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에 스민 인도의 맛과 전통이중의 편견과 싸우는 동네 축구단 소녀, 인도 문화의 화려함 담아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 탄두리 치킨
[문화 속 음식기행] 향신료에 스민 인도의 맛과 전통
이중의 편견과 싸우는 동네 축구단 소녀, 인도 문화의 화려함 담아


국내에서는 ‘무서운 신인’ 박주영이 그라운드를 누비고, 유럽에서는 박지성ㆍ이영표가 히딩크 감독과 함께 맹활약하고 있어서인지 요즘 축구 팬들은 공연히 기분이 좋다. 축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자 축구단을 다룬 통쾌한 영화 ‘슈팅 라이크 베컴’(거린다 차다 감독)과 영화 속 음식들을 만나 보자.

18세의 인도계 영국 소녀 제스(파민더 나그라)는 자칭 동네 축구단의 멀티 플레이어다. 그녀의 꿈은 데이빗 베컴처럼 멋진 축구선수가 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제스에게도 기회가 온다. 여자 축구단 선수인 줄스(키이라 나이틀리)의 눈에 들게 된 것이다. 정식으로 그라운드에 서게 된 제스는 가슴이 설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부장적인 제스의 부모는 딸이 축구 팀에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게다가 제스가 축구를 하는 모습이 언니 핑키의 예비 시부모에게 들키고, 결국 언니는 파혼을 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제스는 간신히 팀에 합류하지만 하필이면 중요한 시합이 있는 날이 언니의 결혼일과 겹친다. 제스의 참가가 불투명해지자 줄스를 비롯한 같은 팀 선수들은 초조해 하는데….

2002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인 이 작품은 전형적인 스포츠 영화의 구성을 따르고 있지만 다른 것들도 많이 담고 있다.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축구의 세계에 아시아 여성이 뛰어드는 것은 ‘이중의 편견’과 싸워야 한다. 제스의 아버지는 딸의 꿈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이 젊은 시절 크리켓 선수를 꿈꾸었다가 좌절된 기억 때문에 반대한다. 영국인의 전통 스포츠인 크리켓이나 축구는 타 민족, 특히 유색 인종의 참여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다가 아버지가 갖고 있는 인도의 가부장적 가치관 역시 여성이 운동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제스가 이러한 이중의 편견을 뚫고 승리하는 모습은 그래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손맛 즐기는 인도의 식습관
이 영화는 주인공의 멋진 슈팅 이외에도 인도의 전통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재미를 제공한다. 특히 제스 언니의 떠들썩한 결혼 잔치 장면은 그 자체가 화려한 볼거리다.

인도식 결혼식은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다. 먼저 신랑이 꿀, 응유(거의 응고된 상태의 우유)와 ‘기’라는 정제 버터로 만든 ‘마두빠르까’라는 음료를 마시면서 시작되는 결혼식은 예물 교환과 결혼 서약 등으로 이어지고,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음식을 먹여 주면서 끝난다.

하객들은 탈리라는 커다란 쟁반에 담겨진 음식을 나눠 먹는다. 탈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백반과 같은 것으로, 인도인의 일상식이다. 탈리에는 쌀밥이나 빵, 그리고 콩을 삶아 만든 스프의 일종인 달, 커리, 피클인 아짜르, 인도식 요구르트 다히 등이 포함된다. 인도인들은 ‘난’이나 ‘차파티’ 같은 빵을 손으로 뜯어 커리에 찍어 먹거나, 손가락으로 커리를 조금씩 비벼 뭉쳐 먹는다.

손으로 먹는 인도인의 습관은 언뜻 비위생적으로 보이지만, 인도인들은 오히려 남이 쓰던 수저보다는 내 손이 깨끗하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가 음식을 손 맛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들은 음식을 보고, 냄새 맡고, 맛보는 것뿐만 아니라 촉감을 즐기기 위해 손을 사용한다.

인도 음식은 집에서 해 먹기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다양한 향신료를 복잡하게 섞어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 요리에 많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향신료로는 계피와 커민, 카다몬, 타마린드, 샤프란 등이 있다. 기온이 높은 인도에서 이들 향신료는 음식의 부패를 막아 주고 식욕을 돋운다. 이 중에서도 인도의 맛이라고 불리는 향신료가 바로 ‘마살라’다. 마살라는 투메릭, 로즈메리, 아니스, 월계수잎, 캐러웨이 등이 배합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이태원 등지에 가면 구입할 수 있다.

마살라는 여러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탄두리 치킨을 만들어 보자. 원래 이 요리는 인도식 화덕인 탄두리에서 구워내야 하지만 가정에서 쓰는 오븐을 써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탄두리 치킨 만들기

-재료: 닭고기 반 마리, 소스(탄두리 파우더 1 작은 술, 가람 마살라 1 작은 술, 요구르트 2 국자, 식초 1 작은 술, 레몬즙 1 작은 술, 토마토페이스트 1 국자, 소금 마늘 생강 각 약간씩)

-만드는 법:
1. 닭은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소금과 후춧가루, 레몬즙으로 밑간을 한다.
2. 정해진 분량의 재료를 섞어 탄두리 소스를 만든다.
3. 손질해둔 닭고기를 ②의 탄두리 소스에 2~3시간 정도 재둔다.
4. 250℃로 예열된 오븐에 ③의 닭고기를 넣고 소스를 끼얹어 가며 50분~1시간 정도 굽는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4-26 14:37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