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과 전통의 영국신사가 되자품격있는 정장 갖춰입는 클래식 모드 부활더블 브레스트·와이드 타이·포켓칩으로 정통스타일 연출

[패션] 2004 가을 남성복 패션 제안
격식과 전통의 영국신사가 되자
품격있는 정장 갖춰입는 클래식 모드 부활
더블 브레스트·와이드 타이·포켓칩으로 정통스타일 연출


멋쟁이 중년신사. 몸에 잘 맞게 재단된 양복 상의는 어느 곳에서든 단추를 푸는 법이 없다. 항상 허리를 곳곳이 하고 다니며 색을 잘 맞춘 넥타이와 포켓칩도 빼먹지 않는다. 잘 다듬어진 콧수염에 중절모와 지팡이까지 갖춰야 할 것 같다. 정통 양복하면 영국을 떠올리게 되지 않는가. 올 가을, 영국신사의 전통을 입자.


- 박신양 스타일이 기본 모델

한동안 지속되었던 캐주얼화의 경향으로 무너졌던 신사복의 정통성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올해 남성복은 ‘메트로 섹슈얼’이라는 빅 트렌드로 큰 변화를 겪었다. 이제 남성복도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멋을 감지하는 시선 또한 높아졌다. 이번 가을에는 또 어떤 멋스러운 스타일이 남성들을 패셔너블하게 변모 시킬까. 훌륭한 모델이 있다. 드라마 패션 열풍을 일으킨 박신양의 옷차림이 대표적인 클래식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그럼 부활한 클래식 모드, 어떻게 입을 것인가.

전통하면 뭐든지 제대로 갖춰 입어야 한다. 말 그대로 ‘클래식’이니까. 클래식 신사복의 특징은 2버튼에 각진 어깨, 날씬한 허리선, 포켓칩 장식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체적인 선은 몸에 딱 붙는 느낌으로 옆 선이 자연스럽게 S자가 그려져야 한다. 새로 나온 정장들은 각진 어깨로 대표되는 딱딱한 스타일이 아니라 어깨 선과 허리 선이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마름질 됐다. 어깨는 약간 좁아지면서 각이 생기고, 일반 신사복 보다 허리 선이 위쪽으로 올라가 날씬하고 하체도 길어 보인다. 기존 2버튼 상의보다 단추 위치가 약간 올라간 ‘하이 2버튼’.

이 스타일은 V존이 깊고 옷깃 칼라(라펠) 폭이 좁고 길다. 특히 2버튼은 중장년층 스타일이라는 편견이 깨지면서,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2버튼과 3버튼의 믹스된 디자인이 유행할 전망이다. 상의 뒷자락의 트임도 양 옆 트임으로 몸의 실루엣을 최대한 살려낸다. 정통 영국 수트에는 트임이 없지만 활동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세련된 느낌을 위해 상의 길이도 약간 길어진 편. 바지 밑단도 길게 디자인됐다.

세세한 부분의 디자인까지 정통 영국 스타일을 따르는 것도 신경향이다. 그 예로 핸드메이드처럼 암홀(어깨부분) 즉, 겨드랑이 지점을 높게 디자인 하여 팔의 움직임을 훨씬 편안하게 한 것이나, 상의 뒷자락 트임이 양쪽으로 나있는 사이드 벤트(Side Vent) 등이 그 것.

상의 여밈이 서로 겹쳐지는 더블버튼 수트, 더블 브레스트 정장도 정통의 대열에 합류한다. 더블 브레스트는 싱글 브레스트(여밈이 겹치지 않는 일반적인 디자인)보다 경직돼 보이지만 허리선이 날씬하게 들어가 남성의 곡선미를 강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서 잠깐, 배가 많이 나온 체형이라면 허리를 강조하는 더블 브레스트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아두도록.


- 삼색 줄무늬, 갈색톤 정장이 부드러운 가을 남자로 유혹

수트 색상은 부드러운 회색보다 무게감 있는 갈색의 강세가 눈에 띄고 어두운 감색이나 검정색의 유행도 돌아왔다. 회색과 감색이 기본적인 색상이지만 훨씬 푸른 끼가 도는 감색이 주류를 이룬다. 이외에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가을 색, 갈색이 섞여 신사복의 느낌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짙은 색상 소재는 자칫 답답하고 어두운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소재나 짜임의 광택감에 따른 미묘한 차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보다 멋스럽게 연출해 낼 수 있다. 소재는 울과 실크, 캐시미어가 섞인 고급 소재들이 주를 이루는데 일반 양모보다 훨씬 가늘고 부드러운 광택이 나는 특수 고급 소재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야생 라마 비쿠나, 낙타류의 일종인 구아나코, 알파카의 털이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최고급 소재로 구분되어 있다. 유럽 명품 신사복에서 많이 사용하는 실크 100%의 수트도 많이 선보이고 있어 더욱 화려해지는 남성정장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실크 100% 소재는 은은한 광택 때문에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이밖에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코듀로이는 면 소재 외에 울이나 나일론, 캐시미어와 혼방되면서 고급스럽고 클래식한 느낌이 강조되고 있다.


