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보이지 않는 계급


우리는 왜 외출할 때 옷차림에 신경 쓰는 걸까요? 바쁜 시간 탓에 잘못 입고 나간 옷 때문에 하루를 망치는 경우도 있으시죠? 단순히 주변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값비싼 옷을 입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 걸까요?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편인데요, 지난 주 모 방송국에서 중국의 음식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더군요. 음식으로 계급이 나눠진다는 중국사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재료와 맛의 차이야 있겠지만 광동오리요리가 2천원부터 5만원까지 차이가 나더군요. 한 끼 식사비용으로 몇 백 원부터 몇 백 만원까지 소비하는 모습은 중국의 빈부격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길가에서 흰 빵과 죽으로 한 끼 식사를 때우는 하층계급은 돈이 있다고 해도 절대 식당요리를 사먹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식생활이 곧 계급이고 또 그런 계급 차이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사회에 대한 한탄이나 독설 없이 당연한 일로 여기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항상 ‘패션’이 영화처럼 누구나 즐기는 부담 없는 오락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느껴진 바가 있었습니다. 원단세일을 하는 지인의 이야기. 똑같은 원단으로 어떤 옷은 동대문표 옷이 되고 또 어떤 옷은 유명메이커 옷이 되어 100배가 넘는 가격차로 백화점에 내걸린다는.

옛날에는 메이커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예를 갖춰서 입어야 할 옷가지들을 제대로 차려 입었느냐를 따졌죠. 산업화가 되고 유통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왕정시대와는 다른 계급이 생겨났고 돈이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계급이 ‘옷’에 새겨집니다. 평등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옷에 붙은 ‘이름’으로 상대를 낮추고 높이는 ‘계급’ 짖기의 시선을 떨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4-11-30 11:24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