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고소함에 빠져들어요

[문화 속 음식기행] 영화 <웰컴투동막골> 팝콘
톡톡튀는 고소함에 빠져들어요

요즘 우리 영화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친절한 금자씨’는 베니스에서 화제를 뿌리고, 형사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도 선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는 전국에 강원도 사투리를 유행시키고 있는 ‘웰컴 투 동막골’이다.

때는 6ㆍ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태백산 줄기 한 자락에 전투기 한 대가 추락한다.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은 연합군 병사인 스미스(스티브 태슐러) 대위. 그는 부상을 입은 채 낯선 산골 마을 사람들에 의해 치료를 받게 된다. 아무리 돌아갈 방법을 물어도 영어를 알아듣는 사람이 없으니 미칠 지경이다.

같은 시각, 인민군 리수화(정재영)와 두 명의 병사들은 동막골에 사는 소녀 ‘여일(강혜정)’과 마주친다.

강행군을 겪어온 세 사람은 잠시 쉬어 갈 생각에 그녀를 따라간다. 이들은 험한 길을 따라 무사히 마을에 도착하지만 그곳에는 부대에서 이탈한 국군 표현철(신하균) 일행이 와 있었다.

남북의 병사들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살벌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마을 사람들은 영문을 모르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한다. 이렇게 며칠 동안을 팽팽하게 대치하던 국군과 인민군.

그러다 우연히 터진 수류탄이 마을의 곳간을 폭파한 일을 계기로 임시 휴전에 들어간다.

순박한 동막골 사람들과 병사들은 이렇게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때묻지 않은 동막골에 머물면서 국군과 인민군, 연합군은 점점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회복하게 된다.

이들은 아이가 된 것처럼 멧돼지 사냥을 하고, 풀밭에서 썰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각자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머무르고만 싶던 그 때, 동막골에는 알 수 없는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하는데….

동명의 연극을 스크린에 옮긴 이 작품은 민족의 비극인 6ㆍ25를 한 편의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영화 속 병사들처럼 관객 역시 동막골에 머물며 근심 많은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의 거대한 흐름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후반부의 비극적인 결말은 전쟁과 이데올로기 앞에서 꺾여 버리는 개인의 무력함을 느끼게 한다.

이제 금강산으로 관광객이 드나들고, 이산가족이 한 많은 세월을 청산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질감을 넘어 남북이 함께 해야 하는 이 때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민족, 더 나아가 인류의 화합일 것이다. ‘웰컴투 동막골’이 전하려는 메시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영화에서 서로 대치하던 남북 병사들을 극적으로 화해시키는 순간이 있다. 수류탄이 마을 곳간을 폭파하면서 모아 두었던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버리는 장면이다.

원수처럼 노려보던 병사들도 때아닌 눈발을 보며 머쓱해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일과 아이들은 눈이 오는 줄로만 알고 깡충깡충 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먹거리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이 장면은 ‘옥의 티’다. 튀기면 팝콘과 같은 형태로 터지는 옥수수는 6종의 옥수수중 ‘폭립종’이라고 불리는 단 한 종뿐이다.

다른 종류는 강냉이가 되거나 그대로 타버린다. 이 폭립종은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으로 국내에는 재배되지 않는 종류다.

팝콘은 미 원주민들이 먹기 시작한 것으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하던 원주민들은 주로 장식을 위해 팝콘을 이용해 왔다. 몸에 거는 머리장식, 목걸이 등도 팝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팝콘이 서양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인 1630년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내디딘 메이플라워호의 영국인들은 메사추세츠주의 플리머스에서 처음으로 팝콘의 맛을 접하게 되었다.

그 해 추수감사절에 원주민이던 마사소이드 족의 추장인 콰데쿠이나가 축제의 선물로 튀긴 옥수수를 사슴 가죽 가방에 담아 왔던 것이다. 팝콘은 영국인과 미 원주민의 평화의 징표였다.

어디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며 손에 묻어나지도 않는 팝콘은 영화를 볼 때 빠질 수 없는 간식이다.

영화관에서나 먹게 되는 팝콘이지만 집에서 비디오나 DVD를 보면서 먹는다면 또 색다른 맛이 날 것 같다.

*팝콘 튀기기

-재료: 팝콘용 옥수수 반컵, 식용유 약간, 소금 1.5 작은술, 버터 1 큰술

-만드는 법:

1. 프라이팬을 센불로 달궈 놓는다.

2. 식용유를 뿌리고 소금과 옥수수알을 넣는다.

3. 버터를 잘라 옥수수알 위에 놓고 재빨리 뚜껑을 닫는다.

4. ‘타닥~’하는 소리가 나면 프라이팬 뚜껑을 꽉 잡고 소금이 잘 섞이도록 흔든다.

5. 팝콘 튀는 소리의 간격이 커지면 불을 끄고 5~10초 후에 뚜껑을 연다.

*tip: 기호에 따라 녹인 캬라멜이나 시럽을 끼얹어 주어도 좋다.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5-09-13 14:21


정세진 맛 칼럼니스트 sejinjeong@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