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뉴욕, 파리, 밀라노, 도쿄에서 서울까지 전 세계 대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패션 아이콘은 단연 스키니진(Skinny Jean)이다.

말 그대로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몸에 착 달라붙는 이 청바지는 지난해부터 패션모델 케이트 모스, 헐리우드 스타 커스틴 던스트, 린제이 로한 등이 입고 등장해 유명세를 타더니 올들어 청바지 시장을 완전히 정복했다.

국내에서도 공효진, 이혜영, 윤은혜 등 패션 감각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연예계 스타들이 스키니진을 입고 찍은 사진이 올 초부터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어왔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유행한 스키니진이 왜 갑자기 국내에서 유행할까.

무엇보다 스키니진이 지닌 매력은 다리 라인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다리가 길고 늘씬한 사람이 입으면 각선미를 최대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내 여성 의류 ‘시슬리’ 매장에서 만난 대학생 조미희(22)씨는 “실제보다 더 날씬하게 보여서 몸매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해주기 때문에 스키니진을 애용한다”고 말해 이를 뒤받침했다.

스키니진을 통한 ‘축소 효과’의 추구는 최근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는 스키니진의 색깔이 그레이라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레이 컬러의 스키니진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이 매장에서는 스키니진이 하루에 3벌 이상 판매되는 인기 아이템이라고 귀띔했다

스키니진의 유행은 물론 젊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강동원, 현빈, 주지훈 등 ‘메트로섹슈얼’의 대표 격인 꽃미남 스타들이 즐겨 입으면서 스키니진을 찾는 남성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리바이스, 캘빈 클라인 진, 버커루 등 대표적인 진 브랜드에서도 남성을 위한 스키니진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몸짱 바람을 타고 몸매에 자신이 있는 30, 40대 주부들도 간간히 구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칫 잘못 입으면 체형의 결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엉덩이가 처지고 다리가 짧은 체형이 많은 동양인과 스키니진은 궁합이 맞는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그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키니진에 어울리는 원피스, 빅 백, 웨지힐(Wedge heel) 등이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엉덩이를 가려주는 짧은 원피스 또는 긴 상의와 스키니진을 함께 입는 것은 요즘 가장 흔한 코디법 중 하나다. 거기에 다리를 길어보이게 하고 섹시한 느낌을 더해주는 하이힐을 신고 여행 가방 같은 크기로 시선을 분산시키는 빅 백을 들면 결점은 감춰주면서 스키니진의 슬림한 멋은 한껏 살려주는 옷차림이 된다.

지난달 열린 서울컬렉션을 비롯, 밀라노 컬렉션 등 국내외 패션쇼에서도 스키니 팬츠를 2006년 가을/겨울 트렌드로 제시해 당분간 스키니진 열풍은 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름부터는 하이힐처럼 굽은 높지만 통굽 형태로 편안한 웨지힐, 발목을 묶는 끈이 달린 통굽 신발 ‘에스파드리유’와 함께 화이트 스키니진, 7부 스키니진 등이 출시되어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캘빈 클라인 진의 조상미 대리는 “여름 상품으로 청바지뿐만 아니라 면바지, 카고 바지 등에도 스키니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올해 거리에는 빼빼 마른 날씬녀들이 더 활개칠 것 같다.


방지현 객원기자 leina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