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목, 세련된 코디 "어쩜! 분위기가 확바뀌네"

머플러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철 에너지 절약 캠페인의 대상으로 보온내의와 함께 적극 권장되는 머플러. 날씨가 쌀쌀해지면 찾게 되는 머플러는 목 부분으로 세어나가는 열을 차단하기 위한 보온기능 외에도 멋쟁이들의 필수소품이 된지 오래다. 가볍게 둘러만 주는 것으로도 옷차림에 힘을 실어주는 머플러와 함께 시작하는 따뜻한 겨울맞이.

다른 소품들과 마찬가지로 머플러도 기능적인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기능성도 기능성이지만 멋을 위해 더 신경 쓰는 소품이다.

처음에는 뻣뻣하게 세워진 형태였다가 내려서 접은 형태의 칼라가 된 남성들의 셔츠가 타이의 자리를 만들었다면 재킷은 머플러의 자리를 내줬다.

머플러의 기원 역시 다른 패션 아이템들과 함께 전쟁터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로마병사들의 전장에서 추위를 막기 위해 목에 울로 된 천을 두르면서 비롯됐다는 것.

남성복에서 타이는 장식뿐 아니라 예의를 갖춘 의복의 소품으로 이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됐고 머플러도 이맘때 등장하는 보온을 위한 필수품이 됐다.

‘겨울연가’의 배용준처럼 매는법과 같이 한동안 머플러는 매는법에 집중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올 겨울 머플러는 길이와 넓이, 소재의 다양성으로 목에 두르기만 해도 근사한 장신구 역할을 해낸다.

특히 검은색과 갈색 등 한층 어두워진 겨울 옷의 색과 무거워 보이는 두께감 때문에 작은 액세서리로는 멋 부리기가 쉽지 않은 까닭에 부담 없이 멋 내기 쉬운 소품이 머플러다. 복고풍과 보헤미안, 러시안 등 이국적인 유행경향이 레이어드룩과 함께 인기를 얻으면서 머플러가 목걸이와 같은 장식품이 된 것이다.

또 길고 두터운 외투가 줄어들고 얇은 소재를 겹쳐 입거나 보온력이 우수한 소재의 겉옷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머플러는 인기를 더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의 머플러는 이제 계절에 상관없는 유행아이템이지 않는가.

옷차림에 따라 다양한 연출

모피조각과 다른 소재를 얼기설기 엮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머믈러. 엘록

머플러는 울 소재뿐이라고 생각했다면 올 겨울에는 소재의 다양함으로 선택에 고심해야 한다. 니트웨어의 소매를 연장한 듯, 니트 의류와 세트처럼 어울리는 머플러와 수공예 느낌이 강한 얼기설기 짠 머플러에 손 뜨게 꽃망울이나 자수, 술이 달린 머플러가 눈에 띤다. 이국적인 디자인과 소재가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데 보헤미안 유행경향에 따른 머플러는 자유로운 재미가 있다.

재미하면 방울모양의 주먹크기의 커다란 모직 방울이 달린 ‘폼폼(pom-pom) 머플러’를 빼놓을 수 없다. 포탄처럼 크기가 커서 ‘폼폼’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 머플러는 버버리프로섬, 까사렐 패션쇼에 등장하면서 여성스러우면서도 귀여운 옷차림의 손꼽히는 장신구로 떠올랐다.

올 겨울 머플러는 소재와 디자인의 다양성 외에도 크기도 다양해지면서 폭이 넓고 두툼한 것부터 띠처럼 얇은 느낌의 머플러까지, 폭이 좁아도, 넓어도 인기다. 옷차림에 따라 다르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부분에 술이 달리고 폭이 좁아 가늘고 긴 빅토리안 스타일의 복고풍 머플러는 정장의 색다른 장신구로, 성글게 뜬 삼각머플러나 다채로운 무늬가 수놓인 폭이 넓은 머플러는 숄 대용으로 쓸 수도 있다.

남성복에도 머플러는 필수 소품으로 떠올랐다. 20~30대 남성들의 관심사가 옷에서 소품, 액세서리로 옮겨가면서 머플러의 사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턱시도 차림에 어울릴 법한 광택 있는 실크 머플러와 과감한 줄무늬의 캐주얼한 머플러 모두 사랑받을 듯. 길이가 길어지고 끝부분에 술이 달린 여성적인 디자인도 어색하지 않다.

