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하고 특별한 자유의 맛꿈과 사랑을 위해 성전환 한 트렌스젠더의 아픔 그린 뮤지컬 원작

[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헤드윅> 오렌지 바바루아
달콤하고 특별한 자유의 맛
꿈과 사랑을 위해 성전환 한 트렌스젠더의 아픔 그린 뮤지컬 원작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사랑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 당사자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킴으로써 어려움을 극복한다.

영화 ‘헤드윅’의 주인공 한셀(존 카메론 미첼)은 동베를린에서 살아가는 소년이다. 가난과 고독에 지친 그에게 유일한 꿈은 미국으로 건너가 록 가수가 되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은 기회가 온다. 소녀 같은 용모를 지닌 한셀에 반한 한 미군 병사가 여자가 되어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제의한다. 한셀은 꿈과 사랑을 위해 자신의 성을 버리지만 불행히도 성전환 수술은 실패한다. ‘성난 1인치’의 살점을 지닌 채 그는 남편에게서 버림받는다. 몇 년 후, 한셀은 헤드윅이란 이름으로 작은 밴드를 조직해 록 가수로 나서고, 16세 소년인 ‘토미’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토미 역시 그를 배신하고 그의 곡들을 훔쳐내어 세계적인 스타가 된다. 음악도, 사랑도 도둑맞은 그는 토미의 공연을 따라다니며 그의 공연장 옆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 영화는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각광을 받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은 드래그 퀸(여장 남자) 전용 바에서 초연 되었던 원작은 점차 팬을 확보하면서 웨스트빌리지 극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어 런던,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베를린 순회 공연을 갖게 된다. 국내에서는 조승우 등이 출연한 뮤지컬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의 인기도 원작 못 지 않아 2001년 선댄스 영화제 감독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01년 도빌 영화제 씨네 라이브상과 최우수 영화상, 2002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 등을 휩쓸었다.

아직까지 트랜스 젠더 등 성적 소수자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영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헤드윅이 자신처럼 미군에게 버림받은 한국 여인들을 모아 밴드를 만드는 것을 보면 ‘남의 이야기가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영화 초반부, 무너진 베를린 장벽 위에서 헤드윅은 미군 병사가 건네준 곰 모양 젤리의 달콤한 맛에 빠진다. 그는 그 젤리에서 ‘자유의 맛’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오래 전 미군들의 트럭을 따라 다니며 사탕이며 초콜릿을 얻어먹던 우리 부모 세대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른다.

곰 모양의 ‘구미 젤리’는 미국 문명을 상징하는 것들 중 하나이지만, 젤리 형태의 음식이나 디저트는 어느 문화권에나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각종 ‘묵’이나 과즙에 녹말을 넣어 굳힌 ‘과편’ 역시 젤리의 한 종류다. 젤리로 가공한 과일이나 채소는 소화가 잘 되면서도 재료의 맛과 향, 모양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오래 전부터 널리 사랑 받아왔다.

젤리를 굳히는 데는 젤라틴과 한천이 쓰인다. 젤라틴은 주로 서양식 젤리에 사용하는 것인데 동물의 뼈, 피부 힘줄 등의 결합 조직으로 만든다. 판형 또는 분말형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판형의 경우 그대로 따뜻한 물에 담가 불리고 분말형은 3~5배의 물에 개어 중탕으로 녹여서 사용한다. 양갱 등에 들어가는 한천은 각한천, 실한천, 분말한천 등으로 나눠지며 찬물에 불리거나 끓여 사용한다.

흔히 푸딩과 젤리를 같은 것으로 혼동하기도 하는데 푸딩에는 젤라틴이 들어가지 않고 달걀의 단백질만으로 재료를 응고시킨다. 어쨌든 흔히 사먹을 수 있는 젤리 대신 무언가 특별한 맛을 보고 싶다면 프랑스식 디저트인 바바루아를 만들어 보자.

오렌지 바바루아 만들기

-재료: 원형으로 얇게 자른 케이크 시트 1장, 바바루아(우유 180cc, 달걀 노른자 3과 1/2개분, 설탕 85g, 판 젤라틴 8g, 바닐라 빈 1/3개, 쿠앵트로 5cc, 오렌지 주스 66cc, 생크림 180cc), 장식용 오렌지(오렌지 2개, 설탕 150g, 물 300cc), 시럽(오렌지 끓인 국물, 쿠앵트로 20cc), 그라사주(과자 표면에 윤기를 내는 액체형 젤리) 약간

-만드는 법:
1. 먼저 바바루아를 만든다. 냄비에 설탕과 물을 넣어 끓이다가 0.3cm두께로 썬 오렌지를 넣고 약한 불에 끓인? 반 투명해지면 체에 받쳐 둔다.
2. 냄비에 우유, 바닐라 빈, 설탕을 넣어 끓이다가 달걀 노른자를 넣고 크림색이 되도록 섞는다.
3. 볼에 달걀 노른자를 넣고 끓인 우유를 부어 섞은 다음 냄비에 옮긴다. 주스를 넣고 약한 불에서 걸쭉해지도록 젓는다.
4. 불을 끄고 불린 젤라틴을 넣는다. 체에 내리고 열을 식힌 다음 쿠앵트로를 뿌려준다.
5. 2의 오렌지를 케이크 틀에 붙이고 3에 휘핑한 생크림을 섞어 부어준다. 케이크 시트에 시럽을 바르고 틀에 덮어 냉장고에 식힌다. 모양이 굳어지면 윗면에 그라사주를 바른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5-03 19:46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