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무늬와 다양한 컬러셔츠로 세련된 스타일 연출

[패션] 셔츠, 매일 아침 남자는 색에 눈 뜬다
화려한 무늬와 다양한 컬러셔츠로 세련된 스타일 연출

지오지아.

“오빠 방 창가에 걸린 눈부신 화이트 셔츠에 감동해 패션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씨의 패션인생 40주년을 회고하는 사진집 출간을 기념해 열린 전시회 한 편을 실험성이 돋보이는 ‘화이트 셔츠’가 차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를 탄생시킨 셔츠는 매일 아침 남성들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잘 다려진 셔츠에서는 햇볕 냄새가 난다. 피부에 닿을 때 항상 새 것 같다는 느낌을 주는 감촉, 그 기분으로 남성들은 하나하나 단추를 채우면서 오늘 하루도 단단히 채워야지 하고 다짐할 것이다. 셔츠에는 새 아침을 열어주는 감동이 배어있다.

셔츠는 남성의 속옷
남성들은 수트를 멋지게 입고 싶다고 소망하면서도 정작 수트의 기본이 되는 셔츠의 중요성은 잊고 있다.

남성들에게 셔츠는 속옷이다. 속옷을 잘 입어야 겉 맵시가 살 듯, 셔츠는 남성복의 기본이다. 좋은 셔츠는 피부를 보호할 뿐 아니라 수트 재킷이 몸에 더 잘 맞도록 도와준다. 훌륭한 셔츠가 훌륭한 수트를 만든다. 속옷으로서 셔츠가 갖는 힘이다.

그러니 이제 옷장 앞에서 어떤 수트를 입을지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셔츠를 입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자. 수트를 새로 장만할 만큼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고급 셔츠를 장만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신사의 옷장엔 적어도 잘 다려진 셔츠가 열장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넥타이 색깔을 맞추기 힘들고 어떤 수트에도 그냥 어울린다는 생각에 화이트 셔츠만 고집한다면 곤란하다. 갈수록 색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늘고 있다. 옅은 색의 파스텔컬러 셔츠 외에 ‘이게 남성용이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무늬와 자수를 수놓은 셔츠, 여러 가지 색이 뒤섞인 줄무늬 셔츠의 판매량이 부쩍 늘고 있다.

셔츠 색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다. 파랑, 분홍, 노랑, 옅은 갈색 등 파스텔색조 단색 셔츠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는데 이중 깔끔하고 이지적인 느낌을 주는 푸른색 계열과 부드럽고 다정한 인상을 주는 분홍 계열, 믿음직해 보이는 옅은 노란색 계열은 하나씩 갖추는 것이 좋다. 봄에는 밝은 연두색 줄무늬 셔츠나 연두색 바탕에 작은 스티치가 들어가 있는 제품이 눈길을 끈다. 색상 셔츠는 입는 사람의 기분을 바꾸고, 색이 주는 효과로 인해 인상을 달라보이게도 만든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피부색을 고려해야 하지만 색상의 농도에 따라 여러 제품을 비교해보면 쉽게 원하는 색상을 고를 수 있다.

멋쟁이라면 꼭 갖추어야 할 품목이 줄무늬 셔츠다. 줄무늬 셔츠는 민무늬 셔츠에 비해 정돈되고 세련돼 보인다. 줄무늬 셔츠가 망설여진다면 일단 흰색 바탕에 푸른색 계열의 줄무늬를 권한다. 흰 바탕에 하늘색 줄무늬를 넣은 셔츠는 베스트셀러 품목이다. 옅은 푸른색 줄무늬라면 화이트 셔츠와 다름없이 비즈니스 정장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무늬 셔츠의 등장도 크게 늘고 있다. 과감한 무늬에서 자수 문양까지 여성용 디자인을 보는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꽃무늬. 꽃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자그마한 꽃무늬 프린트 셔츠와 커다란 꽃을 형상화한 과감한 디자인도 나와 있다. 자연주의의 유행으로 식물무늬 프린트 셔츠도 많다. 이국적인 식물, 꽃, 정원 등을 화려하게 그래픽 처리해 셔츠에 담았다.

아프리카, 남미 스타일의 패치워크 프린트 등 프린트 셔츠는 강렬하기보다는 도회적인 세련미를 보여준다. 생기 있고 활기찬 느낌을 주는 무늬셔츠는 다른 무늬 천을 수작업 방식으로 덧붙인 아플리케 기법과 수채화 기법을 통해 자연의 영감을 전달하고 있다.

