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인 50세의 K씨가 성기능 감퇴와 만성피로를 호소하며 클리닉을 방문하였다.

 “몇 달 전부터 성욕이 거의 없고 발기도 잘 되지 않으며 괜히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밤에 잠도 잘 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조금만 힘든 일을 해도 쉽게 피로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서 책이나 서류를 읽어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업무능력도 현저히 떨어져서 직장에서 잘릴까 걱정입니다.”
 “남성 갱년기가 의심됩니다. 남성 호르몬 검사를 해보면 확실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남성 갱년기요? 남자도 여자처럼 갱년기가 있습니까?”

처음 듣는 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진 K씨의 혈액을 검사해보니 간 기능을 포함한 다른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었으나, 역시 남성 호르몬이 감소해 있었다.

검사 결과에 따라 남성 호르몬의 보충 요법을 받은 지 2주 후부터 성욕이 다시 생기고 만성 피로감도 줄어드는 등의 뚜렷한 호전이 보였으며, 치료 3개월 후에는 활력이 생기고 집중력과 기억력도 향상되어 업무능력도 향상되었다고 만족해하였다.

남성 호르몬은 사춘기 이후 남성의 성징을 나타나게 하는 호르몬으로, 생식 기관을 발달시키고 목소리를 굵게 하며 몸에 털과 수염이 나게 한다. 또한 근육을 발달시키고 성욕과 발기를 일으키며 남성들의 활력과 자신감, 집중력, 적극적 성향 등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성 호르몬은 25세 전후에 절정에 이르고 그 이후에는 1년에 1%씩 감소하며, 40세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

남성 호르몬 감소의 첫 번째 징후는 섹스에 관심이 없어지고 새벽에 발기가 되는 횟수가 줄어들며 약간의 스트레스나 음주에도 발기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좀 더 진행되면 만성피로를 느끼고 여성의 갱년기 증상과 비슷하게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고 식은땀을 흘리고 손발이 저리기도 한다.

불면증과 우울증, 불안, 초조감과 함께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아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고 괜히 섭섭해 하거나 잘 삐친다. 남성 호르몬의 부족 때문에 나타나는 이런 증상들을 ‘남성 갱년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갱년기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성의 갱년기는 폐경으로 여성 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부분의 50세 전후의 여성에게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에 비해, 남성 호르몬은 급격한 변화 없이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모든 남성이 경험하는 것도 아니라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노화에 미치는 호르몬의 영향이 밝혀지면서 남성에게는 남성 호르몬의 감소가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년 이후 남성 호르몬의 수치는 개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여서, 70~80세에도 남성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어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는 노인이 있는가 하면 40대에 벌써 남성 호르몬의 결핍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남성에서는 노화의 진행과 함께 호르몬의 감소가 서서히 일어나서 남성갱년기를 겪지 않지만 일부의 남성들은 50세를 전후하여 마치 여성들의 폐경기처럼 남성 호르몬이 갑자기 감소하여 심각한 남성갱년기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성 갱년기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고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 탓으로 돌리거나 피로가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또 남성들은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몹시 싫어하고, 특히 성기능이 약한 것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하여 주위사람과 상의하거나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기보다는 애써 외면해 버리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의 결핍은 성기능 저하 외에도 만성피로, 근력 감퇴, 불안, 초조, 불면증, 통증,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 등 여러 가지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나타내므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또한 중년 이후의 성생활은 청년 시절과는 달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성생활은 신진대사를 촉진시켜 노화를 예방하고, 중년 남성의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예방하는 데도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서둘러 전문의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남성호르몬 결핍증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와 혈액검사 결과 남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남성갱년기로 확인되면 남성호르몬제를 투여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남성호르몬제는 주사제, 먹는 약, 바르는 약, 붙이는 패치형 등 매우 다양하므로 상황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권용욱 AG Clinic 원장 drkwon@ag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