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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엿보기] 그녀를 길들이는 방법


그가 갑자기 연락을 뚝, 끊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그녀는 당황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오는 그였다. 사랑이 밀고 당기는 고무줄 놀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그는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런 그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바보,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은 희생을 불러 온다구. 적당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연애도 성사가 되는 법이지.”

당찬 그녀의 말에 그는 “그런 게 사랑이라면 난 하지 않을래. 사랑가지고 장난치기 싫어. 기브 앤 테이크 따지며 계산하는 속물적인 사랑 난 첨부터 노야.”

그녀는 그때 잠시 황홀하기까지 했다. 연인들의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심리를 그는 부정했다. 그러니까 그들의 사랑은 순풍 단 배처럼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채워도 채울 수 없는 게 사랑이라지만, 그녀는 언제나 늘 포화상태였다. 그의 구애가 부담스럽기도 한 반면 어느 날은 온통 그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날도 있었다.

그렇다. 그는 그녀에게 달콤한 세레나데를 들려주는 남자였다. 그녀는 어느새 그가 건 마법, ‘사랑해’ 라는 언어의 중독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그리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다만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 푹 빠지고 만 것이다. 가능한 일이다. 그녀야말로 지독한 나르시소스였기에.

그들의 사랑관계는 주종관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주종관계는 헤겔의 말대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관계처럼 언젠가는 뒤집어지게 마련이다. 방심한 그녀는 그에게 며칠 연락이 없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자신을 발견한다. 참지 못하고 전화기를 붙든 그녀.

“며칠 아팠어. 휴대폰은 고장이구. 오늘 개통하자마자 전화가 온 거야. 그동안 연락 많이 했지. 미안해.”

그가 어디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녔는지, 일부러 그녀에게 연락을 안 했는지, 그녀로선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녀는 그 순간만큼 그에게 강한 연민을 느꼈다.

남자들에게 살짝 귀뜸 한다. 당신의 애인이 말을 듣지 않고 ‘앙탈’을 부린다면 그녀를 길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녀에게 무한대의 자유를 선사하는 것이다. 방황하던 그녀는 어느새 훨훨 날아 당신의 옆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있을 테니까. 그는 남녀사이에 일어나는 관계의 미학을 알았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고수다.

입력시간 : 2004-07-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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