- 강하고 화려해진 멀티 스트라이프

이번 시즌은 과연 줄무늬가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보여주는 듯 수많은 컬러와 여러 가지 형태의 줄무늬가 조합되어 다양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을 창조한다. 수트에 3가지 이상의 줄무늬가 들어간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셔츠와 넥타이 디자인이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정도로 화려해졌다. 광택 있는 줄무늬 수트에는 단색 셔츠, 화이트 셔츠를 받쳐 입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번 가을에는 줄무늬+줄무늬가 유행하고 있어 줄무늬 수트에 줄무늬 셔츠를 함께 입는 파격에도 도전할만하다.

정통 영국풍의 영향으로 셔츠 칼라(Collar)의 폭도 다양해졌다. 셔츠는 폭에 따라 와이드, 세미 와이드, 레귤러가 있는데, 레귤러 셔츠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영국풍의 영향으로 와이드 칼라와 세미 와이드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로 다소 파격적인 와이드 스타일보다 세미와이드가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넥타이는 클래식 스타일의 영향으로 폭이 넓어졌다. 타이는 단순한 줄무늬보다 간격이 넓고 큰 멀티 스트라이프나 원 포인트 무늬가 유행이다. 여기에 톡톡한 느낌으로 표면 감을 주는 무늬가 반복되는 올 오버 패턴의 넥타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 오버 넥타이도 정통 영국풍 클래식 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급부상한 아이템. 와이드 타이를 선택할 때 주의할 점은 목이 굵은 편인 사람은 V존에 시선이 집중되는 너무 화려한 와이드 타이는 단점을 강조하는 꼴이니 피하는 게 좋겠다.

구두는 바지폭이 넓어지면서 코끝이 둥근 라운드형 광택구두가 유행한다. 복고 무드에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광택 소재가 어울리기 때문이다. 구두 색상 또한 갈색 계열이 강세로 검은 구두만 고집하지 않도록 하자.

▲ 포켓칩 활용하기

클래식 룩에 포켓칩도 빼먹지 않아야 한다. 포켓칩을 꽂지 않으면 준비가 덜 끝난 것이라 할 만큼 포켓칩은 원래 수트에 빠져서는 안 되는 필수품. 보수적인 한국 남성들의 양복에는 장식을 배제해야 한다는 고집이 있다. 그래서 포켓칩은 신랑 예복에서나 볼 수 있었는데 이 신랑 예복용 포켓칩 자리에도 꽃을 꽂는 등 엉뚱한 용도로 사용되기 일쑤였다.(장식용 꽃은 양복 왼쪽 깃에 있는 구멍에 꽂는 것이 올바르다.)

남성 정장 가슴팍 포켓은 꽃이나 펜 꽂이 주머니가 아니라 바로 장식용 수건인 포켓칩의 자리다. 또 손수건을 의미하는 행거칩과도 구분해야 한다. 따라서 포켓칩을 꺼내 땀을 닦거나 하는 실수는 금물.

전통적인 포켓칩의 색은 흰색이거나 가장자리에 색이 약간 들어간 단색이었다. 이제는 색상과 패턴에 감각적인 멋을 위해 다양한 색상과 패턴이 이용되고 있다. 올해는 넥타이와 포켓칩이 보색이 되도록 매치하는 것이 포인트. 주황색 넥타이〈?파란색 포켓칩을, 노란색 넥타이에는 보라색 포켓칩을 선택한다. 너무 튀는 스타일이 부담스럽다면 넥타이와 포켓칩을 비슷한 색상으로 연출한다. 포켓칩은 넥타이처럼 다양한 무늬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단색을 고르는 것이 부담이 없을 듯. 단색이 밋밋하게 보이면 소재 자체에 무늬 있는 짜임이 있는 소재를 택한다. 소재는 광택 있는 실크소재를 택하고 풀을 먹여 약간 빳빳한 것이 모양 잡기에 좋다.

포켓칩 꽂는 방법은 정삼각형을 삼각형으로 두 번 접어 각이 보이게 꽂거나 가장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주름을 잡아 꽂는 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이밖에 네모 반듯하게 접어 꽂거나 트라이앵글처럼 삼각형이 위쪽으로 오게 장식하기도 하는 등 형식에 억메이지 말고 자유롭게 연출해 보자. 단 너무 높이 올라온 포켓칩은 광대처럼 보일 수 있으니 4센티미터 이하로 높이를 조절하도록.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09-08 13:27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