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한방 / 입냄새

절친한 친구에게 수천만원을 덜컥 빌려줬다가 최근 친구의 돌연한 잠적 소식을 듣게 된 강모(35ㆍ사업) 씨.

소식을 접한 처음 며칠 동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잠도 못잤다는 강 씨는 자신도 불쾌하게 느낄 정도로 심한 입 냄새가 나 최근 병원을 찾아왔다. 아무리 자주 이를 닦아도 목구멍 속으로부터 악취가 풍겨나와 혹시 몸에 병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강 씨처럼 입 냄새가 심해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입 냄새는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충치가 생긴 경우에만 생기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발생 원인은 아주 다양하다.

강 씨 경우처럼 화병으로 심장에 열이 오를 때도 입 냄새를 유발할 수 있다. 입 냄새는 개인의 이미지를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에도 큰 불편을 줄 수 있는 만성질환이므로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을 줄 정도라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

입 냄새는 일반적으로 구강 내적인 원인이 많다. 냄새의 정도는 구강 내 염증, 치태(프라그)의 양, 타액 분비량, 충치나 충전물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내과 질환이나 비강 및 상기도의 염증 등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혀에 발생한 설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의학에서는 수승화강(水丞火降ㆍ체내의 물은 올라가고 열기는 내려간다는 이치)이 잘 안 되는 것이 입 냄새의 원인이라고 본다.

이 같은 열기를 조장하는 원인으로는 체질적으로 위에 열이 많거나 육식을 즐겨먹은 탓도 있지만, 비뇨생식기 계통의 기능 저하로 몸 안의 수기(水氣)가 부족해져서 건조해진 열기가 위로 올라온 경우, 화병 탓에 기운이 가슴에서 울체되어 화(火)로 변한 뒤 심장에 열이 생기고 또 이것이 구강으로 올라와서 냄새를 유발하는 것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입 냄새는 이처럼 발병의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다스리는 치료법도 제각각이다.

많은 원인들 중에서도 체질적으로 위열이 많아 발생하는 입 냄새가 가장 흔한데 이 경우에는 위장의 열을 식혀주는 약물을 쓰게 된다. 동의보감에서 ‘가감감로음(加減甘露飮)’이라 말하는 이 처방은 위열을 제거하면서 몸 안에 물의 기운을 증대시키는 냉각기 역할을 하는 약제들로 만든 것이다.

비뇨생식기 계통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입 냄새에는 육미지황탕이나 사물탕과 같은 보신 약물에다가 신장에 좋다는 지모와 황백 같은 약제를 가미해 처방하게 된다.

앞서 예로 든 강 씨처럼 정신적 스트레스와 충격 때문에 울화통이 쌓여서 화병이 된 경우에 발생하는 입 냄새는 심리적 긴장을 풀어주는 귀비탕, 온담탕과 같은 약물이 효험 있다.

입 냄새를 없애는 방법에는 가정이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도 있다. 민간요법으로 참외 또는 완전히 여물지 않은 매실을 소금물에 담갔다가 말린 뒤 먹으면 좋다.

또 동의보감에는 입안이 헐어 있거나 구내염으로 발생하는 입 냄새는 죽엽을 달인 물로 양치하고 대나무 목초액을 입에 바르면 나아진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처럼 입 냄새의 한의학적 치료는 그 원인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의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 데다가 간단한 민간요법의 경우라도 각각의 원인에 따라 쓰이는 용도가 상이하므로 한의사와 상의하고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김동웅 광동한방병원 병원장 dwkim@ekwang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