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두 남자 주인공의 돋보이는 패션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 개성 강한 정장 '유행예감'
[패션] 뭇 여성의 가슴을 흔드는 현대판 왕자패션 드라마 <파리의 연인> 두 남자 주인공의 돋보이는 패션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 개성 강한 정장 '유행예감'
- 패셔너블한 21세기형 왕자
순진하고 착하면, 더불어 얼굴까지 예쁘면 복 받는다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완벽한 남성형인 왕자가 구원으로 나타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동화를 읽으면서 자란 모든 여성에게 항체처럼 남아 있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달콤한 시간에 <캔디캔디>는 또 다른 필독서였다. 외로워도 슬퍼도, 주근깨 가득한 얼굴에 한방의 미소를 날리면 부자집 도련님들이 줄줄이 한 큐에 엮였다. 시험전날도 아닌데 무수한 밤을 하얗게 새게 만들었던 ‘하이틴 로맨스 소설’은 어떠했는가. 성공한 사업가에다 구릿빛 피부의 근육질 히스페닉계 백인 남성과 가진 것 없지만 이제 막 소녀티를 벗은 순진하면서도 섹시한 백인 여성의 판타스틱한 만남. 하이틴 로맨스는 비록 헛된 망상을 풋 가슴에 품게 했지만 남학생들의 필독서 ‘핫윈드’에 버금가는 성교육서이자 꿈의 교과서였다. 그러한 꿈을 먹고 자라난 여성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새로운 왕자가 등장했다. 패셔너블한 21세기형 왕자, 파리의 연인, 한기주와 윤수혁. 현대판 신데렐라, 캔디캔디의 새로운 역작 <파리의 연인>은 시작부터 화제만발이었다. 이제는 영화에 그를 뺏긴 것이 아닌가 싶었던 배우 박신양과 김정은 투 톱을 앞세워 로맨틱 시티 파리에서 그 만남을 시작한다니. <파리의 연인>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탄탄한 극본 덕분에 예상대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는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주제곡이 흘러나오고 “애기야, 하드 사줄게. 나랑 놀자”는 대사는 패러디 1순위가 됐다.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주목 받고 있는 드라마 주인공들의 패션.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이동건 두 남자 주인공들은 한 회에 서너 벌 넘게 옷을 갈아입으면서 누가 더 잘 입나 패션 쇼를 벌인다. 능력 있는 비즈니스맨에다 재벌 2세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이 몸에 배어 있는 한기주는 성격처럼 개성 강한 정장차림을 보여준다. 날씬해 보이는 연회색이나 청색의 수트, 줄무늬가 있는 흰색 셔츠까지는 보통의 비즈니스 정장 차림이지만 타이와 포켓 치프 스카프로 색깔 있음을 강조한다. 도트, 사선 줄무늬에 원색적인 실크 타이와 포켓 치프 스카프, 단단히 ‘파리 물’먹은 티를 냈다. 그런데 도대체 유러피안 스타일의 날렵 더블 버튼 재킷에 어머나 세상에! 이 한 여름 더위에 와이드 타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주스타일’은 멋지다. 회의석에 모여 앉은 조역 이사님들의 복장, 좁은 깃 재킷과 역시 폭이 좁은 넥타이가 영 구식으로 보이니 말이다. 파리의 연인에서는 한기주 말고도 또 한명의 ‘스타일리쉬 프린스’를 만나 볼 수 있다. 바로 문수혁 역의 이동건. 두 쌍의 대립 연애 구조에서 스타일에서도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는 외모를 뽐내려고 상반되는 캐릭터 패션을 고집하기 마련이다. 클래식과 캐주얼의 대비처럼. 클래식 정장을 고수하는 한기주와 대립 구조에 있는 윤수혁은 단순한 캐주얼이 아니라 ‘클래식+그런지 캐주얼’의 믹스&매치로 자유로운 극중 성격을 잘 살려내고 있다. 수혁은 극 초반 눈이 부시도록 흰 실크 턱시도 윙 칼라(깃이 하나로 연결된 칼라) 재킷에 ‘DAVID7’이 프린트된 티셔츠와 그런지 진을 매치함으로 이미 ‘트랜드 세터(유행을 만드는 사람)’의 자질을 예고했다. 낡은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와 작업복 같은 주머니가 달린 카고 팬츠를 입지만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재킷을 들춰보면 아르마니, 폴스미스, 겐조 같은 명품 라벨이 붙어 있다. 한기주와 함께 재벌 2세의 ‘비싸 보이는’ 이미지 코드는 그대로 가져갔다. 가끔 정장 재킷 안에 받쳐 입는 조끼를 티셔츠 위에 덧입기도 하면서 도심 속의 방랑자, 보헤미안 스타일을 유럽 거리패션으로부터 제대로 공수해 왔다. “기주의 회사에 입사하면서 수혁은 스타일이 변해요. 셔츠와 바지는 질샌더나 캘빈클라인같이 모노톤의 절제되고 현대적인 정장 라인으로, 재킷은 가죽소재로 캐주얼하죠. 이제까지 보여 지던 믹스&매치의 안과 밖이 교체됩니다.” 이동건의 코디네이터 정주연씬?말에 눈을 반짝이며 두 번째 왕자의 변신을 고대한다.
드라마가 뜨면 덩달아 드라마패션도 뜬다. 이제 패션은 여자들만 공유하는 아이콘이 아니지만 남자들도 드라마패션의 달콤한 영향력을 피해갈 수 없다. 꽃미남, 몸짱의 대세에 가꿀 줄 아는 남자가 사랑 받으니까. 창조적인 패션은 꿈도 꿀 수 없다면 보고 배우기라도 하자. 유럽 게이들 사이에서 시작된 ‘메트로 섹슈얼’표 꽃무늬 셔츠가 설마하니 극우보수파인 한국 남자들에게 먹힐까 싶었다. 그러나 ‘발리 효과’를 기억하는가.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이 온 도시 남성들을 핑크색 꽃무늬 셔츠의 세계로 인도했다. 눈이 즐거운 남성 캐릭터들은 이제 여배우들을 제치고 ‘트랜드 세터’ 자리를 차지했다.
<겨울 연가>의 배용준이 두 갈래로 꼰 목도리와 바람머리를,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이 감성캐주얼을 전파 시킨 것도 이에 상응한다. 그 이전에 화이트셔츠 일색이었던 사무실에 유색셔츠를 보급한 <애인>의 로맨티스트 유동근을 원조 드라마패션 리더로 손들어줘야겠다. 어찌 됐든 한기주역의 박신양은 ‘불황에는 여자들의 치마길이가 짧아지고, 남자들은 넥타이 폭이 넓어진다’는 새로운 패션학(?)을 성립한 공로가 크다. 인정하자. 브라운관이 세상을 말하고 세상을 바꾼다. 스타, 당신들이 패션의 승패를 쥐고 흔든다. 그래서 가상의 왕자들은 괴롭다. 어디서나 완벽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야 하는 박신양은 정작 “더워 죽겠다”고 말한단다. 참아주시오, 당신의 달짝지근한 대사에 걸 맞는 그럴듯한 한기주의 옷차림이 필요하다오. 제발, 찜질방 티셔츠나 삼촌 추리닝은 앞으로 절대! 입지 마시요! 기왕이면 다홍치마, ‘에르메네질도 제냐’ 스타일의 최고급 양복을 잘 차려 입은 부자집 도령, 현대판 왕자를 브라운관에서 나마 만나고픈 우리 여자들의 꿈을 깨지 말아주시오!
입력시간 : 2004-07-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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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