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앤틱 가구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업홀스터리


업홀스터리 과정을 거친 스툴

앤틱이라는 단어는 영어 ‘antiquity’의 변형어로 ‘오래된 물건’을 뜻하며, 앤틱의 종류는 가구, 도자기, 유리제품, 은제품, 보석, 카펫과 텍스타일, 고서 등 다양하다.

남이 쓰던 것이나 오래된 제품보다 새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정서 상 앤틱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지 못했지만, 최근 앤틱이 주는 고풍스러운 멋 때문에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되었다고 해서, 혹은 겉모습만 비슷하다고 해서 모두 앤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100년, 아니 적어도 50년 이상 지나야 그 빛을 발하는 앤틱이 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보존이 잘 되어야 그 소장가치가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큰 마음먹고 구입한 고가의 앤틱 의자나 소파의 천이 해지거나 쿠션이 꺼지면 어떻게 고쳐야 하나 난감한 마음이 앞선다. 수입한 제품일 경우 본국에 서비스를 의뢰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또 제품의 정확한 수입 경로를 알아내는 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앤틱 가구의 중심지인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업홀스터리(upholstery:가구류나 실내 장식품, 실내 장식 속 재료를 뜻하는 영어) 전문가가 많았으나 점차 감소하고 있어 희소성이 높은 작업이 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도 패브릭과 쿠션을 교체하는 업홀스터리 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생겼다. 삼성동 코엑스몰에 쇼룸을, 경기도 이천에 작업실을 갖고 있는 보빈느 앤틱이 바로 그곳.

그림 같은 정원과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인 전원주택 옆에 작업실을 둔 업홀스터리 전문가 김종수(57세)씨는 얼마 전까지 중소기업 사장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 그는 초창기 멤버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두 번째 인생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영국 인테리어 잡지에서 업홀스터리에 관한 내용을 접한 김종수씨는 2002년 영국 웨스트 딘 칼리지에서 영국 최고의 업홀스터리 전문가로 꼽히는 리처드 리카르도에게 1주일간 교육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앤틱의 매력에 빠지게 된 그는 이듬해 다시 영국으로 날아가 6개월 동안 리카르도의 개인지도를 받았고 국내에 돌아와 업홀스터리 전문가로 갠옳歐?시작했다.

업홀스터리는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으며, 의자 속을 채우는 재료부터 접착제까지 모두 천연성분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고유의 형태를 유지시켜준다. 기존에도 앤틱 의자의 패브릭 교체와 보수는 행해지고 있었으나 밀짚이나 스펀지로 속을 채우고 스테이플러와 본드로 마무리하는 등 비전문적인 작업이 많았다. 그렇게 되면 의자의 형태가 변하고 앉았을 때 편안함을 느끼기 힘들다.

김종수씨가 만드는 업홀스터리 과정은 의자의 쿠션을 말총으로 채우며 일일이 못을 박아 수선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쿠션에 스펀지를 채우고 못 대신 스테이플러와 비슷한 기구로 철심을 박아 고정시키는 방법은 몇 시간이면 끝나는 손쉬운 방법입니다. 그러나 저는 세월의 흔적을 함께 느끼며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즐거움 때문에 전통방법을 고수합니다.”라는 그의 말에는 앤틱을 다루는 장인 정신이 살아 숨쉰다.

업홀스터리 과정은 4시간 씩 두 번 배우는 초급 과정(30만원)과 총 16시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는 중급 과정(50만원)으로 나뉜다. 배우는 비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앤틱 소장품을 갖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투자가치가 높다. 해체부터 패브릭 마감까지 전 과정을 상세히 배울 수 있으며,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의자 등을 가져와 내장재를 교체할 수 있다.

남편 김종수씨 못지 않게 앤틱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퀼트 작가 오영실씨는 “손때 묻은 나무와 은은한 패브릭 때문에 앤틱 마니아가 되었어요. 현대 가구들은 세트로 구입해야 멋있지만 앤틱 가구는 하나씩 마련하는 기쁨이 더 큰 것 같아요.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다른 가구와 잘 어울리니까요.”라며, “소중하게 간직한 앤틱 가구를 자식에게 물려주면 서로에게 좋은 연결고리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아마도 오랜 시간의 역사와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리라.





<업홀스터리 제작과정>

1 나무틀에 두꺼운 원단 띠를 격자 형태로 엮어 시트 바닥을 만든다.
2 삼베 종류의 헤시안 소재를 씌운 후 실로 고정한다.
3 말총을 고르게 올린다. 말총은 스펀지와 달리 잘 주저앉지 않고 푹신하다.
4 솜을 넣은 후 칼리코라는 무명 소재를 씌워 고정하고 교체용 패브릭으로 완성한다.

** 취재협조 : 보빈느 앤틱 (www.bobine.co.kr) (02-551-7195)


김세나 객원기자


입력시간 : 2005-07-05 18:34


김세나 객원기자 senar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