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에 사랑까지 듬뿍 얹은 디저트초콜릿·과일 등 다양한 재료 이용, 일요일 등의 의미로 '선데'라 불러

뮤지컬 영화<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아이스크림
[문화 속 음식기행] 달콤함에 사랑까지 듬뿍 얹은 디저트
초콜릿·과일 등 다양한 재료 이용, 일요일 등의 의미로 '선데'라 불러


“만일 나의 영화가 한 사람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면, 나는 내 일을 했다고 느낄 것이다."

영화배우 겸 감독 우디 앨런은 코미디 영화 한 편도 ‘우울하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왜소하고 보잘 것 없는 외모와 유태인이라는 콤플렉스는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작품에 영향을 준다. 그러던 그가 지난 1996년에는 마냥 행복한 뮤지컬 영화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yone Says I Love You)’를 내놓았다. 그의 갑작스런 변화는 나이 탓일까, 아니면 젊은 새 부인 탓일까.

영화는 뉴욕 파크 에비뉴에서의 1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0대 소녀인 듀나(영화 속에서는 DJ란 애칭으로 불린다)는 재혼한 엄마 스테피(골디 혼)와 새 아버지 밥(앨런 알더), 그리고 의붓형제를 포함한 형제들과 할아버지 등 대가족 틈에서 살아간다. 개성 강한 이들 가족의 일상은 조용할 날이 없다.

친아빠 조(우디 앨런)는 애인과 헤어질 때마다 상심하여 밥과 스테피를 찾아 오고, 언니 스카일라(드류 베리모어)는 성실한 약혼자 홀덴(에드워드 노튼)을 두고 흉악범과 사랑에 빠진다. 집안에서 유일한 공화당원인 의붓 남동생과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할아버지 역시 끊임없는 소동을 일으킨다.

사랑으로 가득 찬 우디 앨런 영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10여 쌍의 커플은 각기 다른 빛깔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는 듀나의 도움으로 매력적인 유부녀 폰(줄리아 로버츠)과 연애를 하게 되지만 환상이 충족된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만다. ‘운명적인 사랑’에 마음을 빼앗겼던 스카일라는 우여곡절 끝에 홀덴의 곁으로 돌아온다. 듀나 역시 아빠를 따라 베니스에 왔다가 곤돌라 사공과 사랑에 빠진다. 겨울이 찾아오고, 폰에게 실연당한 조는 파리에서 옛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는데….

더 이상 사랑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친구가 된 스테피와 조는 연애 시절을 회상하며 아름다운 춤을 춘다. 어쨌든 모두가 행복해지고, 모두가 사랑한다는 결론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다소 촌스러운 복고풍 노래들과 곳곳에 등장하는 만화 같은 장면들은 유치한 듯 하면서도 보는 이를 즐겁게 만든다. 외롭거나 우울한 기분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행복으로 가득 찬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 관객을 가장 먼저 웃게 만든 장면은 홀덴이 프로포즈를 위해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놓은 반지를 스카일라가 성급하게 삼켜 버리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시럽 초콜릿 과일 등을 얹은 아이스크림은 흔히 ‘선데(Sundae)’라고 불리는 특별한 디저트이다. 푸짐한 식사를 즐기는 미국인들은 아이스크림 하나도 그냥 먹기는 심심한지 여러 가지 토핑을 얹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왜 하필 아이스크림에 ‘선데’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선데의 원조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유명한 설은 위스콘신주의 ‘투 리버스(Two Rivers)’라는 시골 식당에서 단골 손님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소스를 뿌려 달라고 주문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메뉴는 일요일에만 특별히 판매되었기 때문에 일요일과 발음이 같은 ‘Sundae'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버지니아 주 노포크에서는 다른 설도 있다. 엄격하게 안식일을 지키던 19세기 무렵, 마을 식당의 주인들은 일요일에 술 대신 손님에게 내놓을 만한 것을 찾다가 아이스크림에 딸기와 과일즙을 얹어 팔았다고 한다. 철자를 ‘Sunday'가 아닌 ‘Sundae'로 한 것은 신성한 안식일을 존중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가정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어
기원설 만큼이나 선데의 종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들자면 뉴욕 이타카에서 한 목사가 최초로 맛보았다는 ‘체리 선데’가 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체리 시럽을 뿌리고 위에는 설탕에 절인 체리로 장식한 것이다. 또한 바나나를 곁들인 ‘바나나 스플릿’, 초콜릿과 커피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골드러쉬’, 따끈한 브라우니를 얹은 ‘셀레브리티 브라우니’ 등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패스트푸드점이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여러 종류의 선데를 판매하고 있지만 간편하게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좋다. 흔히 선데를 만들 때 이용되는 재료로는 각종 과일 시럽이나 초콜릿, 땅콩ㆍ호두 같은 견과류, 오레오 쿠키나 웨하스, 그리고 딸기ㆍ체리ㆍ복숭아 등의 과일류가 있다.

참고로 선데를 먹을 때 흔히 곁들여져 나오는 과자는 한번에 먹지 말고 아이스크림과 번갈아 가면서 먹는다. 입안이 너무 차가우면 아이스크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므로 과자로 입안을 진정시켜 주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1-19 18:57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