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암내’라고도 부르는 액취증(腋臭症)은 겨드랑이에서 역겹고 묘한 냄새를 풍겨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증상이다. 차라리 자신 혼자만 겪는 고통이라면 눈을 질끈 감고 참아보겠지만, 이건 자신보다 오히려 남들에게 더 고통을 안겨주는 병이다 보니 당사자가 감내하는 마음의 아픔은 더한 것이다.

얼마 전 갓 스무 살을 넘겼음 직한 여대생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으로 병원 문을 두드렸다.

예쁘장한 이 여대생은 액취증 탓에 여름에 소매 없는 짧은 옷을 입을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누군가 실내에 함께 있다가 창문만 열어도 혹시 자기 때문은 아닌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해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 이런 일이 잦다 보니 성격까지 예민하게 바뀌었고, 맘에 드는 남학생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해도 냄새 때문에 자꾸 거리를 두게 된다고도 했다.

우리 몸에는 땀샘이 200 만~300만 개 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에크린선(Eccrine gland)이고, 다른 하나는 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발달해 있는 아포크린선(Apocrine gland)이다.

아포크린선의 역할은 지방산과 유기물질의 배출하는 것인데, 액취증은 바로 이것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아포크린선에서 배출된 땀이 피부에 서식하는 세균의 작용으로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냄새가 액취증이다.

액취증에 따른 냄새는 요즘처럼 기온이 높은 여름과 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한 사춘기에 심해진다. 특히 겨드랑이나 외음부 등 검은 털이 밀집한 부위의 큰 땀샘에서 나오는 땀은 지방과 암모니아, 색소 등을 함유하고 끈적거리는 점액성까지 있어 몸이 개운치 않은 데다가 옷을 누렇게 변색시키기도 한다.

액취증 증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겨드랑이 등 몸을 자주 씻고 상의를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 날씨가 조금 덥더라도 면으로 된 속옷을 챙겨 입음으로써 땀의 흡수가 잘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반면 계란이나 육류, 생선 등 단백질의 과다 섭취는 냄새를 더욱 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는 땀샘의 분비기능을 저하시켜 심한 냄새를 유발하기 때문에 금물이다.

겨드랑이에 땀이 많고 냄새가 난다고 모두 액취증은 아니다. 실제로 액취증이라면서 병원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다한증으로 판명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한증은 땀이 식으면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정상인보다 과도한 땀이 흐르는 경우를 말한다. 액취증과 다한증은 발생 원인과 치료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가려내야 한다.

액취증 퇴치법에는 한방에서 권장하는 민간요법도 있다.

적석지(赤石脂ㆍ규산알루미늄을 주성분으로 하는 흙으로, 한방에서는 약재로 쓴다)와 고운 소금을 같은 비율로 섞고 불에 구워낸 분말 3g 정도를 식초에 갠 뒤 액취가 나는 곳에 붙이면 된다. 이 방법을 매일 10분 정도씩 보름 정도 꾸준히 하면 냄새가 없어진다.

한방 치료의 경우 방기, 황기, 백출을 주원료로 한 약물에다가 발병 원인에 따라 다른 약재를 가감하는 처방을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치료 시에는 환자의 전체적인 몸 상태를 고려해야 하는데, 평소 몸이 노곤하고 더위를 많이 타며 식욕이 없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면 팔물탕, 황기계지탕 등의 약물 처방을 내린다.

긴장할 때 땀이 특히 많이 난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간의 기운이 울체된 탓이므로 가미소요산 등의 약재로 다스린다. 또 심비(心脾ㆍ심장과 비장)의 혈이 허한 경우에는 귀비탕을, 체열이 높고 땀이 많이 난다면 소시호탕, 당귀육황탕 등을 쓴다.

몸의 체온을 조절하고 노폐물을 바깥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땀의 배출은 지극히 생리적이고 정상적인 신진대사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로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린다면 자율신경계나 인체 대사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징후일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진단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광동한방병원 김동웅 병원장 dwkim@ekwangd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