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식습관 길러줄 기회… 비만·치과·안과질환 등 치료해야

“엄마, 올 여름방학도 학원가서 다 보내야 하는 거야?”

마냥 즐거워야 할 방학이 아이들에게는 밀린 공부를 하느라 되레 고역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방학.

부족한 공부를 채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아이들 밀린 건강을 챙기는 것은 더 의미있을 것이다. 이따금 높은 산에 아이들을 함께 올라 그들의 다리 힘을 기르는 것도 좋겠고, 시골에 데리고 가 구슬땀 흘리며 채소밭을 가꿔보게 하는 것도 마음 건강에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여기다가 한 가지를 더 보태 각종 질환을 사전에 체크하고 치료받게 하면 아이들에게는 알찬 방학이 될 듯하다. 왜냐하면 대학입시를 치른다는 것은 장기간의 체력싸움인데 그 체력은 바로 튼튼한 건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자녀 건강을 위해 방학 때 체크할 점을 살펴본다.

비만탈출을 위한 건강계획을 짜자

국내 초등생 4명 중 1명꼴로, 중ㆍ고교생은 6명 중 1명이 비만이라는 통계가 있다. 어릴 적 뚱보의 80%는 커서도 뚱보가 된다. 소아비만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성인이 되어 고혈압, 당뇨, 지방간 등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 더구나 아이들은 자기 절제력이 부족하기에 소아비만은 부모의 관리책임도 크다.

소아비만은 한번 발생하면 치료가 쉽지 않은 만큼 식생활과 운동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고 예방에 힘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아비만은 달콤하고 기름진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탄산음료수 등을 지나치게 즐기는 반면에 운동은 등한시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따라서 올바른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곧 치료와 예방의 핵심이다. 아이가 언뜻 보아 뚱보 같다면 한 번쯤 피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식이요법은 칼로리를 제한하기보다 성장에 필요한 양의 단백질과 비타민은 충분히 먹게하되 탄수화물과 지방을 제한하는 것. 신진대사와 뇌 발육이 왕성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살을 빼겠다고 세 끼 식사만 달랑주는 것은 소탐대실. 영양가 있는 간식은 충분히 챙겨줘야 한다. 단 패스트푸드 등 가공식품과 탄산음료수는 적게 먹을수록 좋다. 또한 어릴 때 평생을 좌우할 식습관이 형성되므로 편식은 금물이다.

운동은 갑작스럽게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가벼운 운동을 장시간 규칙적으로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몸을 움직이는 것을 꺼리는 아이라면 이번 기회에 운동의 즐거움을 깨우쳐 주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려면 아침 먹고 1-2시간 기다렸다가 함께 동네 산을 함께 오르거나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시작해보자. 며칠 정도 농장체험이나 야외활동을 떠나는 것도 괜찮다. 어렵고 힘든 일을 직접 겪어 보면서 인내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을 하루 몇 번 먹는지 세어보라

방학 때는 학기 중에 유지되어온 규칙적인 생활리듬이 깨지기 십다. 일단 칫솔질을 빼먹는 날은 없는지, 아이가 음식을 하루에 몇 번이나 먹는지, 충치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라. 깜짝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구강건강은 하루 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한 번쯤 치과를 방문해 치과 진찰을 받아보도록 한다. 충치가 있으면 말끔히 치료를 하고 충치가 없더라도 이를 잘 닦는 법을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다.

외모에 민감한 요즘 아이들은 덧니가 있거나 주걱턱 등 부정교합이 있을 경우 대인관계에 자신감을 잃는 등 사회성 발달에 지장이 올 수 있다. 치료의 최적기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다. 교정치료가 필요한 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라인을 타거나 태권도, 축구 등 스포츠를 즐기다가 자칫 이가 부러지거나 빠질 수 있다. 이럴 땐 빠진 이를 우유에 담가 빨리 치과로 달려가면 된다. 30분 이내 도착하면 대개 살릴 수 있다.

방학 중 치료할 안과질환

▲ 안과클리닉에서 한 어린이가 시력측정을 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사팔뜨기라고도 하는 사시는 동양 어린이들에 특히 많다. 사시라는 의심이 든다면 안과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술한다고 해서 다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니지만, 방치할 경우 간혹 입체시가 제대로 안 되거나 약시가 될 수 있다. 수술할 경우 전신마취가 필요하기 때문에 방학이 치료의 적기다.

심한 굴절이상이 있을 때도 약시나 사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시력장애가 심한 아이들도 제대로 깨닫기 힘들며, 특히 한 쪽 눈만 나쁜 경우 대부분 발견하지 못한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은 시력도 변하기 마련. 방학 때마다 검진을 통해 알맞은 도수로 안경을 바꿔주도록 한다.

속눈썹의 일부 또는 전부가 각막이나 결막을 찌르는 눈썹찔림(안검내반)이 있다면 각막 상피에 상처가 나고 결막의 충혈과 눈물 흘림 증상이 나타나 무척 고통스럽다. 심할 경우 시력 저하까지 부를 수 있으므로 치료해야 한다.

사춘기 여자아이 빈혈과 예방접종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사춘기 여자 아이가 까닭 없이 피곤하거나 얼굴이 창백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면 철분 결핍성 빈혈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생리로 인한 철분 부족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는 철분제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질병예방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예방접종 확인이다. 대부분의 접종은 만 4~6세 무렵 끝나지만, 일본뇌염 접종을 사(死)백신으로 맞는 경우엔 만 11~12세 때 5차 추가접종을 해야 한다.

도움말 =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김영재 교수,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 건양대 김안과병원 안성형과 김용란 교수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