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일 등 자연의 향이 적합, 계절에 따라 선택 달라져

[패션] 향수, 당신만의 향기로운 봄을 유혹하라
꽃·과일 등 자연의 향이 적합, 계절에 따라 선택 달라져

열정적인 리오 카니발에서 영감을 얻은 섹시한 프루티 플로랄 향. 에스까다 '로킨 리오'

향기는 옷차림과 함께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향기의 기억은 오래 남는다. 인간의 후각은 다른 감각 기관에 비해 먼저 발달한 기관. 뇌와 직접 연관된 유일한 감각인 후각을 통해 뇌에 전달된 이미지는 다른 감각 기관의 이미지보다 강렬하게 인상 지워지는 법. 따라서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는 향수만한 것이 없다. 당신에게는 자신을 대표할만한 향기가 있는가?

미인들에게는 자신만의 향이 있이 있었다. 침략자 로마의 두 권력자를 사로잡은 클레오파트라는 온갖 종류의 향으로 영웅들을 매혹했다. 목욕 후뿐 아니라 손을 씻을 때도 향유를 사용했고 왕관에는 향로를 달았다. 안토니우스를 유혹한 침실은 무릎이 빠질 정도로 장미꽃잎이 가득했고, 벽에는 장미를 넣은 망사 주머니를 매달고 클레오파트라 자신은 장미유를 띄운 물에 목욕하고 온몸에는 장미 향수를 뿌렸다고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미녀 양귀비는 향을 바르는 것도 모자라 향을 환약으로 만들어 삼킴으로 자신의 몸을 방향제로 삼았다. 또 침향과 단향 나무 목재와 유황이나 사향을 바른 벽 등 향이 나는 재료로 만든 거처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는 잠잘 때 샤넬 No.5만 입는다는 말 한마디로 샤넬의 향수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화장대에 몇 개의 향수가 있다. 샤넬의 알뤼르, 카사렐의 아나이스 아나이스, 크리스챤 디오르의 쁘와종, 불가리의 옴니아, 살바도르 달리의 달리심므, 랄프로렌의 로맨스우먼 등. 우아하게 차려 입었을 때는 알뤼르를, 도회적이지만 여성스러워 보이고 싶을 때는 옴니아를, 생기 있는 모습이고 싶을 때는 달리심므를, 여름날 연한 꽃향기를 즐기고 싶을 때는 로맨스우먼, 지쳤을 때는 아나이스 아나이스를 뿌린다. 그런데 내 손으로 구입한 향수는 하나도 없다. 그래서인가 아직까지 ‘나’를 대표할 향기를 찾지 못했다. 향수는 ‘선물용’이란 느낌이 강하다. 향수 판매가 크리스마스, 발렌타인 데이처럼 선물 시즌에 집중돼 있는 것을 알면 더더욱 그렇다. 나를 찾아 가는 길, 향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보자.

5,000 여년 전부터 향료 사용
인류가 향료를 처음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5,000여 년 전으로 처음에는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신에게 바칠 제물을 태울 때 나는 악취를 덮기 위해 방취제로 향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의식을 행할 때 향을 피웠고, 높은 신분의 사람이 죽었을 때 향료의 강한 방부 작용을 이용해 시체를 보존했다고 한다.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와서 향료는 치장용품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 시대의 귀족들은 장미로 실내를 치장하고 장미향을 물에 띄웠고 요리와 술을 담글 때도 좋은 향을 내기 위해 장미를 애용했다. 오늘날과 같은 향료의 시초는 19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산업혁명 덕에 합성 향료를 제조하는 기술이 발달하자 저렴한 가격에 향수를 구입할 수 있게 되었고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20세기에 들어서 향수는 여성들의 장식품이 되었다. 1921년 패션디자이너 코코샤넬에 의해 ‘샤넬 No.5’가 탄생하면서 향수는 패션 아이템으로 등급한다.

향수의 재료는 자연이다. 1㎜의 원액을 얻기 위해 수천 송이의 꽃을 녹이기도 한다는데 향수의 원액을 얻는 데는 양초법과 증후법이 쓰인다. 양초법은 고체로 된 동물성 기름 위에 여러 가지 향을 가진 꽃들을 한 잎 한 잎 올려 향이 스며들도록 해 이를 알코올에 걸러 내면 원액을 얻게 된다. 또 증후법은 커다란 통속에 향수의 원액과 물을 넣고 뜨겁게 끓인 다음 가느다란 튜브를 통해 수증기를 통과시켜 향수의 원액을 얻는 방법이다. 이렇게 조재된 향수는 농도에 따라 지속성과 사용법이 다르다. 그 중 퍼퓸(perfume)은 알코올 농도 96%의 매우 진하고 깊은, 완성도 높은 향수다. 지속 시간이 7~10시간 정도로 손가락에 살짝 묻혀 손목, 팔꿈치 귀밑 등에 포인트로 사용한다. 퍼퓸보다 양이 많으면서 향은 퍼퓸과 가까워 실용적인 오데 드 퍼퓸(eau de perfume)은 지속 시간이 5~7시간 정도. 브랜드에 따라 ‘퍼퓸 드 투왈렛’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스프레이 식으로 전신에 사용 가능하다.

