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유전적 요인… 근본치료 어렵고 약물·이식 수술 두가지로 해결

▲ 서울의 한 피부과 병원에서 탈모증 환자가 두피검사를 받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감을 때면 뭉턱뭉턱 빠지는 머리카락. 단순히 나이 탓이려니 하고 돌리기엔 빠지는 양이 너무 많아 고민하는 ‘속알머리 없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

최근 국내 대학병원들이 발표한 국내 탈모증 발생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달라진 식습관의 영향으로 체내 남성호르몬이 늘면서 탈모증 환자가 5년 새 42%나 급증했고 탈모증이 시작되는 나이도 10대까지로 점점 내려가고 있다.

또 ‘탈모 여성’도 갈수록 늘고 있다. 탈모증 클리닉을 찾는 환자 중 남ㆍ녀의 비율이 5년 전 3.46대 1에서 지난해에는 1.7대 1로 여성의 비율이 급증했다.

머리카락은 정상인이라도 매일 적어도 50개는 빠진다. 태어날 때의 머리카락 수는 10만개 안팎이지만, 30대 문턱을 넘어서면 이중 절반 정도가 빠진다. 나이가 들면 피부에 쭈글쭈글한 주름이 잡히듯, 머리카락도 노화 현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빠지는 모발 수가 100개가 넘는다면 그것은 ‘병적인 탈모’다. 탈모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안드로겐성 탈모증

탈모의 상당 부분은 타고난다고 봐야 한다. 탈모증 중 가장 많은 유형이 바로 유전에 의한 ‘안드로겐 탈모증’이기 때문이다. 전체의 80%에 달한다. 흔히 우리가 ‘대머리(남성형탈모증)’라고 부르는 게 이것이다.

지난해 국내 한 대학병원이 환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성 환자의 64.5%와 여성 환자의 59.4%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 유발 유전자는 우성 유전이어서 부모 중 한쪽이라도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을 경우 자신도 대머리가 될 확률이 아주 높다.

안드로겐 탈모증 다음으로 흔한 유형은 원형탈모증ㆍ휴지기탈모증이다.

▲ 안드로겐 탈모증 발생 전·후의 비교 사진.

안드로겐 탈모증 발생률은 남녀 모두 사춘기 직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다. 탈모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사춘기 접어들어 분비가 많아지는 남성호르몬 탓이기 때문이다.

안드로겐이라는 용어 자체가 남성호르몬의 통칭이다. 남성호르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DHT(Dihydrotestosterone)가 주범이다.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에 의해 DHT로 바뀌고, 이것이 모낭을 마구 공격하여 머리카락을 점점 가늘고 짧게 만드는 것이다.

안드로겐 탈모의 증상은 남녀가 다르다. 남성의 경우 앞 이마와 정수리 부근의 머리카락이 점점 빠져나가 M자형을 이루는 반면 여성은 이마의 모발선이 비교적 잘 유지되면서 정수리 부근의 머리숱이 옅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후자를 달리 ‘여성형탈모증’이라고도 한다.

원형탈모증은 스트레스 탓이다?

원형탈모증은 말 그대로 머리숱이 둥글둥글한 모양새로 빠지는 경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원형탈모증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남성형탈모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는 있지만 탈모 자체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피부과 전문들의 중론이다.

원형탈모증은 자가면역 질환이다. 인체 면역체계에 혼란이 일어나 자신의 면역세포가 모낭세포를 마구 파괴하는 엉뚱한 일이 벌어진 결과다. 면역체계가 망가진 정확한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뾰족한 치료법이 아직까지 없다.

염증반응을 완화하는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제)를 바르는 게 고작이다. 원형탈모증은 남녀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외 휴지기탈모증, 성장기탈모증도 있다. 성장기탈모증이란 성장기에 있는 머리카락이 항암약물이나 방사선 치료 후 세포 독성을 가진 물질 때문에 모낭이 파괴된 것. 휴지기탈모증은 심한 스트레스을 받거나 수술 또는 출산 직후에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진단 후 약물 또는 이식수술을

▲ 위부터 남성형탈모증, 여성형 탈모증, 원형탈모증.

탈모 클리닉 방문자 중에는 실제 머리가 빠져서 오는 사람도 있지만 머리카락 중간이 부러지거나 또는 머릿결이 거칠어져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머리카락이 뿌리부터 빠진 것인지, 길이가 짧아지는 것인지는 두피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일 뿌리채 빠졌다면 남성형ㆍ원형ㆍ휴지기ㆍ성장기 탈모증 중 한 가지다.

머리카락이 부러진 것은 부두백선이라고 해서 곰팡이균 감염 탓이거나 아니면 염색이나 퍼머 등 평소에 모발 관리를 잘못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탈모증 치료법에는 크게 약물치료와 이식수술, 두 가지가 있다. 약물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은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 두 가지뿐이다. 프로페시아는 하루 한 알씩 먹는 것이고, 미녹시딜은 아침 저녁으로 바르는 약이다.

프로페시아와 미녹시딜의 작용 메커니즘과 치료 효과는 판이하다.

프로페시아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으로, 남성형탈모증 치료제다.

치료율은 1~2년 정도 꾸준히 사용하면 20~30% 수준으로 좋은 편이다. 반면 장기복용을 할 경우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발기부전 등 성적 능력의 감퇴다. 또한 간의 해독능력이 떨어진 간 질환자들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원래 고혈압 치료용으로 개발된 미녹시딜의 쓰임새는 광범위하다. 혈관 확장 작용으로 모낭 부위 혈액순환을 촉진함으로써 탈모를 막는 방식이어서 남성형탈모뿐만 아니라 원형탈모, 휴지기탈모 등에 다양하게 쓴다.

미녹시딜의 치료 효과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3명 중 1명은 상당한 효과를 보고, 1명은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수준에 그치고, 1명은 전혀 소용이 없다고 보면 된다.

탈모 증상이 약으로 치료가 안 되거나 또는 치료 효과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모발이식 수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약물 치료에 나섰다면 6개월~1년 정도는 치료 효과를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 약효 발생이 더딘 편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원형탈모나 휴지기탈모는 발생 원인이 사라지면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다.

모발이식은 숱이 비교적 많은 머리 뒷편에서 머리카락을 떼내 다듬어서 모낭을 하나씩 탈모 부위에 옮겨심는 과정이다. 한 번 수술에 2,000개 정도 심는 것이 보통인데 보험처리가 안돼 비용이 500만원 안팎으로 부담이 크다.

모발이식의 효과도 1년 정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식한 털이 계속 자라는 게 아니라 휴지기를 거쳐 한 번 빠졌다가 다시 나와야 하는 데 적어도 3~6개월은 걸리기 때문이다.

도움말 =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 아름다운나라 모발의학센터 이영란 원장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