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는 '양날의 칼'

#1) 47세의 L씨가 노화방지를 위해 클리닉을 방문하였다. 피로감과 발기력 저하 이외에 특별한 증상은 없었으며 노화가 더 진행되기 전에 젊음과 건강을 오래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싶은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

설문 조사에서 피로도는 약간 높게, 성기능은 감퇴된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검사 결과 호르몬 수치는 정상이었고, 동맥경화도 검사 결과 혈관 노화가 약간 진행된 상태였다. 산화스트레스 검사 결과 활성산소는 매우 높았고 항산화력은 낮은 상태였으며, 유전자 검사 결과 항산화 유전자에 변이가 있었다.

적절한 항산화제를 처방하고 식습관, 운동 등 생활습관 분석을 통한 교정요법을 병행하였다. 치료 후3개월째부터 피로도가 많이 감소하고 성기능도 호전되었다고 하는 L씨를 6개월 치료 후 다시 측정해보니 동맥경화도가 감소하고 산화스트레스도 많이 감소되어 있었다.

노화의 원인 중 호르몬 이론과 함께 가장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이 바로 활성산소이론이다. 사람을 비롯한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는 공기 중의 산소를 호흡하여 이를 혈액을 통해 각 세포로 보낸 후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산화시켜 얻어지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이런 산소가 필요한 대사과정에서는, 마치 자동차에서 배기가스가 발생하는 것처럼, 불가피하게 세포를 파괴시키는 독성물질들이 부산물로 만들어지는데 이것을 활성산소라고 한다. 활성산소는 생체 조직을 공격하여 세포를 산화, 손상시키는 주범이며 유해산소라고도 한다.

활성산소는 우리 신체에 필요한 요소이기도 한데, 병원체나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생체방어 과정에서도 활성산소가 대량 발생하며 이들의 강한 살균 작용을 통해서 병원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필요 이상으로 발생하면 세포나 세포소기관에 손상을 초래하기도 하며 생체 내 여러 단백질의 아미노산을 산화시켜 단백질의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DNA에도 손상을 주는데 DNA 염기의 변형 등을 초래하여 돌연변이나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만성질환 중 약 90% 정도가 활성산소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암, 동맥경화, 당뇨병 등이 있다. 특히 심근경색과 협심증, 뇌중풍 등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는 혈액 속의 지질이 산화되거나 세포막 등을 구성하고 있는 불포화 지방산이 산화돼 이물질로 변하면서 혈관 내벽에 들러붙고, 이후 내벽을 변성시킴에 따라 혈관이 딱딱하게 경화된 것이다. 이때 혈중의 지질이나 세포막 성분인 불포화 지방산을 산화시키는 작용에도 활성산소가 관련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은 출생부터 시작하여 사망할 때까지 지속되는데 젊은 시절에는 신체가 광범위한 회복과 대체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활성산소에 의한 손상이 많아지고 그 효과가 누적되는 반면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항산화 능력은 떨어져서 세포를 노화시킨다.

또한 활성산소는 피부를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유연하고 탄력있게 유지하도록 하고 관절과 힘줄, 인대, 근육을 유연하게 하는 콜라겐과 섬유질을 공격한다. 그 결과 피부가 처지고 주름살이 생기는 피부노화가 생기며 관절이 뻣뻣해지며 몸의 유연성도 떨어지게 된다.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산소가 반대로 질병을 일으키고 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으며 따라서 학자들은 산소를 ‘양날의 검(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활성산소에 의한 신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일단 체내에서 활성산소의 발생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먼저이며 그 다음으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고 여기에 더해서 항산화제를 섭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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