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정도 낮잠에 스트레칭·산책도 흐트러진 바이오리듬 회복에 도움

/ 류효진 기자
4년 만에 찾아온 지구촌 축제. 국민들은 2002년 6월의 뜨거웠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열망에 다시 월드컵에 푹 빠졌다. 퇴근하고 나면 매일 TV 앞에 앉아 채널을 고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과의 7시간 시차로 중계가 시작되는 시간은 밤 10시~새벽 4시. 밤 늦도록 경기를 즐기다가 출근해 게슴츠레한 눈으로 연신 하품을 해대는 직장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거침 없이 웃고 떠들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좋지만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몸을 돌보지 않으면 시종 골골거리다가 어느 날 ‘아뿔사!’를 외칠지도 모른다.

폐막까지는 앞으로도 3주. 모처럼 만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월드컵 증후군’을 떨쳐내고 건강을 스스로 챙기자.

TV시청은 다음 날 업무를 짚어본 뒤 결정을

새벽 4시에 시작되는 경기까지 꼬박 챙겨보는 맹렬 올빼미족이 많다.

첫 경기의 짜릿한 승전보가 날아든 데다 중계가 밤 10시부터 50분 간격으로 이어지는 탓이 크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 무너지고 밤낮 주기에 따르는 생체시계가 엉망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잠을 못 자 직장 근무 중 쏟아지는 졸음에 허덕이는 것은 물론 기억력과 집중력이 크게 떨어져 중요한 업무에서 실수를 하기가 쉽다. 운동 부족으로 신체기능 저하까지 겹쳐 전기공 등 위험한 작업을 요하는 직업이라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TV시청 여부는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이 없는 지 미리 따져본 뒤 결정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프리젠테이션, 위험한 작업 등이 예상된다면 눈을 질끈 감고 TV스위치를 꺼야 한다. 시청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도 노약자나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평소 먹던 약을 챙기는 등 이것저것 대비가 필요하다.

늦게 잠잤더라도 원래 기상 시간은 지키는 편이 좋다. 대신 불빛과 소음이 전혀 없는 숙면 환경을 만들고,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금상첨화. 새벽경기를 보고자 한다면 평소보다 30분~2시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에서 피곤함이 밀려와 정 견디기 힘들다면 점심 식사 후 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도 방법이다. 졸립다고 커피, 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면 탈수ㆍ각성 효과가 일어나 몸을 더욱 망치는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회사 주변을 산책하면서 짬짬이 가볍게 몸을 풀 수 있는 맨손체조, 스트레칭을 하면 머리가 멍하거나 몸이 찌뿌드드한 증상을 덜어낼 수 있다. 머리가 무거운 모자를 쓴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어깨ㆍ목덜미까지 뻐근하다면 머리 뒤쪽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지압을 하면 도움이 된다.

고혈압 협심증 등 질환자는 약 복용 잊지 말아야

손에 땀을 쥐는 공방전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가슴이 쿵쿵거리고 혈압과 맥박 수가 올라가 몸을 해칠 수 있다. 고혈압, 당뇨나 협심증, 부정맥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 자칫 자신도 모르는 새 흥분이 고조되어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돌연사의 위험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만성 질환을 앓거나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육류 등 음식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소 복용하던 고혈압약, 신경안정제 등을 챙겨먹는 것을 잊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무릇 스포츠 경기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애써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거리응원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들뜬 곳은 가급적 피하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간간이 얘기꽃을 피우면서 TV를 시청하는 것이 좋다. 또 전반전이 끝나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일어나 몸을 이러저리 움직이거나 맨손체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술과 독주는 금물, 군것질은 열량이 낮은 것으로

▲ 술자리에서는 가급적 독주는 피하고 안주도 칼로리가 낮은 것으로 먹는 것이 좋다.

밤 늦도록 축구를 시청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군것질.

배가 부를 정도의 숙면을 해칠 수 있고 치킨 등 고기류, 피자, 스낵 등 고칼로리 음식은 비만이나 소화 장애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먹지 않도록 한다. 소화가 쉽고 열량은 낮은 과일이나 주스, 따뜻한 우유 등과 같은 가벼운 간식으로 때우는 게 좋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 직후에는 불규칙한 식사로 급체가 나거나 잦은 술자리로 숙취나 설사 등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고 한다.

다음 날 근무 중 몸이 나른하고 머리가 띵한 경우에는 쌍화차, 인삼차, 구기자차를 마시면 피곤함이 가신다. 머리를 많이 쓰는 수험생과 직장인이라면 맑은 기운을 머리로 올려주는 한편 머리에서 나는 열은 식혀주는 녹차 결명자차 감국차가 좋다. 몸이 뻐근하고 비만한 편이라면 율무차를 마시도록 한다. 물론 밤샘 시청 중 담배와 독한 술은 금물이다.

열띤 응원전에 피부는 울그락푸르락

거리응원 등으로 새벽까지 이어지는 월드컵 열기는 피부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길 수 있다. 고래고래 고함을 치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응원을 하다 보면 과도한 땀과 피지 분비, 수면부족 등으로 여드름, 다크서클, 주름 등의 피부 트러블을 생겨날 우려가 있다.

여드름은 보디페인팅이나 화장품 찌꺼기가 모공을 막아 피지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 응원 후에는 보디페인팅이나 피부에 쌓인 땀과 피지, 노폐물 등을 미지근한 물과 폼 클렌징을 이용해 꼼꼼하게 씻어내야 한다.

잠을 마다하고 오랜 시간 TV나 대형 스크린을 시청하다 보면 눈 부위 혈액순환이 잘 안 돼 노폐물 축적이 일어나 혈관이 거뭇하게 변색되는 다크서클이 생겨날 수 있다.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등 눈 화장은 전용 리무버를 면봉이나 화장솜에 묻혀 깨끗이 지운 뒤 냉ㆍ온 타월로 번갈아가며 눈가를 찜찔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진다.

밤샘 응원으로 피부 수분이 빠져나가 주름이 깊어지거나 생겨날 수도 있다. 술과 담배는 주름에도 최대의 적. 알코올이 피부 표면의 온도를 높여 피부 층의 수분을 증발시키고 담배 니코틴은 피부 탄력섬유인 콜라겐을 손상시켜 주름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갈증이 난다면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고 수박, 참외, 토마토, 오렌지 등은 피부에 수분과 비타민C를 보충해줘 좋다.

■ 도움말 /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 신촌 세브란스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 지미안피부과 김경호 원장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