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노화방지클리닉 원장이다 보니 노화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필자가 꼭 해 주는 말이 있다. 좋은 것을 하려고 하기 전에 나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화방지 식품을 먹고 운동을 하는 것보다 담배, 과음 등을 하지 않는 것이 노화를 막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와 같은 노화방지학자들은 흡연, 과음, 스트레스, 복부비만 등을 노화방지에 있어서 반드시 퇴치해야 할 '공공의 적(public enemy)'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 흡연이다. 흡연은 세포의 노화를 일으키고 암을 비롯한 거의 모든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활성산소를 많이 발생시켜 노화를 촉진시킨다.

또 흡연은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혈관을 파괴시켜 심장과 혈관을 노화시키고 협심증과 중풍 등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 노화방지의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 바로 혈관인데, 혈관의 노화는 발기부전을 비롯한 성기능의 노화와 기억력 감퇴 등 뇌기능의 노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또한 흡연은 폐암은 물론 여러 가지 호흡기질환을 일으키고 폐활량을 떨어뜨린다. 폐활량은 생물학적 나이 즉 노화 정도를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이므로, 폐활량이 떨어진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늙었다는 뜻이 되고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폐활량이 떨어질수록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술도 나쁜데 흡연과 다른 점은 담배는 피우는 만큼 손해지만 술은 적당히 마시면 사람에 따라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루 한두 잔 정도의 적당한 음주는 노화를 지연시키고 수명을 연장시키지만, 하루에 세 잔을 넘어서면 다시 사망률이 높아지며 하루 6잔 이상을 마시면 각종 질병에 더 잘 걸린다고 한다. 결국 술은 마시는 양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과음을 하면 위와 간에 부담을 주어 질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몸 전반에 걸쳐 아주 광범위하게 피해를 주며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단축한다. 과음도 활성산소를 많이 만들어 노화를 촉진시키며 남성호르몬 분비를 감소시켜 성기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과음은 뇌세포를 파괴하여 뇌의 노화를 촉진시키며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현대인들에게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도 면역계, 내분비계, 심혈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쳐 질병을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한다. 만성 스트레스는 암, 심장병, 뇌졸중, 위염, 위궤양의 위험인자인 동시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스트레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화를 촉진하는데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생물학적 연령이 무려 16년이나 차이가 난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가장 취약한 장기는 우리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과 뇌이다. 스트레스는 혈압을 올리고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을 응고시켜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원인이 되고 뇌세포를 파괴시켜 기억력 감퇴와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는 성욕과 발기력을 떨어뜨려 성기능의 노화도 가져온다.

복부비만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피하지방은 피부 바로 밑에 있어 허리나 배를 잡을 때 손으로 잡히는 지방이다. 보기에 좋지 않아서 그렇지 건강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복강 내 장기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내장지방은 해로운 물질을 분비하거나 혈액으로 바로 녹아들어가 당 대사나 지질 대사에 이상을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일으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관상동맥 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이런 생활습관병들은 노화를 촉진하고 수명을 단축시킨다. 또한 내장 비만은 유방암과 대장암 등 각종 암에 걸릴 위험성을 높여 일찍 죽는 원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노화방지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담배를 끊고 과음과 과식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고 운동,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다.


권용욱 AG Clinic 원장 drkwon@ag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