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화사한 컬러, 심플하고 캐주얼한 유니섹스 디자인 유행

[패션] 시계, 스타일을 완성하는 손목 위의 패션
밝고 화사한 컬러, 심플하고 캐주얼한 유니섹스 디자인 유행

밴드를 고무와 스틸로 조화시켜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멋이 깃들어 있다. 프레드

빅토리아 시대에는 금으로 만든 ‘헌터(사냥할 때 지녔던 뚜껑 달린 회중시계)’가 성공한 사람들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영국 신사들은 시간을 걱정하는 일을 신사답지 않은 행동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날 시계는 패션 스타일링에서 빠져서는 안 되?아이템 중 하나를 고르라면 빠지지 않는, 작지만 큰 힘을 발휘하는 아이템으로 손꼽히고 있다. 개성 강한 손목 위의 패션소품, 시계로 멋진 봄 스타일링의 완성과 함께 자신을 표현해 보자.

1904년 최초의 손목시계 탄생
시대에 따라 손목시계는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많은 학자들은 손목시계의 탄생을 1900년경으로 보고 있는데 인류가 손목시계를 차기까지는 100년이 걸렸다. 18세기 후반, 패션에 민감한 소수의 여성들은 일반 여성들보다 유행에 앞서 간다는 표시로 포켓 워치(pocket watch)를 손목에 감고 다니기도 했지만. 어찌 됐든 손목시계의 탄생은 패션과는 관계없는 오직 실용에 의해서였다. 최초의 손목시계는 1904년 제조되었다.

시계 제조업자 루이 까르띠에(Luis Cartier)가 기구 비행사인 그의 친구 산토스(Santos)를 위해 손목시계를 디자인해 주었는데, 산토스는 기구비행의 안전한 작동을 위해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는 시계가 필요했던 것. 산토스 손목시계의 명성에 힘입어 시계 제조업자들은 포켓 워치를 개조해 손목시계로 바꾸었으며 이 때부터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손목시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1920년대 디자이너들은 시계를 패션제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린, 오렌지, 퍼플 등 화려한 색의 조화를 시도했으며 여성용 시계에 화려한 에나멜 도장을 해 장식하기도 했다. 시계 케이스의 형태 또한 자유롭고 미래적인 경향을 나타냈다. 큰 곡면을 이룬다든지, 라운드 베젤(bezel, 시계의 유리를 고정하고 있는 부분으로 시계의 디자인을 특징짓는 부분), 8각형 시계 등 다양한 디자인의 케이스가 많이 등장했다.

세계 대공황 시기였던 1930~40년대 시계는 패션에서 거의 절대적인 위치에 서게 된다. 경제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소수 부자들의 과시욕에 의해 손목시계는 의상과 잘 어울리는 소품으로 발전해 갔다. 이 시기에는 20년대의 커다란 시계는 점차 사라지고 새로운 스타일이 나타났다.

먼저 새로운 곡면 무브먼트(movement, 시계를 작동하게 하는 기계부분)를 적용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케이스와 개성 있는 두 가지 색상의 다이얼(dial, 시계 문자판)이 대표적이었다. 또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 구피, 도널드 덕 등이 시계 다이얼에 그려지면서 저가의 아동용 시계가 탄생하기도 했다.

1930년대는 다양한 디자인과 기계적 발명을 이루어낸 시기로 시계 발달사의 황금기였다.

2차 대전 발발과 시계기술의 발달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1940~50년대는 전쟁 때문에 발전한 과학기술이 시계 기술에 반영되었던 시기였다. 군사적 활동을 할 때에는 시간을 초 단위까지 쪼개어 잴 수 있는 시계가, 그리고 달의 정확한 지도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기능의 시계가 필요했기 때문에 과학, 수학, 천문학 기술 등이 구현된 크로노그래프(chronograph, 스톱워치를 비롯한 시간기록장치)나 문페이즈(moonphase, 월영) 기능의 시계들이 탄생했다.

1950년대 초의 기본적인 디자인은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복잡한 문페이즈 시계나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점점 더 혁신적인 길로 나아갔다. 특히 크로노그래프는 여러 가지 기능으로 특화됐다.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를 측정하거나 천둥 번개를 들을 수 있는 것을 재기도 하고, 맥박을 재는 시계, 생산품의 수량이나 조수의 흐름을 재는 시계가 나오기도 했다. 이 당시 스위스는 전쟁의 후유증으로부터 가장 빨리 벗어난 나라로서 뛰어난 예술적 솜씨와 기술로 시계제조에 우위를 차지, 시계왕국으로 자리 잡았다.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 고가의 재산목록이었던 시계가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 것은 1960년대 초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양켈로비치(Yankelovich)가 발표한 자료에 의해서였다. 이 자료는 손목시계 시장을 값싼 가격을 주로 추구하는 그룹(23%), 내구성 및 품질을 주로 추구하는 그룹(46%), 그리고 자신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여기는 그룹(31%)으로 조사했다.

