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치료 ③

“최 교수는 암에 걸리면 어떻게 치료할 거요?”

양ㆍ한방 통합암센터 수장을 맡고 있다 보니 타 대학 교수들은 물론 기자들로부터 이따금 받는 짓궂은 질문이다. 이들은 만약 내가 암에 걸렸을 경우 양방을 쓸 것인지, 한방을 쓸 것인지 내심 궁금한 모양이다.

사실 국내에서 양ㆍ한방 전문의사들이 한곳에서 머리를 맞대 환자 치료를 논의하는 병원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보통 양의(洋醫)과 한의(韓醫) 간에는 동서양의 거리 만큼이나 암의 치료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

양의학은 “첨단 디지털 시대에 무슨 풀뿌리를 가지고 의학을 논하느냐?”며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고, 한의학은 “시대가 급변해도 변하지 않는 전통과 관습이 있다”고 양의학의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 남용이 되레 병을 키운다고 반박한다.

양측 공방에 대한 시시비비는 최종 의료소비자가 판단할 몫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계는 아직까지 양의학이 이끌고 있고, 보건의료 정책 분야도 그러하다.

문제는 암 치료를 주도하는 양의학도 암의 근치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매년 10만 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재발 및 전이를 우려하는 암환자만도 50만 명에 이르는 현실은 그것을 방증한다.

게다가 최근 미국과 일본의 대학병원 교수 몇 명이 내한하여 한방 암치료를 받고 있다. 이는 동ㆍ서양 의학이 손을 잡고 공동연구를 해야 할 필요성을 세계가 절감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두에서 제기된 짓궂은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을 말하고자 한다. 물론 그 판단도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다.

나는 건강검진을 받다가 CT(Computer Tomography, 컴퓨터단층촬영)나 MRI(Magnatic Resonance Imagine, 자기공명영상) 상으로 암 발병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면 가장 먼저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및 암세포 유무 혈액검사’를 받겠다.

두 번째, 검사 결과 악성으로 판명이 되면 수술이 가능한 암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전이여부 탐색 ‘PET-C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단층촬영)’를 찍는다. 전이가 안 되었다면(1~2기) 암 상태를 최종 판단하기 위해 ‘조직배양검사’를 시행할 것이다. 그 전에 10~15일 정도 ‘암 확산 방지 암 랩핑(rapping) 및 신생혈관억제 한의-무독성 요법’을 시행한 후 조직검사를 받을 생각이다.

조직배양검사 결과, 1~2기 암으로 확증되면 우선 신생혈관생성방지 및 이미 림프관에 떠돌고 있을지 모르는 암세포의 착상을 막기 위해 ‘한약천연물 요법’을 40일간 받아보겠다.

세 번째, 40일 뒤 다시 PET-CT와 MRI를 찍어 보아 암 크기가 줄었다면 수술을 하지 않고 한약으로 치료하고, 그렇지 않고 암이 조금이라도 진행됐다면 수술 후 한방 ‘암 재발 관리 프로그램’에 따라 치료 받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3~4기 암이라고 확증되면 사실 수술조차 용이치 않다. 암 전이를 최소화하기위해 한방치료를 받고, 그래도 암 확산을 막지 못한다면 먹는 항암제부터 시작하여 양방 요법의 병행을 고려할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는지도 모르겠다. “최 교수, 그렇게 했는데도 암이 재발된다면요?” 만일 암이 재발된다면, 우선 양방검사를 순서대로 다시 할 것이다.

한방 치료를 받은 후 재발된 경우엔 수술 후 재차 신생혈관생성억제 한방 요법과 양방 항암 치료를 병행하겠다. 양방 치료는 우선 조직세포를 배양해서 잘 듣는 항암제를 선택하여 ‘미국 환자투여 표준용량’의 40% 수준에서 시작해 나가도록 하겠다.

이쯤 되면 다들 물을 것이다. “암을 치료하는데 뭐가 그리 복잡하냐”고.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것은 총 3단계의 단순한 치료 방법일 뿐이다.

암은 하나씩 정체를 드러낼 때는 그리 공격성이 강하지 않다. 이는 1~2기 암으로 흔히 수술로써 치료가 가능하며 여러 차례 수술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암이 조직화한 단계, 즉 전이되어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렸다면 이는 3~4기 암이다. 이때는 보통 내장 2곳 이상에 암 진단이 내려지기 때문에 한 가지 방법으로는 암을 이기기 어렵다.

암 세포는 이미 인체 숙주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가지게 된다. 단순 치료법만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처럼 암 치료는 시작 단계부터 정확한 검진과 병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생사가 걸린 중대사이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한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전자제품 하나를 사는 데에도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지고 여러 사람들에게 성능, 품질 등에 대해 정보를 물으면서 사지 않는가. 하물며 암에 있어서는 치료 방법 등에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최원철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 akazh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