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엿보기] 3이라는 숫자에 각별한 그녀


그녀는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다. 시험을 볼 때 헷갈리는 문제가 나오면 서슴없이 3번을 찍었고, 사다리 타기를 할 때도 언제나 세 번째를 선택했다. 3은 그녀에게 행운을 안겨주는 숫자였다. 버스를 탈 때도 세 번째 줄에 서서 탑승한 적이 많았고, 휴대폰도 세 번 울린 후에 받곤 했다. 그녀는 어느새 3이란 숫자에 익숙해져 갔다.

그러고 보니 그녀와 3이란 숫자는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녀는 딸만 셋인 집안의 셋째 딸이고, 3월 3일 태생인 그녀는 주민등록 앞자리에 3이 세 번이나 들어가기도 했다.

학교 다닐 때 그녀는 늘 3등만 해왔다. 1등과 2등을 못하는 자신에게 그녀는 ‘이건 내 운명이야’ 라고 합리화하곤 했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도 세 명이었다. 둘만 있으면 썰렁한 자리가 셋이 모이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어 그녀는 3에 안주하게 되었다.

그녀 뿐만이 아니다. 동양 사람에겐 3이란 숫자는 각별하다. 음양오행에서 1이 음이고 2가 양이면 3은 음과 양의 조화를 의미한다. 3이라는 숫자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안겨 준다. 가위 바위 보를 해도 우린 삼세판을 한다. 한번과 두 번은 우연이지만, 세 번은 인연이라는 확신을 가지며, 유교의 삼위일체는 우리의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자신의 애인을 절친한 단짝에게 빼앗기기까지 그녀는 3이란 숫자를 경배했다. 애인과 둘이 만나는 장소에 늘 친구를 불러내 3을 만든 그녀 탓이 크다. 그 후 그녀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입사시험을 보아도 후보 3번이었고, 맘에 든 남자도 알고 보니 문어발이어서 세 번째 애인이었다. 또 누군가를 세 번 이상 만날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서른을 훌쩍 넘기게 되었다. 그녀는 아직도 결혼한 커플-자신의 옛 애인과 단짝-과 셋이서 만난다.

그녀는 삼각형이 있기에 삼각관계가 생겼고 3이 폭력을 창출했다고 굳게 믿으며 33번 버스에 올라 3층 자신의 오피스텔로 들어간다. 3이란 숫자와 이별을 생각하려는 순간 시계 보니 03:03 이었다. 특정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면, 숫자는 어느새 우리 세계 속에 침투해 조용히 우리를 지배하려 든다. 지금, 시계를 보라.

유혜성 마음스타일리스트


입력시간 : 2004-08-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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