줄무늬 전성시대

수공예 느낌 소품의 유행으로 손으로 뜬 엉성한 머플러도 인기다. ONG

올겨울 머플러의 무늬는 버버리 스타일의 체크무늬는 잊어야 한다. 단색이나 줄무늬 머플러가 도회적하다. 특히 간격이 넓은 가로 줄무늬에 손이 간다.

블랙&화이트 등과 같이 비슷한 계열의 두 가지 색이 조화된 줄무늬는 산뜻하고 깔끔하게, 보색이나 파스텔 톤의 색이 3가지 이상 섞여 경쾌한 즐거움을 준다.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진 줄무늬 머플러가 유행이지만 어두운 색의 정장에는 되도록 2가지 색 줄무늬 머플러가 좋다.

고급스러운 모피 머플러

올 겨울패션에서 천연모피를 빼 놓으면 얘기가 안 될 정도로 모피 사용이 많다. 러시안풍의 영향으로 모자, 구두, 가방 등 모든 소품에 모피가 가미된다.

소품 중에서 모피머플러는 모피 특유의 부담스러움을 덜어주는 소품이다. 길이를 길게 하거나 여우목도리처럼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꾸며도 좋지만, 스카프를 매듯이 목둘레에 짧게 매서 소녀처럼 꾸미는 것이 젊어 보인다. 너무 풍성한 털보다는 짧게 처리된 부드러운 재질이 어울린다. 이밖에 모피 방울을 끈으로 연결한 ‘폼폼 머플러’도 소녀적인 귀여움을 더한다.

머플러 대신 판초

멕시코 정통의복 판초가 올겨울 로맨틱 보헤미안 스타일의 유행과 함께 뜨고 있다. 판초는 소매 없이 목으로 여며서 상체만 덮는 직사각형이나 마름모꼴의 망토로 재킷이나 숄 대신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소품이 제한되는 남성복에 포인트가 될 머플러. 로가디스, 커다란 방울이 달린 가로 줄무늬 머플러는 올 겨울 가장 뜨거운 유행 아이템. 버버리 (왼쪽부터)












팔이 자유롭기 때문에 활동이 편하고 울이나 니트 소재로 만들어져 따뜻하다. 판초는 어깨가 좁아 보이고 상체에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사랑스럽고 귀여운 인상을 연출할 수 있다. 편안함과 자유로움 외에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전하는 데 이만한 아이템이 없다.

올겨울 판초는 카디건처럼 짧게 입는 디자인이나 술이 달려 이국적인 느낌을 강조한 디자인, 터틀넥 목둘레를 대서 스웨터처럼 입는 판초 등 디자인도 다양하다. 굵은 실로 성글게 짠 니트 형태의 판초는 머플러를 대신하는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머플러 선택과 코디법

니트 소매를 연장한 듯한 길이가 긴 머플러도 인기 아이템. 스포트막스

머플러는 그날 입는 옷과의 조화를 가장 신경 써야 한다. 옷 색상이 화사하고 눈에 띄면 동일 계열의 색으로 머플러를 고르고, 디자인이나 색상이 단순하다면 대비되는 보색계열로 맞춘다. 완벽한 정장 차림에는 투박한 울 소재보다는 실크소재나 광택 있는 고급 울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머플러는 길이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귀엽고 발랄한 느낌을 원하면 짧게 매고, 여성스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내고 싶다면 목에 한번 둘러 풍성한 주름을 잡고 길게 늘어뜨린다.

남성복에서도 젊은 느낌의 캐주얼한 복장이라면 목둘레를 중심으로 짧게 매는 것이 좋고 정장에는 옷깃과 같이 자연스럽게 늘어뜨리는 것이 좋다. 단, 키가 작은 사람이 너무 길게 늘어뜨리면 더 작아 보일 수 있으니 이때는 허리선까지만 내려주는 것이 좋다.

멋 부리는데 치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플러는 피부에 직접 닫는 소품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되도록 천연소재를 택하자. 고급소재를 고르는 것이 오히려 실용적인 멋의 비결이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