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과 김치는 아삭한 맛이라 좋다취업난·사랑으로 꼬인 인생 김치 담그며 잊듯이 여름철 입맛 돋구는 데 제격

[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싱글즈> 배추 여름 동치미
청춘과 김치는 아삭한 맛이라 좋다
취업난·사랑으로 꼬인 인생 김치 담그며 잊듯이 여름철 입맛 돋구는 데 제격


여대생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졸업할 때 결혼할 애인과 좋은 직장을 모두 구했으면 금메달, 하나라도 얻었으면 은메달, 둘 다 잡지 못했으면 ‘목매달(?)’이란다. 청년실업이 50만 명에 달하는 시대, 더욱이 취업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성들은 까딱하다가는 ‘목매달’이 되기 십상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결혼이라는 돌파구를 찾아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영화 ‘싱글즈’는 29살 싱글 여성들의 ‘우울한’ 현주소를 나름의 유머와 위트를 엮어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잘 나가는 싱글에 속했다. 그러나 이들의 운명은 어느 날 날벼락처럼 바뀌게 된다. 나난은 사귀던 애인에게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를 받고, 직장에서마저 좌천당한다. 동미는 치근대는 회사 팀장을 응징했다가 그 길로 회사를 나오게 된다.

레스토랑 매니저 일을 하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난. 그래도 행운의 여신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잘 나가는 증권맨 수헌(김주혁)이 나난에게 다가온 것. 더구나 이 남자는 자신이 뒷바라지를 할 테니 함께 미국에 가서 공부를 더 해보라고 한다. 한국에 있어 봐야 뾰족한 수도 없었던 나난은 그의 제의에 흔들리는데….

그 무렵, 동미에게도 예상치 못한 ‘사고’가 벌어진다. 애인에게 차여 괴로워하고 있던 룸메이트 정준(이범수)과 본의 아니게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 일로 인해 임신을 하게 된 동미는 고민 끝에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한다. 나난은 너의 인생도 생각해 보라며 열심히 동미를 설득하지만 동미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결국 나난은 정준을 대신해 아이의 아빠 노릇을 해주겠다고 한다.

영화의 끝은 소위 말하는 해피엔딩이 아니다. 나난은 수헌과의 결혼을 포기한 채 여전히 ‘일에 성공하지 못한 29세 싱글’로 남았고, 동미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독신모의 길을 가야 한다. 그러나, 비록 주머니는 가볍고 옆구리는 허전할지라도 이 고난을 함께 해주는 친구가 있기에 결코 외롭지 않다.

‘싱글즈’에서 나난과 동미, 정준의 관계를 잘 드러내주는 장면이 있다. 세 사람이 모여 함께 여름 김치를 담그는 모습이다. 김치 담그기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여럿이 협동하면 꽤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다. 딱히 갈 곳도 놀 것도 없는 주말, 그 동안 소원해졌던 친구와 맛있는 즉석 김치를 담가 먹으며 수다를 떨어 보는 것은 어떨까.

김치 젖산균, 정장작용에 탁월
한국 사람 식탁에 빠질 수 없는 메뉴가 바로 김치다. 지방에서는 대개 지(漬)라 하고, 제사 때는 침채(沈菜)라 하며, 궁중에서는 젓국지ㆍ짠지ㆍ싱건지 등으로 불렀다. 채소를 김치로 담그면 오랜 시간 저장이 가능할 뿐 아니라 미생물의 번식으로 유기산과 방향이 만들어진다. 김치의 젖산균은 정장작용을 하고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을 공급해 준다.

김치는 상고시대부터 담가 먹었던 각종 장아찌류에서 유래했다. 상고시대 사람들은 오이ㆍ가지ㆍ마늘ㆍ부추ㆍ죽순ㆍ무ㆍ박 등을 소금이나 술지게미에 절여 먹었다.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초기까지는 마늘ㆍ생강ㆍ산초 같은 양념과 맨드라미 같은 색소를 김치에 넣었다. 그러다 임진왜란 이후 전래된 고추를 넣으면서 김치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요즘은 김치 냉장고가 보급된 탓인지 김장을 굳이 11월에만 하지는 않는다. 특히 여름에 담는 김치는 포기보다는 먹기 좋게 썰어서 담그며 젓갈 등을 많이 넣지 않아 가볍고 아삭한 맛을 즐긴다.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 시원하고도 상쾌한 즉석 배추 여름 동치미를 담가 보자.

즉석 배추 여름 동치미 만들기

-재료: 배추 1/2통, 무 100g, 배 1/4개, 붉은 고추 1개, 실파 3대, 마늘 즙 1큰술, 양파 즙 2큰술, 사과즙 3큰술, 생강즙 1/4작은술, 식초 설탕 1큰술씩, 사이다 1컵, 생수 3컵,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배추는 한 잎씩 떼어 옅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살짝 숨이 죽으면 물기를 털고 2cm크기로 가로로 채 썬다.
2. 무는 껍질을 벗기고 사방 3cm 크기로 나박하게 편 썰어 배추와 함께 볼에 담고 소금과 식초 설탕을 넣어 간한 다음 숨을 죽인다.
3. 배와 무는 같은 크기로 썰어 설탕을 약간 넣어 준비하고 붉은 고추는 송송 썰어 씨를 털고 실파는 2cm길이로 썬다.
4. 마늘과 양파, 사과, 생강은 각각 곱게 갈아 즙을 만든다.
5. 밀폐 용기에 2의 솎음배추와 무를 담고 배와 붉은 고추, 실파를 모두 넣은 다음 마늘즙과 사과즙, 생강즙을 넣어 버무린다.
6. 생수와 사이다를 넣고 소금으로 간한 다음 냉장 보관한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6-07 17:19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s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