등으로 균형 잡히고 든든한 아침을 먹는다.

호텔 같은 곳에 가면 정식 코스로 아침식사가 제공되기도 하는데 그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오렌지 주스나 자몽 반쪽, 커피나 차가 우유와 함께 제공된다. 그 다음에는 이른 아침 쓰린 속을 부드럽게 달래주는 오트밀이나 스프, 혹은 콘플레이크가 나온다. 메인 코스로는 베이컨을 곁들인 달걀 프라이, 스크램블드 에그에 토마토, 버섯, 소시지 등이 곁들여진다. 그리고 나서 훈제 청어나 양의 콩팥으로 만든 요리, 마말레이드를 곁들인 토스트의 순서이다. 아침식사로는 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다양하고 양이 푸짐하다. 영국 요리는 맛이 없다는 것이 통설인데 이들의 아침 식사를 보면 그런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듯 싶다.


- 바쁜 생활, 점심은 간단히 해결

영국인들이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도시 근로자가 증가하고, 바쁜 생활을 하게 된 영국인들은 과거처럼 느긋한 식사를 즐길 여유가 없어진다. 점심 식사라고 해봐야 맥주 한잔이나 간단한 샌드위》?때우는 것이 고작이었다. 직장에 나가면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려웠기에 이렇게 푸짐한 아침 식사를 즐기는 것이다. 반면 점심 때 두시간 이상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인들은 토스트나 크로와상, 커피로 간단히 아침을 먹는데 이를 ‘컨티넨탈(대륙식) 블랙퍼스트’라 한다.

학교나 직장 생활로 정신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아침식사는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라고 한다. 물론 영국인들처럼 푸짐하게 아침을 먹기는 힘들겠지만 과일이나 빵 등 가벼운 식사라도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는 것은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요령이다.

입력시간 : 2004-06-16 14:0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