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치료 ⑤

낭보가 날아들었다. “유전자 치료로 4기 흑색종 환자 17명 중 2명이 건강한 모습으로 18개월째 생존하고 있다”고 CNN과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대서특필했다. 말기암 환자 2명의 생존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든 것이다. 역으로 그만큼 말기암의 덫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사실 유전자 치료로 말할 것 같으면 중앙대 문우철 교수가 한발 더 앞서가는 선구자이다. 10여 년 전 이미 유전자 치료를 시도한 그는 초기 유전자 기법을 통한 암치료 성과에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내성이었다. 그렇게 좋던 암 치료 성과가 어느날 갑작스럽게 발생한 암세포의 무한증식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말기암 환자의 완치에 대한 도전이 처절한 실패로 막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도전 정신에는 고개를 숙이고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암 치료는 ‘시작이 반’이다. 암 정복은 끊없는 도전에서 비롯된다. 이번에 미국 연구팀이 그 같은 ‘도전의 역사’에 의미있는 한 페이지를 장식한 것이다.

‘17명 중 2명이 생존 중’이라는 미국의 쾌거를 찬찬히 뜯어 보자. 한 명의 환자는 흑색종양이 겨드랑이에서 간으로 전이된 경우로, 치료 후 대부분의 암세포가 사라졌고 11%만 잔류 상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암은 1%만 잔류해도 다시 증식이 일어나 재발 및 전이가 일어난다. 비록 암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이 환자가 완치되리라고 생각하는 암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기존 4기 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은 6개월. 이번의 경우는 이 기간이 18개월로 1년 가량 늘어난 ‘극히 드문 사례’일 뿐이다. 암 환자는 보통 5년간 건강한 모습으로 생존한 사실이 확인돼야만 비로소 최소한 ‘치료 성공’이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주어진다.

아직까지 말기암을 재현성이 가능한 치료법으로 최소 2명 이상 완치시킨 의사가 있다는 연구보고는 없다. 이번 쾌거의 주인공 스티븐 로젠버거 박사는 1970년대에 면역치료를 처음 도입해 그 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진행 중인 암에 대해서는 면역치료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이번에 그는 ‘주특기’를 면역요법에서 유전자 치료법으로 바꿨다. 어떤 한 가지만으로 암을 치료한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다.

진행성 전이암을 고친 의사로는 비공식으로 독일 라이프 박사와 맥스 거슨 박사가 거명되고 있지만 공식 확인은 아직 안 됐다. 슈바이처의 주치의로 전설적 명성이 회자되고 있는 거슨 박사는 멕시코 대체의학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인물. 그러나 거슨병원의 ‘B17 주사요법’이란 치료법을 검증했던 캘리포니아대학(UCLA) 의대교수진은 ‘말기암 완치는 없다’라는 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최근 학계의 주류는 ‘융합연구’이다. 지난 1일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병원에서 물리학계의 거장 서울대 물리학부소광섭 교수, 의공학의 마에스트로 가천의대 조장희 박사, 한의 경락학의 거목 경희대 이혜정 교수, 침구 거장 경희대 박동석 교수 등이 참여한 융합연구인 경락에 대한 뇌연구와 세포치료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논어에 ‘화이부동(和而不同)’이란 말이 있다. 화합 융합하되 서로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철학의 최근 흐름 역시 해체주의이다. 즉 ‘개별 개성’을 중시하는 분위기이다. 논어에서 개별 개성을 중시하라는 ‘不同’의 의미와 같다.

의학계에서도 맞춤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기성복ㆍ일체주의에서 맞춤복 개성의학으로 변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체질의학이라 해서 개인별 개성치료를 중시해왔다. 흔히 비유하기를 한의학은 재즈음악, 서양의학은 브라스 밴드라고 한다. 한의학은 절도 있는 일체감이 장점이다. 암치료와 관련 인삼류(홍삼, 인삼)는 소음인에게는 좋지만 소양인에게는 금물이다. 출혈이나 통증 발생 등 오히려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암의 호발(好發)부위에도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 위암에 걸린 소음인 여성의 경우 자궁암, 비뇨기암 발생이 잦다. 이에 비해 췌장암, 폐암을 앓는 소양인 여성에서는 유방암, 폐암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음인은 대장암, 간암, 폐암에 잘 걸린다. 이처럼 병에도 체질별 개성이 있다.


최원철ㆍ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통합암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