대부분의 유명 시계 회사들은 상징을 추구하는 31% 시장을 표적으로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챨甕?생산, 보석상을 통해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자료는 손목시계 시장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이다. 이 자료를 토대로 U.S. Time Company는 장식성보다는 내구성이 강한 타이맥스(Timex)시계를 잡화점이나 철물점, 심지어는 담배 가판대 등을 통해 대량 유통전략을 펼쳤다.

또 대대적인 TV 광고를 통해 시계를 선전, 타이맥스는 1960년대 말 미국시장의 60%, 세계시장의 20%를 점유하게 된다. 타이맥스의 전략과 더불어 70년대 산업 발달로 컬러TV가 보급되면서 시계 산업에 대량유통의 길이 열린다. 단순히 외관만 예쁜 시계는 시장에서 밀려났고, 시계 디자인은 예술보다 기능을 수용한 형태로 발전했다. 케이스의 형태는 기본적으로 사각이나 원형이 주를 이뤘으며 다이얼의 인덱스 부분의 경우 로마, 아라비아 숫자보다 단순한 선으?대체되었다.

1970년대 중반에 들어 전자기술이 손목시계 산업으로 유입되었다. 반도체 회사가 매우 정확하고 저렴한 전자시계를 개발해 대량유통 시키기도 했다. 전자기술이 시계 산업에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떠오르면서 세이코(Seiko), 카시오(Casio)와 같은 일본 회사들이 세계의 손목시계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일본의 시계 회사들은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디자인도 미래적이었고 정확도가 높아 고급 예물 시장까지도 지배하게 되면서 전통적으로 세계 시계 시장을 지배했던 스위스 회사들의 도산을 부르기도 했다.

실용에서 패션으로의 진화
1980년대 초는 캐주얼한 패션시계를 출시한 스와치(Swatch)가 전성기를 맞았다. 스와치는 색깔이 다양하고 가격이 저렴한 플라스틱 시계를 출시, 그때까지 다른 회사들이 시계의 정확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패션 액세서리인 점을 강조하면서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다. 패션시계의 아이디어는 많은 소비자들이 자신의 패션과 어울리는 시계를 여러 개 소유하는 소비 패턴의 변화를 가져왔다.

90년대 후반 이후 휴대폰이 보편화됨에 따라 시계는 기능적인 면보다 패션이나 액세서리 개념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매년 바뀌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시계 또한 매년 다른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보석장식이 화려한 시계가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시계 외관 자체는 좀 더 심플하지만 밴드 컬러나 다이얼의 크기, 베젤 부분에 포인트를 둔 개성 있는 시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05년 시계는 1950년대의 보수적인 스타일에 한층 정교해진 기능성을 추구한다. 스텐레스 스틸로만 이루어진 예물시계의 이미지를 벗고 색깔 있는 가죽 밴드로 캐주얼한 인상에 다양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추가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정보 통신이 발전함에 따라 비행, 등산, 스쿠버, 체육, 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전문가들에게 꼭 필요한 특수한 기능의 디지털시계가 개발되었는데 이는 기능적인 면을 장식으로 여기는 일반인에게도 선호되고 있다.

소재는 수정 무브먼트나 스테인레스 스틸 케이스 및 밴드, 사파이어 크리스털, 텅스텐, 티타늄, 금, 황동 등을 소재로 매우 다양한 디자인의 시계가 나와 있다. 착용감이 좋고 시계 자체의 기능적인 면도 강조하는 고무(rubber) 소재의 편안하고 스포티한 시계도 봄 트렌드 중 하나이다.

캔디 컬러, 오버사이즈 시계 인기
패션 소품으로서의 가치가 시계에 화사한 색을 입혔다. 핑크, 그린, 레몬, 오렌지, 민트 등 캔디 컬러의 밝고 화사한 스트랩(strap, 가죽 밴드)이 선보이고 있으며, 남녀 모두 착용할 수 있는 심플하면서도 캐주얼한 유니섹스 디자인이 많다. 특히 메트로섹슈얼의 열기로 그 동안 여성들에게만 국한되던 생기 넘치는 색조합과 섬세한 디자인의 시계가 남성들에게도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사한 밴드 컬러와 함께 베젤에 브랜드 고유의 로고디자인이나 유색 보석 등을 매치해 화려함을 내세우기도 한다. 또 다른 패션소품 시계는 ‘오버사이즈’로 표현되고 있다. 남성뿐 아니라 20~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문자판 지름이 40㎜ 이상의 ‘오버사이즈’ 시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용 시계의 경우, 문자판 지름이 20㎜ 내외였고 남성용의 경우도 37~38㎜인걸 감안하면 매우 큰 편. 오버사이즈 시계는 지루하고 단조로운 정장이나 스포티한 아웃도어룩에 모두 어울리는 다기능 시계로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4-21 14:53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