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의 따뜻한 일상 그리기차갑게 해서 먹는 프랑스식 수프, 각 장마다 다양한 요리 등장
무라타 준코 만화 <행복의 테이블> 비시소와즈 [문화 속 음식기행] 테이블 위의 따뜻한 일상 그리기 차갑게 해서 먹는 프랑스식 수프, 각 장마다 다양한 요리 등장
파리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코카콜라를 주문한 미국인 손님을 쫓아냈다는 일화가 자랑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음식 문화에 있어 세계 일류로 알려진 프랑스인들이니 만큼 그 자부심(나쁘게 이야기하자면 오만함)도 하늘을 찌른다. 이런 까닭인지 프랑스식 레스토랑 하면 항상 정장을 빼 입고 ‘우아하게’ 식사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만화 ‘행복의 테이블(무라타 준코 지음)’에 등장하는 프랑스 레스토랑은 다르다. “우리는 손님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모든 분들이 기분 좋게 드실 수 있습니다.”
레스토라아에서 벌어지는 사람들 이야기 보통의 요리 만화들처럼 ‘행복의 테이블’ 역시 각 장마다 비시소와즈, 포토푀, 와인과 치즈 등 다양한 요리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흔히 등장하는 대결 구도나 드라마틱한 사연 대신 일상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크고 작은 일들이 주를 이룬다. 작가는 부모의 사업 실패로 실의에 빠진 대학생,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여자 등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님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억지 눈물이나 웃음을 자아내지 않는 점이 요시나가 후미의 ‘서양 골동 양과자점’과 닮았다. 다만 줄거리가 너무 짧은 탓인지 개성 강한 레스토랑 식구들의 면면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음식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는 1권에 등장하는 ‘비시소와즈’ 편이다. 연인에게 잘 보이려고 프랑스 요리에 대해 해박한 척 하던 한 남자는 어설픈 지식이 탄로나 오히려 세이라에 의해 망신을 당한다. 손님의 ‘무식함’을 지적했던 세이라는 곧 후회를 하고 두 사람을 다시 레스토랑으로 초대하게 된다. 그러나 세이라가 사과의 뜻으로 마련한 자리에서 연인은 세련됨을 가장하기보다 고향 이야기를 즐겁게 하는 그의 모습이 훨씬 좋다고 고백한다. ‘비시소와즈’는 차갑게 해서 먹는 프랑스식 수프를 말한다. 정식 코스 요리에 수프를 내 놓는 일이 많지 않은 프랑스 인들은 보통 수프를 간단한 식사나 간식용으로 먹는다. 비시소와즈는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듬뿍 든 야채 덕에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먹으면 기운이 나게 해 준다.
서양 대파 '리크'가 주재료 리크는 지중해 연안 원산의 식물로 파와 비슷하지만 보다 굵고 짧은 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부드러운 맛을 낸다. 다만 가정에서는 재료를 구하기가 번거로우므로 보통 대파를 사용해도 된다. 혹시 만화에서처럼 비시소와즈에 어울리는 국산 파를 찾아 낸다면 더 좋겠지만.
입력시간 : 2005-03-16 17:46
|
정세진 자유기고가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