이밖에 여러 색상을 동시에 사용한 멀티 스트라이프와 꽃이나 기하학적 무늬 등을 넣은 셔츠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슬림한 디자인으로 실루엣 강조
‘정장에 웬 꽃무늬 셔츠?’라고 하겠지만 잔잔하고 연한 색의 꽃무늬 정도는 시도해 볼 만하다. 너무 요란하지 않을까 걱정되면 한쪽에 꽃무늬를 그려 넣은 ‘원포인트 플라워 셔츠’에 눈길을 돌려보자. 정장에 입으면 드레스 셔츠로, 재킷을 벗고 캐주얼이나 카디건을 걸치면 감각적인 셔츠로 변신이 가능하다.

남성복에서 클래식 무드를 고집하는 드레스 셔츠, 화이트 셔츠는 표면감으로 색다른 멋을 준다. 흰색 셔츠는 표면감이 느껴지도록 가공을 하거나 광택을 살려 은근히 세련된 멋을 살린다. 무늬나 색 외에 깔끔하면서도 색다른 셔츠를 찾는다면 ‘클레릭 셔츠’나 ‘바이어스컷 셔츠‘를 권한다.

색깔이나 줄무늬가 있는 셔츠의 칼라와 소매 부분의 커프스를 깔끔하게 흰색 원단으로 처리한 ‘클레릭 셔츠’는 클래식 드레스 셔츠로도 손색없다. 단추가 달린 앞부분(플래킷)에 무늬 또는 색다른 원단을 덧댄 셔츠나 줄무늬 셔츠 중에서도 색과 소매 줄무늬 방향이 몸 판과 다른 ‘바이어스컷 셔츠’도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셔츠의 색과 소매 끝 부분에 색실로 스티치를 넣어 손 맛을 살린 셔츠도 있다. 셔츠 소재는 100% 면이 최고다. 다만 순면, 그 중에서도 포플린이나 옥스퍼드 소재는 구김이 잘 가 입기 전에 정성껏 다려야 한다. 스트레치, 탄성 소재가 약간 첨가된 소재는 구김도 적고 편안한 착용감과 활동성을 제공한다. 시원한 여름을 위해서는 리넨 소재가 좋다.

한국 남자들은 셔츠를 꼭 맞게 입기 보다는 자신의 치수보다 크게 입는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실루엣을 강조한 신사복이 유행하면서 셔츠 역시 날씬하게 입어야 제 맛이다. 날씬한 수트에는 역시 날씬한 셔츠가 어울린다. 덤으로 기분도 젊게 해준다. 실루엣이 살아나는 셔츠를 입으면 전체적으로 날렵해 보이고 옷맵시가 살아나 ‘아저씨’ 스타일을 탈피할 수 있다.

와이셔츠? 화이트셔츠!

- 남성셔츠를 와이셔츠라고 부르는데 이는 잘못된 말이다. 흰 셔츠를 뜻하는 ‘화이트 셔츠 (white shirt)’가 일본에서 와이셔츠로 불린 것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화이트 셔츠나 드레스 셔츠가 맞다.

- 칼라 깃에 단추 구멍이 있는 버튼다운칼라 셔츠는 어디까지나 캐주얼이다. 더블 브레스티드 수트(앞 여밈이 겹쳐지는 두 줄 단추 재킷 수트)와 입는 것은 금물. 버튼다운칼라의 칼라 버튼은 반드시 채워야 한다. - 셔츠는 민감한 옷이다. 세탁기에 넣고 다른 빨래와 함께 빨면 쉽게 손상된다. 스틱 형이나 스프레이형 세제를 사용해 묵은 때를 제거한 후 울이나 실크 소재를 다루 듯 가볍고 부드럽게 손빨래 해야 한다.

- 셔츠를 구입할 때 기억해야 것은 목 둘레, 소매길이, 가슴둘레다. 그 중에서 가장 주의해서 살펴봐야 할 곳은 목 사이즈. 너무 꽉 끼면 깐깐하게, 너무 크면 어딘가 허술해 보일 수 있다. 잘 맞는 셔츠를 입기 위해 목 둘레를 한번 재보자. 고개를 똑바로 하고 셔츠의 깃이 닿는 높이의 목 둘레를 줄자로 잰다. 거기에 3cm를 더하면 된다. 팔 길이는 똑바로 선 상태에서 悶Ы볜눗?팔을 옆에 붙인 차려 자세에서 재야 하는데, 목뒤 뼈부터 어깨를 따라 손목뼈까지를 잰다. 그런 다음 3cm를 더한다.

- 재킷 칼라 밖으로 나온 셔츠 칼라의 높이나 재킷 소매 밖으로 나온 셔츠 소매 둘 다 1.5cm가 적당하다는 것도 알아두자.

- 새 셔츠를 처음 입었을 때 목 둘레 사이로 손가락 한 개가 들어갈 정도의 여유가 남는 것이 좋다.

- 셔츠 속에는 원래 아무 것도 입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지만, 꼭 입어야겠다면 반드시 흰색 내의여야 한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4-26 15:02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