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12배의 가능성


후배의 미니 홈피를 방문했습니다.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몸짱 미녀, 황신혜. 오일이 듬뿍 발린 구릿빛 피부에 빨간색 비키니를 입고 있는 여배우의 사진 아래 부러움의 답글이 주르륵 매달려 있습니다. 그녀가 아름답다는 것에 반기를 들 수 없습니다. 잘 가꿔진 40대 여성의 몸매를 목격하는 일은 참을 수 없는 전의를 유발시키니까요. 물론 단 3시간을 못 가는 결심이긴 하지만요.

지난 주말, “할인권은 반드시 소모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테마파크 야외 수영장을 다녀왔습니다. ‘쭉빵’ 처자들의 비키니 물결을 어떻게 견뎌야 하나 싶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형형색색 비키니 위에 파도 풀을 타기 위해 구명조끼를 걸치고 있더군요. 그 중에도 새로 구입한 비키니 패션쇼를 자처하는 소녀들의 무리가 없진 않았지만 이미 수영장의 ‘물’은 패밀리 리조트의 대세에 밀려 있었습니다. 튼실한 등짝과 허벅지에 햇볕 한번 쏘이자고 선약 2주전부터 온 시내 옷가게 비키니에 팔다리를 끼워보는 수고가 무색해지는 하루였습니다.

황신혜의 팔 다리, ‘왕’자가 새겨진 복부를 보며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가능성을 지닌 존재들이니까요. 귀걸이를 하면 1.5배, 머리를 기르면 6배, 살을 빼면 12배가 예뻐 보인답니다. 장담할 만한 정보는 아니지만, 머리가 끄덕여집니다. 알레르기 때문에 귀걸이를 할 수 없으니 1.5배의 가능성은 날아간 셈이고, 더 이상 머리를 기를 생각도 없으니 결국 12배의 마지막 가능성을 위해 살을 빼야겠군요.

그런데 자정을 넘긴 시간, 닭다리 튀김에 맥주를 홀짝이는 생활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으니 마지막 가능성은 언제나 보류상태입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7-30 11:16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