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초원의 감성, 도심을 누비다원시의 강인한 생명력이 물씬한 스타일, 도시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표현실루엣 살리며 자연스런 멋 연출, 단색 옷과의 믹스 앤 매치가 포인트

[패션] 대자연의 평원을 달린다. 아프리카룩
대초원의 감성, 도심을 누비다
원시의 강인한 생명력이 물씬한 스타일, 도시적 감각으로 세련되게 표현
실루엣 살리며 자연스런 멋 연출, 단색 옷과의 믹스 앤 매치가 포인트


나인식스뉴욕

“나는 아프리카인이다. 수많은 공동체의 관습과 전통에 이끌리며, 장엄한 경치에 마음이 움직인다. 그리고 직물과 색, 장신구의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믹싱에 매혹된다.” 지난 2005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겐조의 수석디자이너 안토니오 마라스가 아프리카를 찬양하면서 한 말이다. 패션계는 아프리카의 감성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아프리카룩.

인류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에 매혹된 건 안토니오 마라스만은 아니었다. 블루마린의 안나몰리나리는 원시 마사이족의 문양과 자수가 수놓인 블라우스나 드레스 위에 거울 장식이나 구슬이 달린 스웨이드 벨트를 하는 등 아프리카 감성을 물씬 풍겼다.

돌체앤가바나는 뱀가죽으로 아프리카를 느끼게 했다. 시폰과 가죽을 조화시키거나, 레이스와 가죽을 섞은 블라우스 등으로 깃털처럼 가벼운 야성을 표현했다. 동물 프린트 구두와 허리에 착용하는 뱀과 악어가죽 미니백 등 소품도 선보였다.

막스앤스펜서는 자유로운 에스닉룩과 시원한 리조트룩으로 아프리카를 해석, 도시의 커리어우먼들을 위한 의상을 소개했고 프라다는 깃털장식과 사파리룩으로 아프리카의 생명력을 세련되게 표현했다.

국내 패션브랜드들도 아프리카에 빠져 들었다. 편안한 외관의 원피스에 커다란 씨앗 팬던트가 주렁주렁 달린 목걸이를 하거나 마누나 상아로 만든 굵은 팔찌를 몇 개씩 손목에 걸었다. 사파리재킷을 확장한 듯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원피스도 보였고 몸을 구속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주름이 특징인 의상도 많았다.

이중에서 캐주얼 브랜드 ‘엘록’은 ‘아프리카 인 뉴욕’을 주제로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화려한 에스닉 소품들을 장식한 여름 광고 비주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엘록은 얼룩말 문양을 이용한 문양과 자연색 위에 강한 대비를 표현한 아프리카 시리즈 티셔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민속풍과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아프리카룩
아프리카는 서양의 식민주의의 상처가 씻겨지지 않는 땅이다. 하지만 서구가 물리적으로 아프리카를 지배했을지라도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식민 지배를 받긴 했으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대륙으로 현대인들에게 언제나 신선한 감성을 갖게 한다. 아프리카는 생명을 대변한다. 아프리카는 생명과 자연에 대한 희망의 대지며 맑은 샘이다.

현대 유럽의 패션디자이너들은 일찍부터 아프리카 여러 민족의 의상과 장신구에 영향을 받았다. 이미 50년대부터 마사이족의 복식에서 색과 직물 등의 영향을 받아 고급맞춤복 전시회에 적용하기도 했고 원색적인 갑옷과 구슬로 만든 코르셋, 커다란 목걸이와 팔찌 등 이질적인 두 문화가 섞이면서 본능에 충실한 매력적인 에로틱 무드를 연출했었다.

아프리카는 광활한 사막, 초원, 정글 등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아프리카 부족들의 화려한 축제가 떠오른다. 부족 축제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컬러와 커다란 액세서리, 독특한 디테일의 아프리칸룩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아프리칸 문양과 원색의 현란한 장신구, 야생 동물들에게서 가져온 가죽과 깃털, 탐험을 표현하는 사파리룩 등 ‘아프리카’를 표현하는 데는 무한한 대자연의 힘이 실린다.

인간과 환경, 패션의 조화
아프리카풍의 유행은 최근 몇 년간 패션계의 큰 흐름인 에스닉(민속풍)유행의 연장선에 있다. 특히 동양의 민속풍이 시들해지면서 원시성에 눈을 돌려 커다란 잎사귀모양 프린트, 과감한 원색 대비 등을 주조로 하는 아프리카 룩이 떠오르게 됐다.

자연주의, 에콜로지풍 의상의 영향도 크다. 몸을 얽매지 않는 편안한 실루엣으로 자연미를 강조하는 자연지향적인 과장, 인공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소박하고 안락함이 있는 이미지다. 자연스러운 멋을 내기 위한 실루엣이나 천연소재를 사용하며 나무, 풀, 대지색 등 자연색을 낸다.

