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공짜로 멋 부리기


지방에서 올라와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C. 취업이 어려워 근근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는 C에게 고민이 생겼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부자집 딸 K의 명품 취향을 자신과 비교하며 좌절감이 생긴 것입니다. K는 몇 백 벌의 옷을 갖고 있고 철마다 새로 사 입는 옷이며 가방이며 구두며 눈이 휙휙 돌아갈 지경이랍니다.

얼마 전 C가 갖고 싶었던 브랜드의 원피스를 K가 샀다길래 잡지에서 보니 80만원. K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니 예약해야 구할 수 있는 한정품에다 가격은 200만원 상당이었답니다. 취직 걱정에 찌든 C로서는 턱도 없는 사치품이죠.

C의 쇼핑은 지난해 가을 취업을 위해 10만원 정도 하는 정장 한 벌을 산 게 마지막이었습니다. 2년 전 길에서 2만원 주고 산 가방은 어느새 헤어져 버렸고 여름 내내 신었던 샌들도 구두방에서 2,000원 주고 고쳐 신었답니다. 그것도 “신발은 신고 다녀야지…”라는 친구의 핀잔으로 하는 수 없이 임시 조치한 것이랍니다. C의 방안 행거에는 몇 장의 티셔츠와 바지, 유행이 지나도 한참 지난 치마, 3년 된 속옷은 닳아서 기워 입어야 할 지경입니다.

주변에서 비싼 브랜드의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을 신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C처럼 주눅들 때가 있습니다. 철마다 새 옷을 사 입어야 ‘럭셔리’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돈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비싸 보이는 옷차림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

방법은 리폼 스타일. 밋밋한 검정색 정장 재킷에는 포장하고 남은 리본과 조화를 이용해 커다란 코사지를 만들어 답니다. 이 코사지는 가방이나 구두에 달아도 됩니다. 셔츠, 니트에도 멋을 부려 볼까요? 헌 옷에 달려 있던 색색의 단추나 반짝거리는 장식물을 다세요. 플라스틱 반짝이 장식은 동대문 부자재 상가에서 몇 백 원이면 살 수 있죠. 비록 구멍난 팬티를 입고 있더라도 내 손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옷으로 가을멋쟁이기 되자고요.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10-08 11:22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