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치료 ②

요즘 암 수술이 과거 편도선 제거 수술만큼이나 잦아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요즘 암 환자들은 수술이 성공한 이후에도 암 재발과 전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암의 재발은 공포 그 자체다. 해외에서 원정 수술을 받은 사람들조차 수 개월마다 재발 및 전이 여부에 대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암이 재발되었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이 암 환자들에게 주는 느낌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암은 진단 이후 만 5년을 넘겨야 비로소 의사로부터 “이제 완치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은 조마조마하게 지내야 한다. 암 환자의 심정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가히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일부 암 환자들은 수술이 끝나자 마자 이제는 완치됐다고 섣불리 샴페인을 터트린다. 상상할 수 없는 경솔함이다. 사실 이때부터가 진정한 암 치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폐암 1~2기 완치율은 50% 내외이다(1기의 5년 생존율은 61.9%, 2기는 32.8%다). 이는 암 환자의 50%가 재발 또는 전이된다라는 뜻이다. 즉 눈으로 보이는 초기의 암은 수술이 최고의 치료법이지만 그래도 재발률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3기 이상에서는 수술이 제한적으로나마 시도된다. 그러나 3기B 이상 전이암의 경우 수술은 극히 힘들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들 때문에 발본이 어려운 것이다.

예를 들면 들판의 민들레를 동네 사람들이 모여 다 뽑았는데(암으로 치면 수술을 했는데), 비가 오고 나니(재발되니) 원래 있던 민들레보다 더 많이 자랐더라는 이야기가 바로 암의 재발 및 전이를 잘 표현한 비유라고 할 수 있다. ‘민들레 홀씨’가 넓은 들판을 쉽게 민들레 천지로 만들 듯 암의 재발 및 전이는 온몸에 암을 퍼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민들레 홀씨가 자랄 수 없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몸 곳곳에 날아가 흩어져 있는 ‘암 홀씨’는 어떻게 모두 없앨까. 민들레 홀씨는 밭을 갈아엎고 농약을 치면 없앨 수 있겠지만 사람 몸은 갈아엎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민들레 홀씨가 싹을 틔우려면 들판에 뿌리를 내려야 하듯 암 홀씨 역시 신생혈관을 만들어 소위 몸에 뿌리를 내려야 암으로 자라게 된다. 따라서 이 신생혈관을 만들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면 암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최근 경희대 김성훈 교수는 복합한약제제가 아닌 단일 천연물에서 독성 없는 신생혈관억제제를 공동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무독성 농도에서 신생혈관 생성과 암세포 이동(Migration)을 억제시키고 항암 효능을 내는 3중 효과 즉 ‘알바트로스 효능’을 지닌 천연물질이라는 설명이다.

암은 지능적으로 진화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시도로 완치하기는 쉽지 않다. 바둑으로 치면 세 수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암 전문의들은 주장한다. 그만큼 암 치료가 힘들다는 의미이다. 이 신물질이 수술 이후에도 5년 동안 재발 두려움에 시달리는 숱한 암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알바트르소 효능의 신생혈관억제 신물질에 대해 최근 추가로 실시한 실험에서 한가지 효능이 더 드러났다고 전해진다.

재미과학자모임회 회장과 미국 국립암연구소 암예방분과장을 역임한 이인수 박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천연물질이 암 예방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니코틴 유도체(NNK)를 동물에게 주사하였을 때, 대조군이 100% 암이 유발된 것에 비해 이 천연물 제제를 투여한 경우 암 발생률이 약 80%가 억제되었다는 실험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주사된 NNK는 사람이 매일 두 갑씩 80년간 담배를 피웠을 때의 농도이다.

많은 암 환자들이 수술 후 민들레(한약명은 포공영)를 달여 먹고 있다. 아직 민들레가 암 재발 및 전이를 막아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암 환자들이 민들레 홀씨처럼 암이 퍼지기 전에, 또 5년 이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암 홀씨’를 뽑아 버리고 싶은 일편단심의 소망이 담긴 것이 아닐까.


최원철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 akazh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