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장애 ④ 끝·불임

삶에 행복을 부여하는 것을 손꼽으라고 하면 돈, 명예 등 눈 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랑의 결실을 이루어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내와 남편 사이의 굳은 신뢰와 사랑이고, 그리고 건강한 2세의 탄생이다.

요즘에는 아이 없이도 행복하게 지내는 부부도 예전보다 많이 생겼고 혹 불임 진단을 받더라도 별 무리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자유롭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도 불임이란 반가운 손님이 아닐 것이다.

불임이란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1년 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가임연령의 결혼한 부부 중 약 10~15%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그 중에서 과거에 한 번도 임신을 해 본 적이 없는 상태로 계속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원발성 불임증이라고 하고 임신경험이 있는 부부가 유산 또는 분만 후 만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속발성 불임증이라고 한다.

여성의 가임 적령기는 20세 전후이나 갈수록 결혼이 늦어지고 있다. 결혼을 일찍 하더라도 자녀를 늦게 갖는 경향으로 불임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초경은 빨라진 반면 대학입시 등 과중한 정신적 부담으로 난소기능이 위축돼 불임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다이어트를 지나치게 하면 영양결핍을 초래하고 배란 장애를 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불임을 일으키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임신을 말할 때 구사(求嗣)라 하였으며 임신하는 법을 구사지도(求嗣之道)라 하여 예로부터 남성과 여성 즉 결혼한 부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구사지도에서는 임신 전, 임신 중, 임신 후로 나누어 부부가 조심해야 할 법도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여자는 밭이고, 남자는 씨앗, 즉 종자의 개념에 비추어 비옥한 밭에 질이 좋은 종자를 심고 거기에다 온도, 습도, 영양상태 등이 적당하게 갖추어져야 충실한 열매를 수확할 수 있는 것처럼 남자와 여자가 모두 건강해야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임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전에는 불임을 칠거지악(七去之惡)의 하나로 여겨 여자에게만 그 원인을 미루는 경향이 있었으나 실제로는 남성 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남성 불임의 원인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체질이 약하여 기력이 부족하여 생겨난다. 발기나 사정력이 약해 성교가 불가능한 경우, 정자의 수나 모양 이상, 과도한 수음이나 무절제한 성생활로 정력이 약해져 조루가 된 경우 등이 그 원인이다.

여성 불임의 원인은 자궁의 이상이나 기형 등에 의한 경우, 전신증상에 따라 신체가 너무 비만하거나 마른 경우, 기력이 약하고, 정신적으로 허약하거나 질투 등으로 신경과민 상태에 있는 경우, 소모성이나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되어도 유지하기 힘든 경우 등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불임 검사에서 약 5%는 원인 불명으로 진단된다. 현대의 불임검사에서는 모두 정상으로 나타나므로 사람들은 곧잘 궁합이 맞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정(精)과 어머니의 혈(血)이 만나서 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치료에 있어서 남편은 정(精)을 기르는데 힘써야 한다.

정(精)이라는 글자는 쌀 미(米)자와 푸를 청(靑)자가 만나서 이루어 진 것인데, 이는 곧 정을 생성시키려면 쌀과 채소 등 담백한 음식과 고른 영양섭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내는 조경(調經)으로 치료의 원칙을 삼아야 한다. 조경은 '월경을 고르게 한다' 즉 혈(血)을 고르게 하고 성 생리 주기와 호르몬 분비 기능을 정상으로 조정한다는 뜻이다.

혈(血)은 위장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여 심장의 열로 쪄서 자궁으로 보내고, 밤에는 간에서 저장하므로, 무리한 다이어트로 식사를 제대로 안 한다거나, 밤에 잠을 잘 자지 않는다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불임이 될 수 있다.

빈번한 낙태수술도 불임의 원인인데, 자궁이 상하기 때문이다. 생리 불순이나 대하가 많은 상태를 방치하면 또한 불임이 될 수 있다.

한의학에서 불임 치료는 약물을 위주로 하되 증상과 체질에 따라 뜸, 레이저, 부항요법 등을 병행한다.

치료효과를 높이려면 몸이 냉해지지 않도록 음식섭취에 주의하고 적당한 운동과 정신적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하지만 난소 하나가 없거나 소파수술을 3회 이상 한 여성, 쌍각자궁인 사람 등과 같이 해부학적, 조직학적 구조에 손상이 와서 불임인 경우에는 인공수정과 같은 방식이 적합하다.

남성불임은 강정시키는 계통의 약으로 치료한다. 검사상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에는 3~6개월 정도 치료하면 임신이 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0대 후반을 넘기면 치료효과가 떨어지므로 젊었을 때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고환 이상, 정관 폐쇄, 난관 폐쇄 등의 조직학적 원인에 의한 불임은 한의학으로도 치료가 어렵다.

불임 환자들은 자신들이 불임이라는 점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가 많다. 외국 연구에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여 배란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평소에 심리적으로 빨리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 초조감에서 벗어나서 운동 여행 취미활동 등으로 분위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하여 바른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하루하루의 부부 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불임을 극복하는데 우선되는 방법이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