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 병원을 찾아왔다. 그는 비누로 아무리 깨끗이 발을 씻어도 곧바로 발 냄새가 나 도저히 학교생활을 할 수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신발과 실내화를 새 것으로 바꿔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날이 더워지면서 냄새가 더욱 심해져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당하기 일쑤라는 것. 급기야는 등·하굣길 버스 안에서 사람들이 무심코 쳐다만 보아도 ‘혹시 내 발 냄새 때문에?’ 하며 노이로제 증상까지 생겼다고 했다.

이처럼 심한 발 냄새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불쾌감을 줘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게 아니다. 특히 직장 동료 등과 식당에 갈 경우 신발 벗기가 더욱 무안하고 꺼려지는 등 심리적 고통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발 냄새는 세균과 곰팡이 때문에 발의 각질층이 분해되면서 생기는데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고 땀이 많이 흐르기 때문에 세균 증식이 빨라 냄새가 더욱 진동한다.

비만자, 당뇨 환자는 유독 발 냄새가 심한데, 만일 냄새 때문에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을 정도라면 병원을 찾아 냄새의 원인을 없애주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동의보감의 수족한(手足汗) 편을 보면 “기혈이 허해서 손발에 땀이 많은 경우는 그 땀이 차가운 경우가 많고, 음이 허하거나 열이 많아서 손발에 땀이 많은 경우는 땀이 나면서 열을 동반한다”는 말이 나온다.

발 냄새가 심한 경우 한방에서는 기혈이나 열의 균형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로 보고 각각의 원인에 따라 기혈을 보하고 열을 내려주는 처방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긴장이나 스트레스도 땀을 많이 나게 해 발 냄새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땀이 많은 사람이라면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며, 이 경우 병원에서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약제 처방을 내린다.

한방에서는 발 냄새가 심한 사람에게 박하 온욕(溫浴)이나 죽염수 족욕(足浴), 냉온욕 등을 권한다.

박하 속에 들어있는 멘톨 성분은 가려움증과 염증 치료에 특효다. 박하 온욕은 박하를 면에 싼 뒤 냄비 뚜껑을 덮고 15분 정도 끓인 다음, 이 물을 목욕물에 섞어 몸을 담그면 된다.

냉온욕은 온탕(40도 정도)에 3분, 냉탕(16도 정도)에 1분 정도씩 들어갔다 나오기를 두세 차례 반복하는 것. 몸의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 발 냄새를 없애줄 뿐만 아니라 몸에서 나는 각종 악취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굳이 병원을 찾지 않고도 발 냄새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도 아주 많다.

신발을 자주 바꿔 신고 운동화는 통풍이 잘 되도록 약간 헐겁게 매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출 시에는 발가락 사이와 신발에 파우더를 발라 건조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실내에서는 슬리퍼 등 통풍이 잘 되는 신발로 갈아 신는 것이 좋다.

오래 신은 슬리퍼나 실내화, 샌들 등은 발 냄새의 주요 원인이 되므로 자주 빨아서 신고 세탁 후에는 물기를 완전히 말리는 센스를 발휘하자.

점심 또는 휴식 시간 등을 이용해 발을 찬물에 담그고 문지르면 발 건강에 이롭고 냄새도 사라진다. 스타킹의 발 냄새를 없애고 싶은 여성은 스타킹을 빨 때 식초를 몇 방울 타서 빨면 냄새가 말끔히 제거된다.

신발에 밴 발 냄새는 냉장고용 탈취제나 숯을 신발 속에 넣어두면 가신다. 잠들기 전 짓이긴 생강을 발가락 사이에 30분 정도 붙이는 것도 냄새 제거에 큰 도움이 된다. 백반을 구워 가루로 만든 뒤 신발에 뿌리거나, 무 삶은 물에 발을 담그는 방법도 효과가 아주 좋다.

인체의 축소판이자 제2의 심장으로 불리는 소중한 발. 발 냄새는 몸 전체의 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건강 척도인 만큼 이번 여름에는 냄새 없는 건강한 발로 향기롭고 상쾌한 여름을 보내도록 하자.


김동웅 광동한방병원장 dwkim@ekwang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