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격류를 타고 스타일은 흐른다대중음악의 탄생과 함께 움튼 패션, 10대 문화에 지대한 영향 미쳐
[패션] 대중음악과 패션 음악의 격류를 타고 스타일은 흐른다 대중음악의 탄생과 함께 움튼 패션, 10대 문화에 지대한 영향 미쳐
청소년 시절 한 번쯤은 음악에 미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주자와 가수를 흠모하며 장발을 하고 청바지에 가죽 재킷을 입었던. ‘서태지와 아이들’ 때문에 상표를 떼어내는 수고를 덜었고, ‘이효리’ 덕분에 배꼽티도 부끄럼 없이 입게 됐다. 뮤직 스타와 함께 한 추억과 패션 이야기. 1980년대 봄 소풍 유원지에 모여든 중ㆍ고등학생들을 박수치고 들뜨게 했던 것은 디스코 바지를 입고 한 손에는 흰 장갑을 끼고 뒷걸음치던 친구들이었다. 그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마이클 잭슨을 따라 하기 위해 멀쩡한 청바지 폭을 좁혀, 정말 우스꽝스러운 디스코바지를 입고 다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몇 해 뒤엔 힙합 바지의 넓은 아랫단을 감당 못해 고무줄을 끼우고, 심지어 운동화 굽에 압정을 박아 질질 끌고 다녀야 했다. 대학시절이었던 1990년대 초반에는 헤비메탈에 빠졌다. 항상 이어폰을 꽂고 다녔고 뮤직비디오 감상실을 드나들었다. 자연히 옷차림도 과격해져서 찢어진 청바지와 금속 장신구를 즐겨했다. 10~20대 즐겨했던 옷차림을 떠올려 보면 당시 유행했던 대중음악과 연관이 資?것을 알 수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나 비틀즈의 음악이 추억이 깃든 고전이 된 것처럼 그들의 패션스타일도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대중음악과 함께 그들이 유행시킨 옷차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시대상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로큰롤의 태동, 모즈룩의 대중화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20세기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음악인은 바로 비틀즈다. 영국 노동자 계급 출신의 비틀즈는 미국의 록과는 다른 음악을 추구했다. 긴 머리와 가죽 의상으로 과격한 무대를 펼쳤던 미국의 록 뮤지션들과 달리, 비틀즈는 소년처럼 귀엽고 말끔한 모습으로 미국 사회에 큰 동요를 일으켰다. 그들의 밝고 쾌활한 모습과 발랄하고 다정한 음악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비틀즈는 케네디 대통령의 죽음과 엘비스의 군입대로 침체된 미국 사회에 영국 바람을 몰고 왔고 일명 ‘비틀즈룩’으로 불리는 ‘모즈룩’을 대중화 시켰다. 젊은 멋쟁이들을 가리키는 모즈룩은 현대적인이란 뜻의 ‘모던(modern)’‘을 이용한 조어로, 1950~60년대 중반까지 노동 계급 중심의 청년 하위 문화를 주도했다. 유럽풍의 타이트한 슈트, 흰색 셔츠, 넥타이를 맨 옷차림은 로큰롤을 재해석한 독특한 음악 세계와 함께 독창적인 패션 스타일로 완성됐다. 모즈족의 유행에 대해 미국의 선데이 타임즈는 “미국의 스타일을 끝났으며, 패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수입의 절반은 의복비로 써야 한다”는 기사로 영국 패션의 영향력에 대해 전했다.
모즈룩에 반발, 히피룩 탄생 신들린 기타 연주자 지미 헨드릭스는 인디언처럼 깃털 장식에다 헤어 밴드를 하고 현란한 장식과 부적, 반다나, 부츠, 동양풍의 옷차림으로 히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백인 여성이면서 블루스 창법을 구사한 록 가수 제니스 조플린은 머리에 꽃을 꽂고, 둥근 안경을 쓰고 유럽 농부들이 입었던 페전트(peasant) 블라우스를 즐겨 입었다. 페스티벌의 형태로 열렸던 이들의 공연은 자유 연애와 마약, 집단 생활 등 히피즘을 빠르게 확산시켰다.
저항과 섹시의 상징 펑크룩 펑크룩의 창시자 패션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섹스’라는 의상실을 열어 펑크록 그룹과 그들의 추종자들에게 펑크룩을 전파했다. 펑크룩은 일부러 옷에 구멍을 내거나 찢어 입고 가죽과 금속 장식, 지퍼, 그물망 스타킹, 짙은 화장과 총천연색으로 염색한 닭 벼슬처럼 추켜세운 머리와 피어싱으로 혐오감을 줬다. 국기와 영국 왕가에 대한 모독을 소재로 삼기도 했고 남성이 스타킹이나 치마 등 여성 의류를 입는 등 성도착자의 흉내를 내기도 했다. 심지어 나치즘의 상징물을 소재로 삼기도 하는 등 사회 전복을 조장하는 가장 과격한 패션으로 손꼽힌다. 펑크가 사회를 파괴하고자 했다면 글램록은 성(性)의 경계도 파괴한다. 데이비드 보위로 대표되는 글램록은 번쩍거리는 의상과 화장, 과장된 머리 모양 등으로 과장된 시각 효과를 냈다. 보위가 남성이면서 여성의 차림을 흉내 낸 것은 당시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후 1984년 말 등장한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 룩도 성 파괴의 한 장르다. ‘자웅동체’, ‘양성공유’란 뜻을 지닌 앤드로지너스는 여성이 남성의 의복을 착용하고 반대로 남성이 여성 의복을 착용함으로 색 다른 미를 표현한 것이다. 여자처럼 꾸민 보이 조지와 짙은 화장을 한 프린스가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앤드로지너스 룩은 이후 남녀 공용 의복, 유니섹스 캐주얼의 시초가 됐다.
마돈나의 란제리 룩, 속옷의 겉옷화 1980년대를 뒤흔든 또 다른 팝 스타는 마돈나. 마돈나의 음악과 패션은 순응적이며 소극적인 여성상을 뒤집고 욕구에 대해 솔직해 지자는 주장을 자신의 음악에 담았다. 창녀처럼 꾸미고 등장한 마돈나는 저급 문화를 지향하면서도 하이 패션과의 적극적인 만남으로 하이 패션의 대중화를 추구한 인물이다. 프랑스의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마돈나를 위해 제작한 고깔 브래지어는 속옷을 겉으로 드러낸 충격적인 패션이었다. 그녀의 속옷 패션은 속옷의 겉옷화, ‘란제리 룩’의 한 장르로 안착됐다.
신세대 사로잡은 힙합패션
과감하고 도발적인 섹시스타일의 팝스타들 대중 음악은 10대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며 우상이다. 접근이 쉽고 자극적인 대중 음악의 코드가 유행을 창출시키는 역할을 해 왔고 그 영향력은 패션에까지 손을 뻗었다. 뮤지션들은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한다. 눈과 귀를 자극하는 그들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이유, 그것은 대중 음악과 패션 모두가 변화무쌍한 유행의 ‘메신저’이기 때문 아닐까.
입력시간 : 2005-01-2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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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