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바캉스 시즌, 마린룩·크루즈룩으로 자유와 낭만 만끽

바캉스 패션은 티셔츠 한 장에 반바지를 입고 슬리퍼만 신으면 된다고? 정장에만 익숙해져 있는 직장인들에게 휴가 복장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휴가라고 그냥 편하게만 입으면 된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 기왕이면 해변의 멋쟁이로 불리는 게 낫지 않을까.

흰 파도와 푸른 바다를 연상케 하는 마린룩

금빛 모래밭과 이글거리는 태양,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짙푸른 바다, 구릿빛 젊음의 낭만이 넘치는 해변. 바캉스 하면 우선 바다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다. 요트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거나 한가한 바닷가 리조트를 거닐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 ‘마린룩(Marine Look)’이다. 강렬한 느낌보다는 여유롭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단장해줄 마린룩은 청량감이 느껴지는 세련미를 뽐낼 수 있다.

흰색과 푸른색의 만남으로 눈부터 시원해지는, 바다의 느낌이 살아있는 마린룩은 여름의 베스트셀러다. 군복에서 힌트를 얻은 마린룩은 흰색과 파란색의 어울림과 가로 줄무늬의 ‘마린 스트라이프’로 바다의 자유와 시원함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여름 반짝 유행을 타던 마린룩과 크루즈룩이 전체 패션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몇몇 럭셔리 패션브랜드에서 한겨울에 크루즈여행을 테마로 패션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지루한 일상과 무더위로부터의 탈출 욕구뿐 아니라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정신적 안정을 취하고 싶은 도시인의 열망이 휴양지 패션을 도심 속으로 끌어 왔다.



마린룩은 해군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900년대 영국 런던의 상류층 남성들은 때와 장소에 맞춰 옷을 입는 패션 감각을 중시했다. 운동을 할 때나 휴가지에서조차 그에 맞게 옷을 차려 입었는데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낼 때 입을 옷을 해군이나 선원들의 복장에서 힌트를 얻어 맞춰 입기 시작한 것이 마린룩으로 정착됐다. 마린룩은 여름에 유행하는 스타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패션이기도 하다. 바다란 것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지친 도시인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것처럼.

마린룩은 흰색을 바탕색으로 푸른색이 조화를 이루는 보트네크라인(배 모양으로 가로로 길게 파인 목선) 줄무늬 티셔츠, 납작한 선원 모자, 세일러(sailor) 칼라, 흰색 바지, 더블 버튼 재킷이 대표적이다. 돛대나 닻, 요트, 지도, 키, 밧줄 등 해양을 뜻하는 모티브들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소매 끝이나 밑단, 칼라의 끝부분에 한두 개의 선 장식도 마린룩의 영향이다.

마린룩은 남성의 경우 자유롭고 한가로운 느낌을, 여성에게는 건강한 여성미와 성숙한 느낌을 준다. 바탕은 올해의 유행색인 흰색과 만날 때 더욱 돋보이다.

남성복은 시원한 느낌을 주는 푸른색 계열의 줄무늬 셔츠에 흰색 바지와 흰색 재킷을 코디하거나, 상의 흰색과 하의 푸른색으로 맞춘 코디, 상하 모두를 흰색으로 연출하고 푸른색 재킷을 입어 포인트를 주는 형태로 맞춰 입으면 된다.

여성스러운 마린룩은 흰색 바탕에 가로나 세로로 줄무늬가 있는 원피스 차림, 파란색 바탕 차림에 흰색 벨트를 하거나 흰색의 레이스 장식이 더해지는 화이트 포인트 코디가 돋보이는 연출법이다. 또 넉넉한 흰색 셔츠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여유로운 바캉스룩을 연출 할 수 있다. 줄무늬가 들어간 캐미솔 톱과 미니스커트, 크롭트 팬츠를 입고 여기에 흰색 셔츠를 걸치고 허리 부분을 묶어주면 된다.

‘마린 스트라이프’로 불리는 흰색 바탕에 푸른색이 들어간 시원하고 깔끔한 줄무늬는 마린룩의 트레이드마크. 줄무늬는 화사한 플라워 프린트나 낭만적인 도트 프린트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이러한 줄무늬가 응용된 마린룩 스타일은 편안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추구하며 한결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켜준다. 흰색과 푸른색 줄무늬 조합 외에도 흰색과 검정, 빨강의 조합이 있과 포인트 색상으로 노랑, 오렌지, 녹색 등의 색상이 다양하게 활용된다.

럭셔리 마린룩, 크루즈스타일

올 여름 선보인 마린룩은 스포츠캐주얼 스타일보다는 정장풍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표현되는 것이 특징. 특히 마린룩에 상류층의 고급스러움이 더해진 ‘크루즈룩’을 주목할 만하다. 크루즈룩은 바다 이미지에서 모티프를 딴 마린스타일의 비즈니스캐주얼웨어로 해외 휴양지에서 활용이 가능한 차림새다.

패션계에서는 바다 위에 떠 있는 호화여객선을 타고 떠나는 낭만적인 크루즈여행을 위한, 또는 크루즈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크루즈 컬렉션’을 계절에 관계없이 내놓아 이미 관심을 끌었다. 명품 소비층에서만 국한됐던 크루즈룩이 대중화되면서 크루즈룩은 원래 휴양지에서 입는 바캉스룩을 뜻했지만 요즘은 폼나는 비즈니스웨어로도 활용이 가능해 실용성까지 갖췄다.

캐주얼한 마린룩을 세미정장 스타일로 업그레이드한 럭셔리 크루즈룩을 꾸밀 때는 소품의 역할이 중요하다. 챙이 넓은 흰색 모자, 마린모티브가 프린트된 비닐 백, 밧줄 스트랩 샌들 등 밧줄 모양의 끈과 돛 모양의 장식이 응용된 소품이라면 적절하다. 마린모티브가 프린트된 스카프와 손수건도 다양한 연출을 돕는다.

복고풍의 마린룩 스타일 수영복

마치 흑백 영화 속 드레스처럼 세련된 매력이 돋보이는 수영복이 바로 마린룩 스타일의 수영복이다. 심플한 줄무늬만으로도 여성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마린룩 스타일은 여성스러운 수영복을 찾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 마린룩의 줄무늬는 무늬 폭의 차이를 적절히 응용하면 본래보다 사이즈가 축소되는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면적의 차이가 있겠지만 비키니 스타일의 마린 수영복은 보이쉬(boyish)한 분위기가 나면서 건강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노출을 하더라도 귀여운 소녀처럼 꾸밀 수 있다. 비키니가 부담스럽다면 마린룩 원피스 수영복을 선택해 보자. 원피스 디자인이지만 등을 많이 판다거나 해서 가리고 싶은 곳은 가려주면서도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줄 수 있다.

야외에서는 남성 수영복은 딱 달라붙는 삼각 수영복 대신 트렁크 스타일이 무난하다. 반바지로도 손색 없는 색과 프린트의 트렁크팬츠는 타이트한 수영복의 민망함도 덜어주는 유용한 아이템.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짙은 청색 바탕에 강렬한 빨강과 깨끗한 흰색이 어울린 마린스타일의 심플한 디자인을 고르면 좋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