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칼럼] ‘해신’의 여인들, 21세기 패션을 추구하다?


드라마 ‘해신’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액션신, 과장된 감이 있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선이 돋보이는 의상과 장신구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장고보가 활약하던 시대는 통일신라, 장보고의 주 활약지역은 당나라인데 여자 연기자들의 액세서리가 현대판이었기 때문입니다. 채시라, 수애, 채정안의 목과 귀에 걸린 장신구들이 요즘 유행하는 비즈 액세서리입니다.

수수한 차림의 수애나 채정안과 달리 자미부인역의 채시라는 통일신라 진골 귀족 신분으로 겉모습도 화려합니다. 미모와 지략을 겸비한 인물로 부와 권력을 탐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표독함도 지닌 악역이어선지 화려한 옷차림과 화장, 장신구가 돋보이는데요, 여장부다운 카리스마를 위해서라지만 ‘오버’가 좀 심합니다. 둥글게 말아 올린 머리에 스팽글 머리띠를 하지 않나, 프랑스식 샹들리에 귀걸이를 하지 않나, 수입 액세서리 브랜드 ‘로라 자피(Laure Japy)’의 목걸이와 귀걸이, 팔찌를 세트로 걸고 나왔을 때는 어이가 없기까지 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자료를 찾아봤죠. 역시나 그 시대 비즈 액세서리가 있었을 리 만무하죠. 신라는 금과 옥의 출토가 많았고 요즘처럼 다양한 보석을 생산하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각까지 살린 보석을 달다니! 자료는 금과 옥을 주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보여 줍니다. 특히 신라 시대에 금세공이 발달해 작은 금속 조각을 두드려서 섬세하게 문양을 넣고 금실과 금 알갱이로 장식했답니다. 구슬을 끼운 비즈 공예 기법이 있기는 하지만 금실에 금조각과 옥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들었습니다. 자료 사진을 보니 옥을 연결한 ‘옥류연결’ 목걸이는 염주처럼 굵은 알이 엮여 있네요. 현대판 역사극을 만들면서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너무 ‘멋 부리기’에 치중한 것 아닌가요?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1-24 16:16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