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굽는 서양식 삼겹살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 운명을 극복한 사랑이야기

[문화 속 음식기행]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베이컨
사랑으로 굽는 서양식 삼겹살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 운명을 극복한 사랑이야기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 일본의 한 위스키 광고가 사용했던 카피 문구다. 은퇴선언을 번복하면서 새 작품을 내놓은 64세의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그 말에 자극받은 것은 아닐까. 그의 2004년 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19세기 말,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가 이 작품의 무대다. 18세의 모자가게 소녀 소피는 어느 날 마을로 나갔다가 소녀들의 심장을 훔친다는 마법사 하울을 만나게 된다. 하울은 정체 모를 그림자들에게 쫓기던 소피를 구해 주고는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얼떨떨해진 소피는 무사히 가게로 돌아오지만 그날 밤 그녀에게는 뜻밖에 일이 일어난다. 하울을 짝사랑하던 황무지 마녀가 둘 사이를 오해해 소피를 90세 노파로 바꾸어 버렸다.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것을 걱정한 소피는 무작정 집을 나와 황무지를 헤맨다. 허수아비 카부의 도움으로 하울이 사는 ‘움직이는 성’에 들어가게 된 소피는 가정부를 자처하며 그곳에서 살게 된다. 가까이서 본 하울은 젊고 매력적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은 청년이다. 소피는 성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며 불의 악마 캘시퍼, 하울의 제자 마이클과도 친해진다. 그 무렵 마을에는 전운이 점점 짙어가고, 하울은 매일 밤 무슨 일을 하는지 지친 모습으로 돌아온다. 하울의 비밀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소피는 조금씩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모노노케 히메’ 같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도 소녀의 성장 드라마, 환경, 반전과 같은 다양한 메시지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사건들 간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등 난해한 줄거리는 단점으로 꼽힌다.

하울과 소피의 운명을 극복한 사랑 이야기는 관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하야오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이 등장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꽃미남,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의 목소리를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움직이는 성에 들어온 첫날, 소피는 성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아침을 준비한다. 요리는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캘시퍼를 설득해 베이컨을 굽고 있는데 이때 하울이 나타난다. 하울은 능숙하게 베이컨 에그를 만들고, 기껏해야 굳은 빵에 과일이나 먹던 성 안 식구들은 오랜만에 따뜻한 음식을 먹는다.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
서양식 아침 식사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베이컨 에그다. 애니메이션 속에서는 실제보다 훨씬 두꺼운 베이컨에 선명한 빛깔의 달걀이 등장해 더욱 식욕을 돋군다. 여기에 향기로운 커피 한 잔과 잘 구운 토스트가 곁들여지면 아침 식사로 더 바랄 것이 없다.

서양식 삼겹살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컨은 원래 돼지의 옆구리 부위를 이르는 말이다. 만드는 방법은 햄과 비슷하나 사용하는 부위가 조금 다르다. 먼저 돼지 옆구리 살에서 갈비뼈를 제거하고 직육면체로 잘라낸다. 그 후 소금물에 5~7일간 담가 둔다. 소금에 충분히 절여지면 30˚C의 훈연실에서 1~2일 정도 훈제한다. 베이컨의 종류로는 일반 베이컨 외에도 원통형으로 말린 롤드 베이컨, 지방함량이 낮은 보일드 베이컨, 로스 고기를 사용한 데니쉬 베이컨과 쇠고기로 만든 비프 베이컨, 뼈가 붙은 채로 훈연한 캐나다산 베이컨 등이 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베이컨은 의외로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아 다양한 요리에 이용할 수 있다. 베이컨에 밤이나 팽이버섯을 말아 구우면 훌륭한 술안주가 되고, 찌개를 끓일 때 살짝 넣어주면 색다른 풍미가 난다. 또 베이컨은 볶음밥이나 피자와도 잘 어울린다. 다만 베이컨은 기름기가 많은 편이므로 조리할 때 바싹 익히는 것이 좋다.

베이컨 에그 토스트 만들기

-재료(2인분): 베이컨 6줄, 달걀 2개, 식빵 2장,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프라이팬을 살짝 달궈 베이컨을 바삭해지도록 굽는? 이때 베이컨이 오그라들지 않도록 불은 약하게 조절한다.
2. 베이컨에서 기름기가 나오면 달걀을 깨어 넣고 뜨거운 기름을 끼얹어 가며 튀긴다. 다 익으면 후추를 약간 뿌린다.
3. 식빵은 엷은 갈색이 되도록 굽는다.
4. 구워 놓은 식빵에 달걀과 베이컨을 보기 좋게 얹는다.

정세진 맛 칼럼리스트


입력시간 : 2005-04-21 14:35


정세진 맛 칼럼리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