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아파트 매입 계약을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에 갔더니, 소유 명의자인 남편 대신 그의 부인이 남편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중개업소에서는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이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계약체결을 독려하는데 정말로 문제가 없는지요.

A: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소유명의자가 아닌 그 배우자만이 계약체결 현장에 참석해 대리인 자격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유자와 대리인이 법적으로 부부관계이므로 별다른 문제가 없겠거니 하면서 대리권수여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무심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거래를 직업으로 하는 중개업자도 그렇게 인식합니다.

그러나 법적으로 볼 때 이러한 거래관행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부부 간에는 비록 민법상의 일상가사 대리권(日常家事 代理權)이 인정되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로 하는 통상적인 사무에 대해서는 배우자의 대리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일상가사 대리권으로 인정되는 범위는 일용품 구입 등과 같이 가정생활에 필수적이거나 거래금액이 적은 것에 국한하고 있습니다.

거래금액이 크면서 드물게 이루어지는 부동산거래의 경우에는 대부분 일상가사 대리권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결국, 부부라고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엄연히 별개의 인격인 이상, 원칙적으로 부동산거래에 있어서는 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위임권한이 별도로 수여되어야만 계약이 유효합니다.

위임권한을 확인함에 있어 많은 사람들은 배우자가 부동산소유명의자의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 위임장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실제로 부동산처분에 관하여 배우자에게 위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서류가 모두 배우자에 의해 위조되거나 도용된 경우)- 거래 상대방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동산처분이 별도로 위임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배우자의 행위는 아무런 권한이 없는 무권대리(無權代理)행위가 되어 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다만, 민법은 ‘표현대리(表現代理)’라는 제도를 두어 대리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한 사람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의 실무처리에서는 배우자가 부동산소유명의자의 부동산처분서류(인감증명서, 위임장, 인감도장, 권리증 등)를 소지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는 배우자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거래 상대방이 믿을 수밖에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부 간에는 배우자의 부동산처분과 관련한 서류를 쉽게 입수할 수 있고, 부부라 하더라도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대리권을 준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록 법률적인 부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부동산 소유명의자가 아니라 배우자가 대리인으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부동산처분에 관한 기본서류를 소지하고 있는 것만을 보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직접 소유명의자에게 유선으로 위임사실을 별도로 확인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광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