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보는 건강

계절이 점차 여름으로 다가갈수록 더운 날씨와 습도 때문에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른다.

땀은 많이 흘려야 건강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금만 흘려도 쉽게 피로해지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비위에서는 이것을 소화시켜 에너지원으로 만든 뒤 온몸의 체액과 영양분을 공급한다. 땀은 이 과정을 거친 대사 산물 중 하나로, 몸의 건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평소보다 많은 땀을 흘리더라도 생리적인 현상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과도하면 좋은 징조라고 보기 어렵다.

한의학에서는 땀이 나는 것에 대해‘체표를 순환하는 위기(衛氣)와 체내에서 순환하는 영기(營氣)의 상호작용의 결과’라 말한다.

정상적인 경우는 두 기운의 균형이 맞아서 체온 조절, 노폐물 배출, 피부의 습도 유지 등 생리적인 기능을 수행하지만, 균형이 깨지면 노폐물이 아닌 영양분이 땀으로 새어 나와 땀을 흘린 후 피곤하고 나른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몸의 균형이 깨져 흐르는 땀은 자한(自汗)이라고 부르는데, 자한은 계속 땀이 흐르면서 움직이면 더욱 심해지고 옷을 흠뻑 적실 만큼 심각한 경우도 많다. 땀이 마르며 냄새까지 더해지면 고민은 더 커진다.

얼마 전 30대 남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그는 출ㆍ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조차 민망스러울 정도로 땀이 많이 흘린다고 했다. 복잡한 버스와 전철 안에서 주변 사람들이 자기와 몸을 부딪치지 않으려 하는 게 느껴져 땀 많은 자신의 체질이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자한의 원인에는 크게 두 가지다. 앞서 말한 위기와 영기의 불균형이 원인일 수도 있고, 심장의 열과 비장의 습한 기운이 서로 부딪혀 생겨난 것일 수도 있다. 병원을 찾은 이 남자는 체질적으로 습열이 많은 두 번째 경우에 속했다.

자한의 원인이 전자일 경우는 계지, 황기, 백작약 등의 약물을 써서 위기를 보하여 영양분이 땀으로 새어 나오지 못하게 막는 방법을 쓴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황기건중탕, 보중익기탕 등이 있다.

반면 병원을 찾은 남자와 같이 내부의 습열 기운으로 인해 심장의 열과 비장의 습이 서로 부딪히게 된 경우는 체질적 원인이 많은데, 뚱뚱하고 식성이 좋으며 술도 잘 마시는 사람에게 빈번하다.

소위 다한증이나 수족한증을 호소하거나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사람이라면 이런 체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치료는 위열을 감소시키고 과도한 습기를 제거하는 처방을 써야 호전되므로, 전자와 같이 표피의 위기를 든든히 하는 치료를 하면 오히려 해가 된다.

한편 평소에는 땀이 잘 흐르지 않다가 잠잘 때는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베개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경우다. 양방에서 말하는 자율신경 실조증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이렇듯 수면 중에 흘리는 땀을 도한(盜汗)이라고 한다.

도한은 몸 안에 열이 많아 수분을 필요 이상으로 증발시키므로 건강에 해롭다. 이럴 때는 음(陰)과 혈(血)을 보충하는 숙지황, 천궁, 당귀, 백작약으로 만든 사물탕을 기본으로 쓰면서 증상에 따라 가감하여 처방한다.

이외에도 신경을 많이 써서 불안하고 초조해하면서 손발에서 진땀이 난다는 사람이 있는데, 특히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많이 경험하는 증상이다. 이것은 심장이 좋지 못한 탓으로, 땀을 멈추는 약보다는 심리적 긴장을 풀어주는 자음건비탕, 청심온담탕과 같은 처방을 써야 한다.

이처럼 같은 땀으로 인한 증상이라 하더라도 치료법은 각각의 원인과 체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땀 많은 여름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땀 많은 체질, 건강 목욕법

여름철 잦은 목욕은 피부의 피지막을 제거하고 수분을 증발시켜 피부를 거칠어지게 한다. 따라서 목욕 후에는 바디 로션과 샤워코롱 같은 화장수를 발라 적당한 유분과 수분을 공급해주어야 한다.

또한 덥다고 매일 찬물로만 샤워하지 말고 1주일에 1회 정도는 30℃ 이상의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특히 덥고 짜증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할 경우 따뜻한 샤워는 편안한 잠을 부르므로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김동웅 광동한방병원 병원장 dwkim@ekwang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