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플라워 디자인


남자친구와 사귄 지 100일, 결혼한 지 3년, 시부모님의 생신 등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 당신은 어떤 꽃을 고르는가? 온갖 색깔이 뒤섞여 통일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칵테일 꽃다발? 아니면 천편일률적으로 빽빽이 꽂힌 장미꽃 100송이? 그것도 아니면 개업식 날 입구에 줄줄이 서있는 양란? ‘차라리 그 돈을 나한테 주지…’라는 푸념을 듣고 싶지 않다면 이제 안목을 높여 센스 있는 꽃다발을 선물해보자.

▲ 파티문화, 해외 유명 플라워숍 오픈으로 주목받는 플라워 디자인

로맨틱한 선물의 대명사인 꽃 선물도 요즘은 풍속도가 달라졌다. 꽃 한 송이를 선물하더라도 플로리스트가 디자인하는 플라워 숍에서 구입한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개성 있는 꽃다발이 받는 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플로리스트(Florist)’란 플라워(flower)와 아티스트(Artist)의 합성어로, 꽃을 이용해 공간연출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플라워 스튜디오 ‘룩소(LUXOR)’의 고담호 실장은 “파티 문화가 발달하고 해외 유명브랜드들이 들어오면서 플로리스트의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어요”라며 “서울 청담동 일대에만 30~40개의 플라워 숍이 있으며 계속 생겨나는 추세”라고 덧말한다.

사실 동양식 꽃꽂이의 역사는 45년 정도. 최근 유행하는 서양 스타일은 1960년대 후반에 들어왔지만 대중화되지 않다가 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세계 화예디자인 경연대회’를 치르면서 본격적으로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KBS 드라마 ‘여름향기’ 여주인공의 직업이 플로리스트로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서양처럼 꽃 사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 어울리지 않는 일” “외국물 좀 먹고 파티 좋아하는 돈 있는 자의 호사스러운 취미에 불과할 뿐”이라는 쓴 소리도 있지만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플라워 숍과 플로리스트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 꽃에 대한 사랑만 있으면 누구나 플로리스트

플라워 디자인은 전문 학원이나 해외유학 등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특별히 직업으로 하지 않을 예정이라면 일상 속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다. 친구들이랑 자정까지 수다를 떨고도 헤어지기 아쉽다면 새벽 2시에 양재동 꽃시장에 가보자. 사람구경, 꽃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미 탐스런 꽃 한 단이 손에 쥐어져 있다. 또한 취미로 배우려는 이들을 위해 ‘1일 수강’을 개설한 학원이 있으므로 경제적, 시간적 부담 없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

고 실장은 “꽃을 좋아하고 늘 가까이에 두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플로리스트라고 생각해요”라며 “꽃에 관심을 갖고 나만의 스타일로 꾸미면 누구나 플로리스트가 될 수 있어요. 어렵지 않죠?”라며 웃는다. “대신 플로리스트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꽃에 대한 사랑과 감각을 잃지 말아야 해요”라고 강조한다. 패션이나 인테리어, 미술 등 모든 사물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자신의 플라워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실험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그녀는 플로리스트의 매력에 대해 “장미 100송이가 있으면 사람처럼 그 얼굴이 모두 다르거든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만지느냐에 따라 꽃의 모습이 바뀌는 것 같아요”라며 “매일 작업복 차림에 밤샘 작업이 많아 육체적으로 힘들긴 하지만 내가 만든 꽃다발이 누군가에게 평생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고 생각하면 또 다시 힘이 납니다”라고 말한다.

▲ 집안을 꽃으로 물들이자.

플라워 디자인을 처음 시작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꽃으로 비슷한 색끼리 2~3개씩 모아서 꽂으면 실패 확률이 적다. 계절에 맞추어 소국, 갈대, 꽈리 등을 구입해 집안 분위기를 가을로 꾸미거나, 사계절에 잘 어울리고 꽃보다 생명력이 긴 레몬 잎이나 러스커스 등 녹색 소재를 이용하는 것도 실용적이다.

수확의 계절이니 가을의 풍성함을 집안에 옮겨보는 것도 좋다. 석류, 모과, 로즈힙 등의 가을 열매를 비롯해 사과, 파프리카, 파인애플, 키위 등의 과일을 이용한 꽃꽂이를 현관입구나 거실, 식탁에 놓아보자.

작은 열매는 가지째 꽂고, 석류나 모과처럼 표면이 예쁜 과일은 통째로, 가지나 키위처럼 속이 더 예쁜 종류는 조각을 내서 꽂으면 된다. 단, 식탁에 올릴 때에는 향기가 진하지 않은 것을 선택한다. 향이 너무 진하면 음식 맛을 빼앗기 때문. 오렌지나 옐로컬러가 식욕을 증진시키기 때문에 좋고, 시야를 가리는 커다란 꽃병보다는 작은 물 컵을 였으랜였肉淪求?것도 방법이다.

침실에는 넓은 화병에 물을 넣고 코스모스나 단풍을 담고 양초를 띄워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보자. 이렇게 하면 그냥 화병에 꽂아두는 것보다 오랫동안 꽃을 즐길 수 있다.

플라워 디자인은 보기에도 좋지만 건강에도 유익하다. 산세베리아나 벤자민 등은 새집증후군을 없애주고 공기를 정화시키는 기능이 알려지면서 그 수요가 급증했고, 난방이 필요한 계절에는 물이 담긴 화병이나 오아시스(물을 빨아들일 수 있는 스펀지로 식물을 꽂아두는데 사용된다)가 실내를 건조하지 않게 하는 가습기의 역할도 한다.

TIP - 절화 오래 보관하기

1. 꽃은 구입 후 빠른 시간 안에 포장을 풀러 꽃에게 숨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준다.
2. 꽃을 자를 때는 물 속에서 자른다. 줄기 안으로 공기가 들어가는 것을 막아 물 흡수에 좋다.
3. 물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고 이틀에 한번씩 갈아준다.
4. 절화 생명 연장제와 같은 플라워 푸드를 사용하는 것도 꽃의 싱싱함을 오래가게 하는 방법.



** 도움말 및 자료제공 : 플라워 스튜디오 LUXOR(www.studioluxor.com)

김세나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1-11 16:50


김세나 자유기고가 senar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