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섹시하게…더 아름답게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 모임이 잦아지는 요즘. 부어라 마셔라, 취기어린 ‘망년회’보다 간단한 식사와 와인, 샴페인, 칵테일 등 낮은 도수의 알코올음료, 즐거운 대화가 오고 갈 파티스케줄이 잡혀있다.

파티? 그럼 뭘 입고가지? 스타들의 파티복에서 힌트를 얻어 연말모임에서 스포트라이트 한번 받아볼까?

얼마 전 영화인들의 파티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영화상’이 연달아 열렸다. 한국영화계의 현주소를 가늠해보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나는 것과 함께 스타들의 멋지고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영애, 손예진, 임미숙, 김정은, 김혜수 (왼쪽부터)








전체적으로 블랙&화이트의 단순한 색을 택하고 영화인의 축제인 공식행사에 어울리는 예복 차림을 선보였다.

여배우들의 공통점은 길이가 긴 드레스로 우아하게, 그러나 어깨와 등, 가슴을 드러내 여성미를 한껏 뽐냈다.

남자배우들은 화려하기 보다는 검은 정장을 중심으로 각자의 이미지에 맞는 점잖은 연출법을 택했다.

과감한 노출의상

여배우들의 과감하고 파격적인 의상은 영화시상식에 빠질 수 없는 화제중의 화제. 이번 시상식에도 여배우들의 과감한 의상은 최대의 화제거리였다.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사랑니’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김정은은 어깨를 과감하게 드러낸 드레스와 흰색 모피토시로 고급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모습이었다.

김정은은 시가 5억원에 달하는 목걸이와 홍콩에서 당일 아침 공수해 온 구찌 드레스로 한껏 멋을 냈다고. 전도연은 가슴이 깊이 파인 흰색 드레스로 우아하면서도 섹시한 패션을 선보여 더욱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도 가느다란 끈 드레스로 섹시함을 돋보이게 했다.

강성연은 한쪽 어깨 끈이 없는 검정색 드레스로 아름다운 목선과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 원피스는 가슴이 깊이 파인 원피스로 발랄한 모습대신 파격적인 섹시함이 돋보였다.

영화속에서는 촌스러운 아줌마였지만, 문소리 역시 시상식에서는 과감한 노출 패션으로 여배우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어깨 끈이 없는 무릎길이의 푸른색 미니드레스와 모피볼레로, 클러치백, 최정인의 은색니트 구두로 색다른 패션을 선보였다.

박진희는 미쏘니의 비대칭 오프숄더 프린트 미니드레스를 입어 각선미를 자랑했다. 박진희의 드레스는 이태리 미소니(MISSONI)의 본사로부터 긴급 공수됐다고.

전도연, 강정화, 보아 (왼쪽부터)








새틴 소재에 미소니 특유의 패턴이 화려한 드레스는 한쪽 어깨를 드러내는 비대칭의 실루엣으로 그녀의 자연스러운 곱슬머리와 조화를 이루었다.

영화 ‘가발’의 여주인공 채민서는 은갈치를 연상시키는 캉캉드레스로 섹시한 자태를 드러냈고 하지원은 검은색 공단과 깃털로 꾸민 화려한 드레스로 아름다움을 뽐냈다. 특히 뒤가 아찔하게 드러난 디자인으로 뒤태를 자랑하기도.

뒷모습도 아름다워라

영화상 레드카펫을 밟은 수많은 여배우들 중 유독 김정은과 전도연, 하지원, 장진영이 눈에 띄었던 이유는? 바로 앞모습만큼이나 뒷모습도 신경 쓴 이들의 자태 때문이었다.

이들은 정면촬영과 함께 뒤돌아 선 포즈를 취했고, 사진기자들은 플래시 터뜨리기에 바빴다. 전도연은 앞 선이 과감하게 파인 흰색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우아한 매력을 과시했다.

가느다란 끈이 X로 연결된 뒷모습은 더욱 아찔! 장진영은 청룡영화제에서 국내브랜드 ‘타임’에서 장진영만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맞춤 드레스를 선보였다.

그녀를 위해 제작된 수공 비즈 드레스는 몸에 붙는 라인으로, 앞부분은 타이트한 목과 긴 소매로 바디라인을 살리며 뒷모습은 대조적으로 등이 뻥 뚫린 은근한 섹시함을 발산했다.

이나영, 수애, 채연 (왼쪽부터)








반대로 감춤으로 우아함을 강조한 여배우들도 있었다. 시상식마다 화끈한 노출의상으로 언제나 입방에 올랐던 김혜수가 올해는 점잖은 의상으로 등장해 많은 남성 팬들과 취재진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청룡영화제에서는 가슴부분이 살짝 비치기는 했지만 전신을 검은색으로 빼입었고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는 옅은 갈색 드레스에 밍크 숄로 앞을 가린 귀부인 복장으로 등장했다.