지속성 5시간 정도의 향수가 대중적
엷은 향의 신선하고 상큼한 향수 오 데 투왈렛(eau de toilette)은 ‘몸을 정돈할 때 사용하는 물’ 정도로 해석된다. 농도는 80~85% 정도, 지속성은 5시간 정도로 가장 대중적인 타입의 향수다. 향이 부드럽고 가벼운 반면 휘발성이 높아, 향을 오래 지속하려면 맥박이 뛰는 곳에 뿌려주는 것이 좋다. 처음 향수를 사용한다면 오 데 코롱(eau de cologne)이나 샤워 코롱을 권한다. 지속 시간이 1~2시간 정도로, 운동이나 목욕 후 전신에 가볍게 사용하기 좋은 향수다. 알코올의 농도가 옅기 때문에 침구나 옷에 뿌려 향을 즐기기에도 부담 없다.

향기의 종류는 꽃 향기 ‘플로랄’, 과일향 ‘프루티’, 신맛 나는 과일향의 ‘시트러스’, 숲을 연상시키는 ‘시프레’와 ‘우디’, 싱그러운 자연의 향 ‘그린’, 물과 바다의 시원한 향 ‘아쿠아’, 사향을 기본으로 동양적인 분위기의 ‘오리엔탈’, 자극적인 향이 나는 ‘알데히드’, 신선한 라벤더 향의 ‘푸제르’, 톡톡 튀는 ‘스파이시’ 등으로 구분된다.

봄에는 플로랄과 프루티, 여름에는 시트러스와 그린, 아쿠아, 가을겨울에는 시프레와 우디 계열의 향수가 적합하다. 오리엔탈과 알데히드계열은 밤 시간에 어울리는 향. 남성들에게는 푸르제와 스파이시계열 향수를 추천한다.

후각은 민감한 반면 피로하기 쉽다. 그래서 향수를 구입하려 할 때는 몸 상태가 좋은 날 늦은 오후쯤이 좋다. 향수는 배합된 원료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른 향이 난다. 향수병 뚜껑을 열고 입구의 냄새를 맡지 말고 테스트 지에 향수를 뿌려 10정도 지나 알코올이 날아간 향을 맡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체취와 섞여 또 다른 향을 내게 되므로 손몬 등의 피부에 살짝 뿌린 후 30분 이상 지난 후 나는 향을 맡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후각은 피로를 쉽게 느끼므로 동시에 세 가지 이상의 향을 맡는 것은 금물. 향수는 바르는 사람의 몸, 피부 상태와 체온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므로 남들에게 맡아지는 향이 좋다가 모두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님도 알아두자.

瀏??향수는 어디에 뿌려야 좋을까? 흔히 맥박이 뛰는 손목과 귀밑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무릎, 복사뼈 안쪽 등의 하반신에 뿌려야 향수의 위로 향하는 휘발성을 이용할 수 있다. 옷을 입고 허리쯤에 뿌리는 것도 좋다. 손수건이나 스카프, 명함 등에 향수를 살짝 묻혀 두는 것도 센스 있는 향수 사용법이다.

직장인은 은은한 향이 무난
직장인이라면 원액의 강한 향을 뿜는 퍼퓸 보다는 오데 드 투왈렛이나 오 데 코롱을 선택하는 것이 에티켓이다. 담배 냄새나 음식 냄새를 없애겠다고 강한 향수를 뿌리면 오히려 더한 나쁜 냄새를 풍기게 되므로 조심한다. 차라리 데오도란트를 뿌려 냄새를 날려 보내는 방법을 택한다. 또 자기 몸에서 나는 향을 직접 맡게 되면 후각이 무뎌지고 향이 강하게 느껴지므로 향이 올라오는 코 밑과 가슴, 어깨, 가슴 부분은 피한다. 또 체취와 섞여 향이 변질되므로 땀이 많이 나는 겨드랑이 등도 피한다. 머리카락과 흰 옷, 모피, 가죽의류, 진주 등의 강도가 약한 보석류에도 향수는 금물.

특히 머리카락은 머리의 열로 지속적인 향을 뿜는 곳. 헤어 스타일링 제품의 향기와 함께 향이 진해질 수 있다. 직접 뿌리지 말고 마지막 헹굼 물에 몇 방울 떨어뜨려 행구면 자연스럽게 향이 배게 할 수 있다. 건조한 피부에는 향기가 잘 배어들지 않는다. 향을 오래도록 지속시키고 싶을 때는 바디 오일이나 로션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면 향이 오래 간다. 향수의 수명은 개봉 후 5년 미만이다. 산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해야 한다. 서랍 같은 곳에 보관하기도 하는데 흔들리는 것도 좋지 않다. 향수의 액이 물과 기름처럼 두개의 층으로 분리되면 그 향수는 이미 유통 기한을 지난 것. 향수의 색이 처음과 다르거나 병 입구가 액으로 뭉쳐진 것도 오래된 향수니 과감히 처분하자.

봄에 사랑 받는 향수들은 가벼운 꽃 향기와 상쾌한 과일 향을 첨가한 자연스러운 향을 내는 것들이다. 어느 때 보다 향수를 사용하기 좋은 시기다. 이 봄, 나만의 향기를 찾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3-28 17:44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