에콜로지(Ecology)는 ‘생태학’이라는 뜻으로 과도한 문명의 발달과 자연 파괴로 오염, 고갈된 현재의 환경을 고민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욕구와 환경보존 운동의 일환으로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소망을 표현했다. 따라서 자연적인 소재와 주제의 사용으로 부드러운 풍취와 편안함을 준다.

자연스러운 멋을 부각시키기 위해 천연 섬유, 천연 염료로 염색된 소재를 사용하며, 자유스러움과 편안함, 활동성이 강조되는데, 이는 인간과 환경, 패션을 조화시킴으로써 순수성을 회복하려는 시도다.

1990년대의 에콜로지 패션은 풀이나 갈대, 새 둥지, 조개, 바닷가 등의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은 소재로 목가적이고 원시적인 느낌이 특징이었다. 내추럴 컬러와 천연 소재를 기본으로 하여 새로운 베이식 스타일로 표현하거나 바랜 듯한 자연스러운 색상과 깊이 있는 갈색과 회색을 조화시켜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몸 전체를 자연스럽게 해방시킨 박스스타일이나 롤 드레스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었다.

에콜로지 패션은 또 거칠고 투박한 천연 소재를 사용한 수공예 작품으로 기계문명을 비판한다. 또한 염색이나 가공된 실을 배제하고 천연의 색과 질감을 사용하여 온몸을 자연스럽게 감싸 주는 편안하고 심플한 스타일로 표현했다.

의상은 단순하게, 장신구는 화려하게
한동안 고상한 숙녀풍에 빠져 있던 하이패션이 갑작스럽게 ‘야성녀’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에스닉에 치우지지 않으면서 장식적으로 아프리칸 스타일을 가져온 ‘뉴 모던 아프리카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나친 장식이나 화려한 무늬는 피하고 있는 것.

먼저 아프리카 하면 야생으로의 모험을 떠올릴 수 있다. 얼룩말, 기린, 표범 등의 동물무늬와 원시성이 짙은 기하학적인 문양, 식물문양, 원주민 부족들이나 찼을 법한 장신구들, 탐험을 상징하는 사파리룩이 대표적이다. 색은 초원과 대지 닮은 모래색, 갈색 등을 바탕으로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의 원색의 사용이 많다.

소재는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면, 마(리넨) 같은 천연 소재가 사용된다. 아프리칸 룩에서?의상보다는 아무래도 소품의 활용이 돋보이는데 선명한 원색의 구슬장식과 나무조각 팬던트, 식물 씨앗 구슬 등을 소재로 자연주의와 강렬함을 동시에 추구한다.

화려한 프린트와 색상의 아프리카룩은 어떻게 소화해야 할까. 화려한 문양의 아프리카 스타일은 현란하고 섹시한 느낌을 준다. 일단 화려한 프린트가 있는 옷은 노출이 많은 옷보다 섹시해 보이므로 단색의 옷과 매치해 포인트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심플한 도시적인 분위기와 믹스&매치하는 것이 좋다. 동물 문양의 상의는 비슷한 단색상의 하의를 매치하면 과도한 무늬의 부담 없는 아프리카룩을 연출할 수 있다.

열대 식물 모양의 셔츠나 블라우스는 데님 팬츠나 스커트와 함께 입으면 잘 어울린다. 是?가죽이나 식물 소재로 만든 굵고 긴 벨트로 포인트를 주면 아프리카풍의 에스닉한 멋을 살릴 수 있다. 동물 프린트가 있는 옷은 노출이 많은 미니스커트나 민소매 상의가 섹시한 멋을 더할 수 있다. 모래색 바탕의 동물문양 상의를 비슷한 색상의 바지 또는 스커트, 원 가죽 색상의 끈으로 묶는 샌들, 굵은 구슬의 목걸이와 함께 매치하면 제대로 된 ‘아프리칸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화려한 문양의 의상이 부담스럽다면 세련된 사파리룩에 굵은 구슬의 목걸이, 상아, 나무 소재로 만든 굵은 팔찌인 뱅글, 얇은 가죽으로 만든 굵고 긴 벨트 등의 액세서리만으로도 아프리카 스타일의 이국적인 멋을 연출해낼 수 있다.

넬슨 만델라는 “나는 그 자체로서 평화로운 아프리카를 꿈꾼다”라고 말했다. 변치 않는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아프리카가 바로 인간이 돌아가 쉴 마지막 낙원이 아닐까. 낙원을 닮은 옷차림과 장신구로 대자연의 향기를 느껴보자.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6-15 16:43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