웬만해서는 노출을 잘 하지 않는 이영애 역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청룡영화상에서는 이중소재가 조화된 검은색 드레스에 검은색 숄을, 대한민국영화상에서는 검은 드레스에 은색 비즈 볼레로, 긴 장갑으로 감춤의 미학을 보였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의 시상식 사회를 맡은 송윤아도 ‘단아함’이 무기였다. 반짝이는 의상과 머리장식을 한 여인의 머리모양 허리장식이 포인트였지만 허리부분이 살짝 드러났을 뿐 눈에 띌만한 노출은 없었다.

여배우들의 모피사랑

뜨거운 시선과 플래시 세례 덕분에 헐벗은 여배우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그녀들의 비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모피.

강성연, 박진희, 홍수아 (왼쪽부터)








바람에 흩날리듯 가벼운 차림의 여배우들의 어깨에는 누구 할 것 없이 모피가 둘러져 있었다. 김정은의 토시형 모피에서부터 짧은 볼레로 스타일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걸칠 수 있는 모피숄과 장진영의 롱코트까지 다양한 모피패션이 여배우들의 패션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장진영은 그녀를 위해 특별 협찬을 담당한 ‘타임’을 통해 1천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다람쥐 모피 코트를 제공받아 최고의 ‘럭셔리패션’을 선보였다.

또 눈에 띄는 소품은 손에 든 클러치백. 가벼운(?) 옷차림만큼이나 여배우들의 손에 들려진 것은 손안에 잡히는 작은 클리치백이었다. 비즈나 크리스털로 장식한 클러치백은 수납용이라기보다는 빛나는 장식품의 역할을 했다.

중년여인들의 원숙미

빛나는 젊음을 앞세운 여배우들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원숙미를 앞세운 중년 여배우들의 패션 또한 화제였다.

앞 선이 깊이 파인 블랙 드레스에 모피 숄을 두른 이미숙은 40대 여성의 우아함을 뽐내 주위의 시선을 모았다. 영화 ‘말아톤’에서 내공을 발휘한 김미숙 역시 민소매의 검정색 드레스와 깃털 숄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또 고두심은 붉은색 드레스와 보라색과 자주색 공단으로 만든 러플숄을 두른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청룡영화상 최고령 인기상의 주인공인 김수미는 최근의 인기에 보답하듯 젊은 여배우 못지않은 과감한 패션 감각을 자랑했다.

정열적인 붉은 드레스에 화려한 흰 모피 코트를 걸친 김수미는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또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는 어깨 끈이 없는 짙은 붉은 공단 드레스에 풍성한 호피숄을 두르고 등장, ‘이사벨’다운 화려함을 과시했다.

맨 인 블랙

화려한 여배우들의 빛에 가려진 남자배우들은 ‘맨인블랙’의 묘미를 잘 활용했다.

업스타일 헤어에 검은색 바지, 짙은 보라색 벨벳 재킷, 버버리프로섬의 가느다란 술장식 목도리, 패브릭 꽃 브로치를 매치한 장동건은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스타답게 당당한 포즈로 포토라인에 섰다.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은 정통 이태리 명품 수트 브랜드 빨질레리를 입었다. 최고급 캐시미어 소재와 최고급 수제 맞춤 라인을 제공받은 황정민은 그만의 캐릭터답게 노타이 차림으로 ‘황정민패션’을 돋보이게 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배우 박해일은 모범생 스타일이었다. 평범한 검은 정장차림에 짧게 자른 머리, 뿔테 안경으로 ‘평범속의 비범함’을 꾸몄다. 젊은 배우들은 감각적인 패션으로 눈길을 모았다.

강동원은 모델 출신답게 러플 블라우스에 몸에 붙는 검은 정장에 흰색 니트 목도리를 길게 둘러 ‘슬픈 눈’의 감성을 표현했고,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는 검은 정장과 뿔테 안경, 가죽 반부츠로 반항적인 모즈룩을 연출했다.

재희는 은색안경테와 군복을 응용한 순백색의 차림에 크리스털 장식을 더해 독특한 밀리터리룩을 연출했다. ‘반항아’ 류승범은 청룡영화상에서는 8:2 가르마와 물방울무늬 스카프로 시선을 끌었고 며칠 뒤에는 도트무늬 셔츠와 흰색 재킷에 오! 새빨간 바지를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신인상 후보에 오른 뮤지컬 스타 박건형은 레이스가 달린 독특한 의상으로 시선을 집중시켰고 다음에는 체크무늬 재킷에 흰색 하의를 입고 셔츠를 생략한 대신 흰색 머플러를 목에 묶어 과감한 포인트를 줬다.

주목받는 충무로의 스타커플 조승우와 강혜정의 ‘블랙&화이트’ 커플룩은 ‘따로 또 같이’ 그들을 엮었다. 조승우는 전체가 검은 셔츠와 바지 차림에 흰색 새틴 턱시도 재킷으로, 강혜정은 검은색과 흰색 천이 꼬여있는 듯한 홀터넥 드레스로 ‘블랙&화이트’속에 미모를 과시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